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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마무리는 장미꽃 한 다발과 찹쌀떡

진주는 작은 도시다. 진주에는 동만 있다. 구는 없다. 진주는 좁은 도시다 아침에 초전동에서 만난 사람을 저녁에 평거동에서도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얼마전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앞에 고구마를 파는 트럭 장수 아저씨가 왔다. 아내도 아이들도 - 나만 빼고 - 고구마를 좋아하고 잘 먹는 탓에 슬리퍼를 끌고 나가서 샀다. 우리 집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면 잘 보였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사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아저씨는 사가는 사람들에게 덤으로 고구마를 몇 개씩 떠 끼워줬다. 내려가 보니, 맛도 볼 수 있게 익힌 고구마를 작게 썰어 놓았다. “아저씨, 위에서 보고 잘 팔리길래 왔어요.” (아저씨가 몇 개 더 넣어준다.) “많이 더 넣어주시는 것도 보고 왔습니다.” “많이 파세요.” 그렇게 아저씨는 점심때..

아들과 동네 자전거 산책

당분간 아들과 나 뿐이라 둘의 시간이 충분하다 오늘은 저녁 먹고 나서 자전거로 신나게 동네 근처를 돌다가 왔다 멀리 나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데다가 제법 열심히 페달을 저었다. 아들이랑 섬진강 자전거길 갈 생각 제주도 종주할 생각 자전거 캠핑할 생각 나는 혼자 그리 생각하는데, 아들 생각은 모르겠다. 아들에게 더 마음을 많이 줘야지 그리고 잘 봐달라고 부탁해야지

경상대병원 응급실 사용기 (feat. 딸, 장염, 코로나 선별진료소)

아이를 키우면서 뜻하지 않게 아이가 아프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일은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게 되는 일이다. 그런 일은 한 번 생겨도, 두 번 생겨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지난 일요일 새벽이 그랬고, 오랜만에(?) 응급실 경험이라 기억을 위해서, 다른 분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해서 글로 정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행히 오늘에서야(딸이 아프기 시작하고 3일째) 장염으로 확정된 것 같아서 마음이 좀 편안해 지기도 했으니 가능한 일이다. 딸의 징후 딸은 평소 배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했다. 소아과 의사의 말에 따르면,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밥을 천천히 먹는 경우 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보통은 밥을 먹다가 배가 아프다고..

진주 탐험 : 덕곡리, 마진리

오늘은 엉덩이 패드가 덧대어져 있는 속바지를 입고 나갔다. 아주 멀리까지 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안장에 오래 앉아 있을 것 같아서. 스트라바 앱 데이터를 보면,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달린 시간은 2시간 20분이다. 그러니 아마도 3시간 30분 정도는 밖에서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10시 30분을 넘어서 집을 나갔고, 돌아왔을 때는 2시 정도가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Vincita에서 구입했던 가방을 꺼냈다. 가방이 좀 무겁기는 하지만, 일단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저항을 덜 받으려고 리어랙에 가방을 올렸다. 커피를 조금 탄 물 한 병, 라면을 끓여먹기 위한 물 한 병 더, 봉지라면, 비화식을 위한 바로쿡과 발열제, 오예스 하나, 견과류 하나, 과일음료수 하나, 젖가락, 멀티툴. 이전에도 덕곡리를 지나서..

진주 남강 자전거길 일부..

브롬톤 정비 때문에 근 일주일 동안 브롬톤을 타지 못했다. 그걸 보충하려면 퇴근 시간에는 최단거리가 아니라 좀 둘러오는 코스를 택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렇게나 멋진 강을 가진 진주가 좋다. 요즘 수심도 너무 낮고 유속도 느려서 좀 걱정이 되지만.. 곧 장마철이 되니 나아지겠지. 학교에서 가지고 온 초코파이를 먹으면서 저녁밥은 많이 먹겠다고 다짐했다. 나이 들어서까지 자전거 타는 게 목표. 느리게 가더라도, 내 속도로 가는 게 좋다. 배가 고파져서 집으로 갈까 했지만 조금 더 내려왔다. 강이 아니라 호수 같다. 잘 정비된 데크 길을 자전거로 가니, 마치 나무로 만든 실로폰을 연주하는 기분이다. 새벽커피 모임 하고 싶다. 하늘은 강을, 강은 하늘을 비춘다.

성적표 발송하는 날

휴 내 성적도 아닌데, 보며 한숨을 쉰다. 성적표를 받고 기분 좋은 웃음 짓는 학생을 본 기억이 없다. 시험이 없으면 공부 안 할거라 말하는 어른이 가끔 있는데, 시험 없이도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리라. 세상이라는 복잡한 문제에는 뾰족한 답이라고는 없지만, 가끔 복잡한 문제를 둘러 가고 싶고, 갈피를 못 잡는 표정을 피해 가고 싶다. 시험 따위 필요없다 일갈하는 낭만주의자는 아니지만, 이미 받은 성적을 두고 너무 후회할 필요가 없다. 부모님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나는 이렇게 썼다. 1차고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성적의 높고 낮음에 관련없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번갈아 가며,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 뒤쳐지지 않고 수업 ..

말하지 않기로 선택했지만, 결국 말하기로 선택해주는 아이의 이야기

‘목소리를 삼킨 아이’ - 파리누쉬 사니이 목이 아프다. 가끔 열심히 수업을 하느라 떠들고 나면, 머지 않아 내 목소리도 갈라지고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될 때가 있다. 마스크를 쓰는 요즘은 더 그렇다. 입모양을 보여줄 수 없으니, 전달이 잘 안될 때가 많다. 말을 잃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내가 말을 하지 않게 되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운명 따위는 믿지 않지만, 책이 내 눈에 들어오는 시기는 분명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늘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책들은 곁에 두어야 한다. 뒤적이고 뒤적이다... ‘아, 이 책 산 지 오래되었는데, 이제는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잡았을 때, 책이 나를 책 속으로 바짝 끌어당겨 책에 푹 빠지게 되는 때가 있다. 양서를 고르는 일도 중요하..

브롬톤 스프라켓(코기), 풀러 교체 (@진주 루키바이크)

체인을 직접 갈아봐야지 하고 시작했던 작업은 내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체인을 몇 번이나 자르고 체인링크를 두 개 써서 98링크(브롬톤 44T는 체인이 98링크)를 만들었다. 그리고 주행하면 분명히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스프라켓 쪽에서 튀기는 소리가 났다. 결국 루키바이크로 가지고 갔다. (루키바이크는 최근 브롬톤도 취급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자전거가 공급이 잘 안되고 있기 때문에 간다고 해서 전시된 브롬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장님에게 증상을 설명하니, 아마도 코기(나는 스프레켓을 ‘코기’라고 부르는 줄도 몰랐다) 문제 같다고 했다. 한번 타보시더니 분명하다고, 부품이 없으니 주문하고 부품이 오는대로 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토요일에 브롬톤을 맡겼고, 화요일이면 찾을 수..

일상사/자전거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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