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출 40

진주 아침 자전거 출근길 - 안개 도시

어쩌면 안개는 늘 아침마다 자욱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던 부산도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핸들바를 적실만큼 안개를 헤치고 다니는 건 진주에 와서 자전거 출퇴근 하면서만 하게 되는 경험이다. 안개가 자욱한 날이 자주있는데, 오늘은 유독 심했다. 빠르게 달리는 차라면 위험하겠지만, 자전거는 느리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나를 봐야 내가 안전하고 그도 안전하니 프론트 라이트도 후미등도 깜빡이게 만들어 놓고 자출을 나선다. 아내 덕분에 전기장판을 켜고 잔 건 벌써 열흘이 넘었지만, 바닥 난방은 하지 않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밖은 너무 차갑다. 떨치고 일어나 나와야 하는데, 다시 움츠러 든다. 잘못 뛰쳐 나온 것처럼 일어났다가도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아니다. 어쩌면 추워서 라기 보다는 어제 늦게..

나의 오버나이트 오트밀

언제부터 오트밀을 먹기 시작한 지 몇 달이 되었다. 이제는 약간 종이 씹는 것 같은 식감에도 익숙해 졌고, 달지 않은 식사에도 굉장히 익숙해졌다. 왜 오트밀을 시작했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아침을 차려 먹기 번거롭다는 것. 귀찮다고 말하려니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귀찮다고 말하는 건 어딘가 잘못된 것 같아서 저어된다. 하지만 밥 한 끼를 먹으려면 반찬도 몇 가지 있어야 하고 국도 있어야 한다. 아침밥을 위해 저녁마다 반찬을 하는 것도 아니라 번거로운 일이 여러가지다. 그렇다고 매일 반찬을 사먹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도 엄마 밥 혹은 집밥에 대한 향수가 있다. 엄마가 칼로 야채 다듬는 소리, 된장찌개 냄새에 눈을 뜨고, 눈을 부비며 앉아 맛있게 아침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밥을 먹어야 식..

올해 처음 영하권 날씨와 내 자출 세팅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일주일 자출을 쉬었던 사이, 가을의 흔적은 지는 노을에 조금 남아 있었다. 며칠 전에는 자동차 보험을 갱신해야 했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열심히 한 덕분에, 차를 적게 타서, 13만원 가량 보험료를 돌려 받았다. 차를 타지 않게 되면 좋겠지만, 머지 않아 집에서 출퇴근이 힘들어 질테니, 내 생각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을 때는 자전거를 타야 한다. 영하로 떨어진 날이라 옷 입기에 정성을 쏟았다. 하의: 메리노울 양말, 고어택스 트래킹화, 콜럼비아 방풍바지 상의: 파타고니아 캐필렌 에어크루, 파타고니아 레트로 엑스 베스트, 파타고니아 나노에어 후디 재킷, 파타고니아 알파인 후디니 재킷 장갑은 끼지 않고, 얼마전 아들 자전거에 쓰라고 사줬던 락브로스..

일상사/자전거 2022.12.01

기록할 틈이 없다는 문제

기록할 틈이 없다는 문제 하루를 기록하는 일은 년초에는 열심히 했었다. 매일 일어나는 업무상 기록도 열심히 했다. 지금은... 기록할 틈을 갖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기록하는 일을 뒤로 미루게 된다고 할까. 기록하는 일이 업무에 도움이 되고, 업무가 끝이 기록이 되어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 좋은 방향이 아니다. 정신없이 보냈는데,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결실을 맺어야 하는 시간인데, 한 해의 마지막에 내가 무엇을 얻고자 했는 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든 돌아간다는 심정으로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좀 더 시간을 내어 일을 하고, 정리하거나, 일만 하는 시간이 좀 줄어야 한다. 퇴근하는 길, 햇볕은 비출 것만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하나 찍어둔다. 거의 늘 나에게 안정감과 고민의..

비가 많이 와서 자출이 아니라 차출

비가 많이 와서 자출이 아니라 차출 월요일 아침, 자전거로 출근하기 좋은 날이다. 토요일, 일요일 자출을 쉬고 나면, 월요일에는 페달 밟는 느낌이 다르다. 최근에는 아침부터 더워서 더 힘이 나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창 밖을 바라보니 비가 좀 많이 온다. 수업 나눔 신청을 해둬서, 다른 학교에서 오시는 선생님도 보게 될 수업을 준비해야 하서 마음에 부담이 있다. 차근차근 조금씩 조금씩 수업을 준비해 왔다면 괜찮았겠지만,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주말에는 경주에 가서 열심히 운전하고, 아이들과 돌아다니느라 어제도 피곤해서 잠들기에 바빴다. '차 타고 가.' 아내의 말에 결국 집에서 샤워를 하고 차를 타고 학교로 갔다.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다른 차보다 더 빨리 가려..

장마와 브롬톤 자출

퇴라길, 고글에 습기가 찬다. 하루 종일 비가 오가면서, 몸이 눅찐해졌다. 아침에도 페달을 돌리는 데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건, 약간은 삶아져서 진이 빠진 게 아닐까. 여름 자출 복장은 파타고니아 반바지에, 치즈사이클링 티셔츠를 제일 좋아한다. 속건성이면서 uv차단 기능이 있는 티셔츠를 네 개 정도 가지고 있고, 그걸 돌려가며 입는다. 파타고니아, 오름, 치즈사이클링. 치즈사이클링 제품은 L사이즈이지만, 딱 맞는다. 아직은 긴장갑을 끼는데, 며칠전 주문한 반장갑이 왔으니 이제 반장갑을 끼고 다녀야지. 핸들그립이 이제 좀 질린다. 이제 제법 오래 자출을 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자세도 많이 좋아졌다. 손목 통증은 없고, 줄이는 방법도 알기 때문에 저런 ‘기능성 그립’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조금은 예쁘거나 가..

일상사/자전거 2022.07.08

미라클 출근

집을 나서는 시간 6시 10분. 30분 가량 달린다. 7시가 되기 전에는 신호등은 깜빡이기만 해서 눈치껏 도로를 건너면 된다. 체육관으로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땀이 나지만, 대형선풍기로 땀을 말리며 머리도 말리고 옷도 입는다. 그 사이에 출근할 때 입었던 반바지와 긴팔티셔츠의 땀은 마른다. 7시 출근. 집에는 일찍 가야 하니 출근을 좀 더 앞당기기로 했다. 혼자 내리는 커피라 에어로프레스로 후다닥 커피를 내린다. 보온병에 옮겨 담고 자리로 가서 앉는다. 컴퓨터를 켜고, 네이스를 한번 보고, 공람된 공문을 확인해서 처리한다. 그리고 오늘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업무들, 다음주까지 진행되는 업무들에 대해서 정리를 해봤다. 여러 선생님들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장마에 자출

장마에 자출 이번주 월요일부터 장마라고 했지만, 진주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펜더와 머드가드까지 달린 브롬톤으로만 출퇴근을 했다. 오늘 일어나니 드디어 비가 온다. 바람은 많이 불지 않고. 벌써 산 지 4, 5년은 되어 버린 People's Poncho 비옷을 입었다. 브롬톤을 덮고 있는 저 레인커버는 다이소에서 산 비옷을 잘라서 아내가 만들어 주었다. 오늘 보니 약간 물이 새기는 하던데, 아직도 몇 번은 더 사용할 수 있겠다. 비오는 날은 자전거 도로에 사람이 없다. 비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모든 길이 내 차지다.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기분이 좋아진다. 빗방울 소리에 맞춰 이런 생각 저런 생각들이 지나간다. 머리에 닿았다가 몸을 지나고 사라..

일상사/자전거 2022.06.24

금산교 - 속사교 자출 풍경

9km도 안되는 자출길이라, 되도록이면 내리거나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섰기 때문에 좀 더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진도 조금 찍을 수 있었다. 요즘 아핌 기온은 14~18도. 파타고니아 베기스 반바지에, 기능성 소재로된 긴팔티를 입고 나선다. 프론트 페니어백 두 개를 달았다. 가방이 하나인 게 편한데, 뒤가 너무 무거워지니 그것도 불편하다. 가방 하나에는 갈아입을 옷이, 다른 하나에는 아이패드와 지갑이 들어 있다. 자전거 타기 정말 좋은 아침이다. 자전거를 못 타는 날 빼고는 모두 자전거 타기 좋은 날이다. 이른 아침, 산책로 조성이 잘 된 곳에는 역시 사람이 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걷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좀 더 건물을 이쁘게 지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일상사/자전거 2022.05.31

최초! 자전거 타고 출장

자출(자전거 출근)의 궁극적 단계는 무엇일까? 아마도 차가 필요 없어져서 차를 없애버리는 게 아닐까. 요즘 같으면 가능할 것 같다. 매일 자출을 하고, 오늘 거의 자출만으로 한 달 동안 400km를 탔다. 기름값으로만 환산하면 얼마 되지 않지만, 도로에 뿌리게 되는 분진, 배기가스, 건강상의 효과 등을 생각하면 대단하다. 자출 하는 게 나지만, 나 참 대단. 자출을 하면서 가장 큰 장애물은 날씨인데,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장마가 큰 적이다. 적은 비야 피할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지만, 장마는 좀 다르다. 비에 젖은 길이 위험하기도 하고, 너무 비가 많이 오면 시야도 가리기 때문이다. 물론, 비보다 무서운 건 바람이라, 태풍이 온다면 절대 자전거를 타서는 안된다. 작년을 생각하면, 비가 오더라..

일상사/자전거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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