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121

진주 아침 자전거 출근길 - 안개 도시

어쩌면 안개는 늘 아침마다 자욱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던 부산도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핸들바를 적실만큼 안개를 헤치고 다니는 건 진주에 와서 자전거 출퇴근 하면서만 하게 되는 경험이다. 안개가 자욱한 날이 자주있는데, 오늘은 유독 심했다. 빠르게 달리는 차라면 위험하겠지만, 자전거는 느리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나를 봐야 내가 안전하고 그도 안전하니 프론트 라이트도 후미등도 깜빡이게 만들어 놓고 자출을 나선다. 아내 덕분에 전기장판을 켜고 잔 건 벌써 열흘이 넘었지만, 바닥 난방은 하지 않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밖은 너무 차갑다. 떨치고 일어나 나와야 하는데, 다시 움츠러 든다. 잘못 뛰쳐 나온 것처럼 일어났다가도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아니다. 어쩌면 추워서 라기 보다는 어제 늦게..

일요일 아침 새소리 라이딩

일요일 아침 혼자 산책하듯 라이딩 하기 좋은 날이다. 가을이라 더 좋다. 날씨에게 미안해서라도 몸을 일으켜 나간다.  출근하는 길과 같은 방향이다. 그래도 옆길로 샐 수 있으니 출퇴근과는 다르다.  핸들바를 바꾸고 좀 더 편한 자세로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클엔빈 회원님들의 의견을 들으니, 따로 ATB를 한 대 마련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집에서 차를 준비해서 갔다. 따뜻한 차를 마셔도 열받지 않는 날이다. 까치, 까마귀, 멧비둘기 아닌 새들의 소리도 들린다.  오랜 만에 신어보는 클릿슈즈도 한 컷. 이쁜 양말이 필요하구나. 이렇게 일요일 아침이 지나간다.

카테고리 없음 2024.09.30

다윈과 인간의 허파

다시 종의 기원 어차피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지난번 독서 모임에서 '종의 기원'은 딱 반만 다룰 수 있었다. 한 달의 시간이 있었지만 간신히 반을 읽어갈 수 있었다. 독서 모임 멤버들이 있는 채팅방에서는 한번에 끝내겠다 호언했었는데, 그렇게 끝내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 달 모임은 '종의 기원'의 남은 반이다. '인간의 조건'을 읽다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강독'을 읽으니 이제는 어떤 책이고 못 읽어 나갈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읽다 지쳐 쓰러지더라도 장벽 같은 단어에 겁먹지는 않는다. 그저 이해 못하고 넘어가는 문장이 있을 뿐이다. 내 부족한 지력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방법은 하나 뿐이다.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게 무엇..

2024년 2월 먼북소리 모임-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

책: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 저자: 양자오 모인날/시: 2024.2.16.(금) 19:00~ 참석자: 5명(+1명) 나는 민주주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걸 의식하고 있는가? 얇고 작아 잘 넘어가는 책이라고 쉽지 않다. 평소 의식하지 못하던 것 혹은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것에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우선 내가 그것(여기서는 민주주의)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접점이 적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에 대해서 말하기가 쉬운 까닭은 우리가 늘 라면을 끓이고 먹고 여러 개의 라면을 비교해 보기 때문이 아닌가. 알아야 할 것이 적어서 알기가 쉽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면.... 토크빌은 9개월 간의 미국 생활 동안 관찰한 내용+공부한 내용으로 미국의 ..

책/책모임 2024.02.16

정혜윤PD의 강연 - 삶의 발명(진주문고, 중소기업진흥공단)

231128(화) 19:00~20:30 정혜윤 PD 강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정혜윤 작가님은 생각보다 키가 컸다. 그게 내 인상이었다.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궁금함이 제일 컸다. 어떤 차림을 한 사람인가도 궁금했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라 겉모습에도 그 이야기의 느낌이 묻어 나올 거라 생각했다. 편하게 웃는다는 점에서, 과하게 꾸민 듯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모습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구나 생각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세 가지가 있어요. 혹은 두 가지가 있어요.'식으로 딱 그 개수를 정해서 이야기했다. 마이크를 입에 딱 붙이지 않아서 소리가 작아질 때가 많았고 마이크가 잘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사람들에게 잘 들리는지 궁금해했다. 무대에서 내려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단어의 사..

책/책모임 2023.11.29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음식점을 만나려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음식점을 발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오해가 몇 번 쌓여야 어떤 것을 꺼리게 될까. '나 홀로 집에' 때문일까? '해리포터' 때문일까? 아들은 크리스마스 이브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고 했다.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는 터라 기다려서 먹는 맛집은 찾지 않는 편이라 크리스마스의 스테이크는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방학을 하자마자 스테이크 집으로 데리고 갔다. 작은 도시 진주에는 스테이크를 먹을 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만 모르고 있나?) 네이버 지도에서 양식으로 검색하면, 대개는 이태리 음식이었다. 스파게티는 참으로 흔하고 가까운 음식이 되었다. 아무튼 진주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음식점을 찾았고, 점심 예약도 가능..

블랙팬서, 이성자 미술관, 커피플라워 케냐

아들은 갑자기 블랙팬서를 보러 가자고 했다. 같이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약속한 딸은 침대로 가서 눈물을 흘린다. 나는 비폭력대화를 떠올리며, 아들과 딸과 대화한다. 누구도 마음 다치지 않았다. 딸은 물론 기분이 상하기는 했다. 영화는 예매를 취소하고 시간을 조금 미루고, 딸은 같이 영화는 보지 않아도 온가족이 집을 나서기로 했다. 휴. 블랙팬서는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지 괜찮았다. (스포일러 있음) 비브라늄을 가진 새로운 종족을 등장 시킨 것은 새롭다. (마블 코믹스를 보지 않으니, 거기에서는 이미 그런 존재에 다루고 있었다면, 마블 코믹스를 보는 사람에게는 전혀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기는 하겠다.) 하지만, 네이머와 탈로칸의 서사를 충분히 쌓기에 3시간이 안되는 상영시간을 짧기만 했다. 게..

나의 수업 나눔 사례

올해 초 온 공문을 보고, 수업 나눔 교사를 신청했고, 오늘이 수업 나눔을 하는 날이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자기 연찬을 위해 도입한 것 같은데, 누구나 다른 학교 선생님의 수업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나는 아직 다른 학교 선생님 수업을 보러 가본 적이 없고, 그래서 내 수업에도 많은 분들이 참관을 오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근거없는 예상은 빗나가게 마련이고, 15명 넘는 선생님이 일단 신청해주셨다. 몇 분 더 오시기는 했는데, 12분의 선생님이 참관자 등록부에 이름을 남기셨다. 멀리 통영, 하동에서도 오신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수업을 준비하면서 부담이 더 되었다. 그런 거리를 달려 와서 봐도 좋을 만한 수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러한 욕심은 대개는 지나친 의욕 혹은 긴장으로 이어지..

토요일 샌드위치 금산 @노네집

어떤 이유에서인가 브리또가 자꾸 먹고 싶었다. 검색해 보니, 브리또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 있기는 하다. 경상대에 한 곳, 진주역 근처에 한 곳. 그런데, 거기까지 가려니 귀찮다. 혼자 가서 포장해서 올까 했더니 시간도 애매하다. 샌드위치 집을 검색한 적이 있었고, 그때 봤던 "노네집"은 우리 집에서도 멀지 않고, 블로그를 보니 괜찮아 보여서 가족을 모두 데리고 갔다. 장마철이긴 한데, 비는 오지 않는다. 아예 맑다는 예보가 있었다면 우리는 새로 산 파라솔을 들고 해수욕장으로 갔을 것이다. 오늘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맛있는 샌드위치"는 좋은 해결책이 되었다. 노네집은 11시에 문을 열고 7시에 닫는다.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논뷰가 좋다. 논뷰만 좋은 줄 알았는데, 바람이 부니..

금산교 - 속사교 자출 풍경

9km도 안되는 자출길이라, 되도록이면 내리거나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섰기 때문에 좀 더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진도 조금 찍을 수 있었다. 요즘 아핌 기온은 14~18도. 파타고니아 베기스 반바지에, 기능성 소재로된 긴팔티를 입고 나선다. 프론트 페니어백 두 개를 달았다. 가방이 하나인 게 편한데, 뒤가 너무 무거워지니 그것도 불편하다. 가방 하나에는 갈아입을 옷이, 다른 하나에는 아이패드와 지갑이 들어 있다. 자전거 타기 정말 좋은 아침이다. 자전거를 못 타는 날 빼고는 모두 자전거 타기 좋은 날이다. 이른 아침, 산책로 조성이 잘 된 곳에는 역시 사람이 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걷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좀 더 건물을 이쁘게 지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일상사/자전거 20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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