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일주일 자출을 쉬었던 사이, 가을의 흔적은 지는 노을에 조금 남아 있었다. 며칠 전에는 자동차 보험을 갱신해야 했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열심히 한 덕분에, 차를 적게 타서, 13만원 가량 보험료를 돌려 받았다. 차를 타지 않게 되면 좋겠지만, 머지 않아 집에서 출퇴근이 힘들어 질테니, 내 생각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을 때는 자전거를 타야 한다.
영하로 떨어진 날이라 옷 입기에 정성을 쏟았다.
하의: 메리노울 양말, 고어택스 트래킹화, 콜럼비아 방풍바지
상의: 파타고니아 캐필렌 에어크루, 파타고니아 레트로 엑스 베스트, 파타고니아 나노에어 후디 재킷, 파타고니아 알파인 후디니 재킷
장갑은 끼지 않고, 얼마전 아들 자전거에 쓰라고 사줬던 락브로스 바미트를 내 브롬톤에 달아두었다. 손이 따뜻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맨손으로 탔는데도 바미트 안에서는 전혀 손이 시리지 않았다.
하의를 입었지만, 방품 기능이 약한 것 같다. 나의 경우 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면, 가장 차가워지는 부분이 배와 허벅지 안쪽이다. 배가 차가워 지는 건 조끼를 입으면서 해결되었다. 나노에어 베스트를 학교에 두고 와서, 집에 있던 레트로 엑스 베스트를 입었지만, 나노에어 베스트가 훨씬 좋다. 가벼울 뿐더러 땀 배출도 잘 되면서 체온을 잘 지켜주기 때문이다. 결국 영하의 날씨인데도 이너웨어에 해당하는 에어크루 하나에 재킷만 입은 격이다. 바람을 막기 위해서 후디니 재킷(바람막이)을 입었는데, 상체는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콜롬비아 방품바지는 충분히 바람을 막아주지는 못했다. 도착해서 보니, 허벅지 안쪽이 빨개져 있었다. 다른 방풍 바지를 사거나, 히트텍 하나를 입어줘야 할 것 같다. 신발은 별로 모자람이 없지만, 신발 커버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페달을 저어서 도착. 일터에서 바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다. 자출의 가장 어려운 점 두 가지가 우리 학교에서는 모두 해결된다. 짐을 보관할 수 있고, 이른 아침에도 샤워를 할 수 있다. 나는 여벌의 속옷과 헤어 드라이기를 체육관에 갖다뒀다. 샤워를 하고 갈아 입을 옷은 브롬톤 가방에 챙겼다. 겨울이 되니, 갈아입을 옷도 부피가 커진다. 일상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야 하고, 학교에 도착해서는 속옷만 갈아 입을 수 있도록 옷을 준비해야 한다.
겨울 자출의 문제는 추위지만, 거기서 비롯되는 문제는 결국 다른 때의 문제와 같다. 귀찮음과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 더 많은 짐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야 하니 여름보다 더 번거로워 진다. 추위는 막을 수 있다. 단, 번거로움을 피하면 안 된다. 겨울 자출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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