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265

2025년 1월 15일. 지하서재로 송무교수님 뵈러.

송무 교수님은 특별한 날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연락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했던 게 언제였을까? 같이 잠실 롯데월드에 놀러 갔었을 때일 수도 있고, 포항으로 여행을 갔었을 때일 수도 있다. 아니면 연구실에서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지나가는 말로 하셨던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왜 그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해마다 맞이하는 설날, 추석, 스승의 날을 맞이하면서도 '교수님께는 반드시 연락할 필요는 없겠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근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그렇다면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특별한 날이 아닌 날이라고 달리 연락을 하지도 않았다. 연락을 해야 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가 있고, 연락을 하지 않는 데에 별 다른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냥 '사는 게 바빠서..

대장내시경할 때는 물약이냐 알약이냐

친구들이 대장내시경을 하고 용종을 떼어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살짝 겁이 났다. 대장내시경을 해본 적이 없으니 일단 내 대장 안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미지의 영역이란 우리를 두렵게 한다. 어릴 적 불 꺼진 방, 가로등 없는 골목, 심지어 눈을 감을 때도 겁을 먹지 않았는가. 나는 이 어둠에 대한 두려움은 '미지'(알지 못함, 혹은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걱정이 생겼는데, 내시경을 했을 때 '용종'이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올해는 홀수년 생인 나와 아내가 건강검진 대상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아내는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일'을 미루는 법이 없다. 작년 12월 우리 두 사람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다시 한번 아내에게 고맙다. 그리고 대장..

딸에게는 생애 최초의 함박눈

인천까지 올라왔는데, 설연휴 폭설이 내리고 한파도 닥칠 거라는 예보가 계속되었다. 운전을 해야 하는 나는 걱정이 많다. 서울, 경기 사람들은 눈이 와도 운전하는 걸 별로 걱정하지 않는 걸까. 오늘 같은 눈이 오면 진주 교통은 완전히 마비다. 그래도 걱정만 하며 지낼 수는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조심히 운전하는 수 밖에 없고 운전을 하지 않는데 하늘을 보면서 걱정만 할 수는 없다. 때마침 오늘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 딸은 태어나 처음으로 함박눈을 구경하고 눈이 쌓이는 걸 봤다. 장갑을 끼고 그 위에 실리콘 장갑까지 끼고 엄마 아파트 놀이터로 뛰어 나갔다. 미친 듯 뛰어다니는 아들 덕분에 약간 재미있는 사진이 되었다. 아들은 슬라이딩을 하고 눈에 몸일 비빈다. 물도 눈도 좋아하는 우리 아들. 딸은..

겨울방학, 내게 허락한 단 하루

2024.08.11 - [여행/국내] - 여름방학 단 이틀의 휴가 - 지리산 둘레길 3코스여름방학 내가 가진 혼자만의 휴가는 '지리산 둘레길 3코스'였다. 재미가 있기는 했지만, 좀 힘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나니 겨울에 한번 더 가보는 것도 가능했다 싶지만, 다시 반복하고 싶을 만큼 빼어난 코스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오늘의 코스는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학교 선생님이 추천한 구제 옷집에 가보고 싶다는 게 일단 목표이긴 했다. 필요한 옷은 '파타고니아'에서만 산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약간은 포멀한 옷은 파타고니아에서 살 수가 없다. 어쩌면 내가 필요한 옷(셔츠나 카디건)이 있지 않겠나 싶어서 일단 목적지를 거기로 정했다. 이동수단이 자전거인 만큼 샤방 라이딩이기도 하다. 집안일..

진주시향 송년음악회, 가향 칼국수, 구진주역 크리스마스트리

클래식은 모르지만 딸 덕분에 올해에는 공연 구경을 다니고 있다. 무료로 진주시향 정기공연 관람. 거의 만석이었다. 작은 도시라 공연을 보러 가는데도 부담이 없다. 진주는 정말 적당한 크기의 도시다. 공연을 다 보고 칠암곰탕에서 밥을 먹어야지 생각했었는데, 문을 닫았다. 가향에서 칼국수. 국물은 맛있는데 면 양이 너무 적었다. 그릇이 너무 무거운데 나이 제법 있는 사장님 내외 두 분이 한다. 그릇을 옮기다가 손목이 정말 안 좋아질 듯. 구진주역 뒷 공원에 트리가 있다고 해서 잠깐 들렀다. 최근 휴대폰이 생긴 딸은 정말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마치 취재진처럼. 토요일 외출 끝!

20241214 새벽커피 풍경

오랜만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새벽커피였다. 어제 저녁 경원씨에게 연락을 했고 오늘 아침 7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다. 와룡지구에서 내가 봐둔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오늘 새벽 일어나서 커피 도구를 챙겼다. 아마 혼자였다면, 그렇게 바지런히 챙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2인분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6인용 모카포트를 준비했다. 아침 영하 4도. 아래 위로 두꺼운 베이스 레이어를 껴입고, 파타고니아 재킷에 패딩까지 입었다. 손끝과 발끝만 차갑지 않다면 무엇도 두렵지 않을 만한 세팅이었다. 경원씨는 먼저 나와 있었고, 나는 34분에 도착했다. 바로 커피 도구를 꺼내고 오즈모 포켓으로 대강 촬영도 시작했다. 편집할 수 있을까? 아무튼 빠짐없이 챙겨와서 커피 만들기 시작.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라도 주말 계획, 내..

아내와 커피

나에게 시험기간은 못한 집안일 혹은 개인사를 해결하는 날이다. 아내 차와 내 차의 오일을 교환하고, 가끔은 병원도 가고, 아주 오랜만에 낮에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내와 차도 한 잔 했다. 동네에 있는 카페 '오브네'라는 곳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겨울에 어딘가 여행을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잘 안 가는 곳'이라는 어려운 요구 조건을 내놓았다. 흠. 다시 미국에 가야 하나.  일단은 별다른 계획이 없다. 내년 여름에나 어떤 계획을 세워볼 수 있지 않을까. 올 겨울에는 갑자기 가야 하니 그저 비행기+리조트 패키지로 다녀오는 게 어떨까하고 아내와 이야기 했다.  오브네라는 가게는 아이들과 자전거 타다가 지나다녀 봤는데, 따뜻한 분위기였다. 테이블은 많..

세상은 조용했을까?

따뜻하게 차려 입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자전거를 타고 조영한 곳을 찾는다. 겨울을 지내러 온 오리들을 보면 진주가 좋다. 아주 지척에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서 남강이 좋다.이전에 한번 와본 적이 있는 한적한 곳에 자전서를 세우고, 집에서 준비해온 커피와 빵을 차린다.조용해서 좋다. 생활소음이리 할 만한 것도 잘 들리지 않는다. 인간 문명이 도래하기 전 세상은 제법 조용하지 않았을까. 모두가 잠든 밤, 아직 깨지 않은 새벽. 아주 조용하지 않았을까? 주변이 조용해지면 잠시 온 소리에 집중을 하고 겁도 좀 먹었겠지만 자기 안의 소리는 더 잘 듣게 되지 않았을까? 자기와 대화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러니 지금과 같은 지식은 없었더라도 누구나 지혜롭지는 않았을까. 밖을 쳐다보며 ‘추우니 나가기 싫다’..

요가 첫 주

요가를 드디어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 남자 선생님이 요가를 가르치는 곳이 있어서 그 기준으로 요가원을 등록했다. 아쉬탕가. 지난번 수업을 해보니 쉽지 않았다. 유연성만 있어서 될 것이 아니고 근력도 필요했다. 근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유리한 것도 아니었다. 오늘 찾아보니 아쉬탕가가 가장 재미있는 요가는 아니지만, 꼭 거쳐야 하는 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가 떨어지지만 수련의 느낌이 강력한 종류. 완전한 세션을 돌리려면 한 시간 반이 걸린다는데, 내가 지난번 한 시간 동안 돌았던 것을 보면 코스가 몇 개 빠져 있었다. 헉헉대며 힘들어서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체조 같은 느낌이 강했다. 힘도 쓰고 유연함도 필요하고. 처음 하는 사람은 좀 봐주는 게 없나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오늘(202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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