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려면 페달을 밟기만 해서는 안된다. 페달을 밟으며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균형은 적당한 속도가 있어야 잡기 쉽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이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괜찮은 단계를 거치면 누구나 자전거를 탈 수가 있다.
지난여름 딸은 내 자전거 뒤에 매달린 위라이드 코파일럿을 타고 신나게 자전거를 즐겼다. 균형은 내가 잡아주니 딸은 힘이 나면 힘껏 페달을 밟으면 되었고, 여차하면 두 손을 놓고 일어서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야 할 때다.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도록 기술을 알려줘야 할 타이밍이다. 딸은 하고 싶은 게 많고, 잘하고 싶은 게 많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부터는 매일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진도를 앞질러서 배우지 않은 것도 연습한다. 엄마나 오빠가 연습하는 곡을 자기도 하고 싶어 한다. 미술학원에서도 늘 열심히 하는 편이라 미술 학원에 다녀오면 좀 피곤해할 지경이다. 유치원에서 줄넘기 대회를 할 때에는 매일 나가서 줄넘기 연습을 했고, 골든벨 퀴즈 대회를 할 때는 꼭 트로피 타고 싶어. 라며 퀴즈로 나올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어제는 보조바퀴를 달고 탔고, 오늘은 보조바퀴를 떼어내기로 했다. 안장은 한껏 낮추어 주었다. 양발이 땅에 닿도록 하면 일단 불안감이 덜하고, 브레이크 조작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딸에게는 두 발로 밀면서 앞으로 나가는 연습을 하라고 시켰다. 보조바퀴에 의지하다가 갑자기 없으니 당황스러워 했다. 그래도 열심히 발을 저어 가는 데, 페달에 자꾸 복숭아뼈가 닿아서 아파했다.
그럼 페달을 떼어내면 되지
아는 분에게 얻어온 오래된 자전거라 이곳저곳이 지저분하다. 페달은 특히나 잘 안 풀릴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렌치와 망치를 들고 땀을 흘리며 간신히 페달을 떼어냈다. 그리고 다시 나가서 열심히 발로 밀어 본다. 내리막은 발로 밀지 않아도 되니 오롯이 균형 잡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완만한 내리막을 몇 번이고 왕복하며 균형 잡기만 연습했다.
늘 다니던 산책길을 딸은 발로 밀며 다녀왔다. 균형을 잡게 되면 팔에 손에 힘이 별로 들어가지 않을 텐데, 어떻게든 자전거를 바르게 잡으려고 용을 쓰다보니 딸은 팔에 피로감을 느꼈다.
팔이 아프면서도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는다. 내일은 페달을 달아볼까 생각했다. 딸이 훌쩍 자라는 모습을 목격하는 나는 적잖이 당황스럽고, 많이 행복하다. 아이 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좋은 행복이 될 거라는 것을 어렴풋하지만 일찍 깨달았던 나를 칭찬하고 싶다.
매일 밤 딸은 잠들러 가기 전에 나에게 와서 "아빠가 안아서 데려가 줘." 한다. 딸은 안아 들고 나는 요즘 무겁다고 엄살을 떤다. 딸은 "내가 백 살이 되어도 이렇게 안아줘야 돼"라고 한다.
그러고 싶어, 딸
'일상사 > 아빠로살아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 종이 신문 읽자 (2) | 2022.03.01 |
---|---|
초등학교 입학 준비와 보조바퀴 (0) | 2022.02.26 |
아빠의 퇴원과 한상 차림 (0) | 2022.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