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21

늘 뒤에 서 있을께 - 딸이 자전거 라이더가 되는 과정

자전거를 타려면 페달을 밟기만 해서는 안된다. 페달을 밟으며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균형은 적당한 속도가 있어야 잡기 쉽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이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괜찮은 단계를 거치면 누구나 자전거를 탈 수가 있다. 지난여름 딸은 내 자전거 뒤에 매달린 위라이드 코파일럿을 타고 신나게 자전거를 즐겼다. 균형은 내가 잡아주니 딸은 힘이 나면 힘껏 페달을 밟으면 되었고, 여차하면 두 손을 놓고 일어서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야 할 때다.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도록 기술을 알려줘야 할 타이밍이다. 딸은 하고 싶은 게 많고, 잘하고 싶은 게 많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부터는 매일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진도를 앞..

몸쓰기의 기술 전수 : 간지럼 참기

딸은 눈을 위로 뜨더니 쌍꺼풀을 만들어 엄마를 웃긴다. 나도 질세라 옆으로 가서 눈을 위로 희번덕 뜨고 쌍꺼풀을 만들어 본다. 딸의 쌍꺼풀은 상큼하고 나의 그것은 기름지다. 이제 딸은 콧방울 양 옆으로 주름을 잡는다. 이건 당최 나도 따라 할 수 없다. 나는 혀를 말아서 딸에게 보여주며 따라 해 보라고 한다. 이번에는 혀를 옆으로 세워서 보여주며 딸을 이겨먹으려고 한다. 우리는 자기의 몸과 놀고, 몸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더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보라, 내일 내가 아플지 아닐지 알 수가 없고, 코로나 주사를 맞고 얼마나 아플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간 자신의 몸과 친숙해 진다. 어릴 때에는 추운 건과 서늘한 것과 시원한 것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감기에 자주 걸..

방학맞이 집밥과 육아

요즘 나의 크게 힘쓰고 있는 게 저녁 식사 준비다. 딸과 아들은 나를 닮아서(?) 당췌 열심히 먹지 않는다. 집에 반찬은 없고, 반찬 가게에서 사올 수 있는 레파토리는 정해져 있어서 아이들도 이제 손을 잘 대지 않는다. 방학을 맞이해서 나는 저녁 만큼은 새로운 반찬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살림을 하게 되면 우선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 지 다 파악해야 한다. 나는 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 일을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데 관심이 많다. 며칠 냉장고에 신경을 쓰다 보니 냉장고에 있는 채소며 식재료들은 파악이 다 되었다. 메뉴를 구성할 때는, 오늘은 애호박 반 개로 된장끓이고, 내일은 그 애호박으로 전을 부치는 식으로 연계가 되어야 한다. ..

안경을 잃어버린 아들에게 비폭력대화의 방식으로 마음 전하기

올해 들어서 지속적으로 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 마음을 전하고, 설득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화에서 목적이 설득은 아니다. 대화의 목적은 관계다. 나는 관계가 어렵고, 다행인 점은 나만 어려워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의 말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시도하고 실천하고 있다. 비폭력 대화란 비폭력대화에 대해 공부하는 바를 쓰게 되겠지만, 간략히 정리하면, 비폭력대화란 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하지 않고, 되도록 기다리고 관찰하며, 그 사람의 말에 드러나지 않은 감정과 욕구를 이끌어 내고, 나의 감정과 욕구를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하는 대화이다.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대화. 이런 대화의 전제는..

너를 사랑하려고 아빠는 태어났어.

딸은 아직도 독재자다. 내가 등을 보이면 늘 엎히고, 나를 이리오라 저리가라 한다. 먹다가 남는 건 나에게 버리고, 내가 먹는 맛있는 건 뺏아먹는다. 안으려고 하면 등을 돌리다가도 '싫어'하는 데도 날 와서 안는다. 사진을 찍으려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를 찍으면서 웃는다. 아침에는 '아빠 간다' 해도 쳐다보지도 않다가, 잠자러 갈 시간이 되면 나에게 쪼르르 와서는 '나, 좀 옮겨줘~.' 라며 나무처럼 곧게 서 있는다. 내일이 딸의 일곱살 생일이라 오늘은 편지를 썼다. 길게 쓸 수도 있지만, 너무 길면 읽기 힘들어할까봐 '잘 커줘서 고맙다는 말' 조금, '사랑한다는 말' 많이 넣어 간단히 썼다. 내일은 아무 약속도 없고, 딸이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게 내가 되도록 옆을 지키고 있을..

초등 아들이 좋아하는 여학생, 사귀자고 말해야 겠어?

“어떻게 고백하지?” 초등 4학년 아들은 이미 “사귄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들어봤고, 자기도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기면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일단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준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도 고맙다. 나는 아들 나이에, 아빠나 엄마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자주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했다. “아빠, 조** 만나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사귀자고 말할까?” “아니, 니가네가 생각하기에 ‘사귄다’라는 게 무슨 말이지? 네가 그냥 그 친구와 무얼 하고 싶은 지 생각해봐.” 초등학생들이 ‘사귀는 사이’ 라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관계가 ‘명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아들에게는 그 친구와 무엇을..

우리 동네 태권도장 : 드림태권도(진주시 초전동), 우리 아이에게 맞는 태권도장 선택하기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아내로부터 조언을 하나 받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대해 써라. 제 블로그에는 제가 관심가지는 것들에 대한 내용을 올리고 있습니다. 주로 학교, 수업, 아이들과 다니는 여행지 등에 대해 쓰는데, 아내는 우리가 사는 동네에 대한 정보를 올려주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나 말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것들에 대해서 쓸만 한 이야기들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처에 사는 다른 분들에게 우선 도움이 되면 합니다. 제 아들은 6살부터 드림태권도에 다녔고, 이제 6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태권도장과 비교하는 글을 될 수 없겠지만, 어떤 점에서 이 곳을 추천할 만 한지만 정리해봤습니다. 인근 지역에 살면서 아이들 태권도장을 어떻게 선택할 지 고민하시는 분에게 도움이 되었..

딸은 갑자기 이가 아프다며 울었다

어제 저녁 수박을 먹는 중이었다. 아직도 가끔 밤에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때가 있어서 아내는 6시가 지나면 딸이 뭘 먹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어제는 놀다가 시간이 늦어져서 7시 쯤에 같이 수박을 먹었다. 딸이 갑자기 아프다며 우는데, 입술 아래를 깨문 모양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어서 업어줬다. 아야, 아야 하면서 우는데, 이가 아프단다. 곧 나아지겠지 했는 데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그냥 혀를 깨물거나 입 안을 씹은 거라면 금방 진정이 될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오늘 아침 밥을 먹다가 또 아야 한다. 어제와 같은 이다. 만져보니 아랫니 하나가 흔들흔들. 유치를 뺄 시기가 되었구나. 쑥쑥 자라는 걸 보면서도 딸이 유치 뺄 때가 되었다는 게 낯설게 느껴진다. 요즘은 왜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치과는 모..

오로지 아들 생일

아이들은 모두 그런가 아님 우리 아들이 유달리 그런가. 아,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다. 아침 7시 아들이 미역국을 앞에 놓고 울고 있다.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아들의 울음 소리에 어리둥절해서 일단 식탁에 앉는다. 아들이 우는 이유는 ‘생일인데 가족 모두 같이 밥을 먹으며 축하해 주지 않는다’ 는 것. 평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밥 먹는 걸 좋아하는 아들인데, 생일이라고 이렇게 달라지기냐? 아침 밥 먹고 나서는 곧장 나가서 택배 하나를 보내고, 아들 케이크를 사왔다. 화상채팅을 하며 아들에게 케이크를 생중계하고 마음에 드는 녀석을 사가지고 왔다. 아들은 폭죽을 터트리고 동생은 겁이 나서 다른 방으로 가고. 그래도 케이크에 기분이 좋은지 초콜릿 토핑은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어제는 동생에게 오빠 ..

6살 딸에게 읽어주는 노인과 바다

딸에게 노인과 바다를 읽어 주고 있다. 딸을 재우면서 늘 옆에서 나는 책을 읽는다. 딸은 잠을 자고 싶지 않아서 내곁으로 고개를 밀고 내가 뭘 하나 본다. 나는 거듭 누우라고 눈을 감으라고 한다. 그러다가 가끔 내가 읽고 있던 영어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엊그제부터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있는데, 내가 딸에게 책 읽어줄까 했다. 그랬더니 좋다고 해서 책을 골랐다. 6살 딸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그래도 좀 나오는 책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인과 바다'라는 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너무 유명한 책, 너무 재미있다는 영화에는 손이 가지 않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나는 그렇다. 베스트셀러를 그 베스트셀러가 한창일 때 읽어본 적이 없다. 노인과 바다는 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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