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58

수능격려문 작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수능격려문 쓰기 활동을 한다. 창체 시간 2시간 동안 한 학급당 1~2개의 작품을 만든다. 격려문 쓰기라고 하면, '몇 개의 문장'을 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종결과물은 수능격려 포스터 그리기에 가깝다.모든 학생들이 작품 완성을 위해 뛰어들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완성된 작품은 우리 학교 1층과 2층을 채운다. 올해에도 다양한 작품이 나왔고, 그런 작품은 요새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게 뭔지를 알 수 있는 방편이 되기도 해서 보기에 즐겁다.완성된 격려문을 붙이는데, 특히 3학년이 있는 2층에 붙일 때 3학년 학생들이 아주 즐겁게 감상했다. 지금 2학년 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수능격려문을 만든 것일까?

수능 2차 점검과 오늘의 귀여움

오늘(241007) 수능 시험장 2차 점검이 있었다. 마지막 3차 점검이 남아 있다. 방송테스트용 CD를 방송실에서 틀고, UPS도 작동시킨다. 시험실로 쓰일 교실을 돌아다니며 음량은 적당한지 잡음은 없는 지 살핀다. 오늘은 교실에 지워야 할 낙서가 있는지도 살펴봤다. 그리고 사진으로 남기는 데, 한 교실에서 본 저 스티커. 많이도 모았구나. 어떤 빵이나 과자를 먹고 모아서, 누가 언제 붙이기 시작했을까? 수능시험장을 준비할 때는 저걸 떼어내야 한다. 오늘 관찰한 귀여움.

허리를 지킬 것인가 식물을 돌볼 것인가

우리 학교 1층 복도에는 제법 큰 화분이 있다. 내 기억에는 5층 학생 공부 공간을 만들면서 식물을 넣었었는데, 돌보는 이도 없고 환기도 잘 되지 않아서 나무를 우리 학교에서 두 번째로 바람이 잘 드는 1층 교직원 화장실 앞에 두었다. 햇볕은 싫어하는 식물도 있고, 좋아하는 식물도 있어 어렵지만, 어떤 식물이든 '환기'와 '비'는 좋아한다. 작년까지는 교무부장, 올해 1학기까지는 융합교육부장이었던 선생님은 비가 오면 저 식물들을 밖에 내놓으시고는 했다. 때마침 입구에는 장애인 걷기 보조를 위한 엠보싱 무늬 타일이 놓여 있어서 바퀴 달린 저 화분을 내놓는 게 쉽지 않다. 허리를 숙이고 바퀴를 잡고 끌고 가야 한다. 오늘 비가 왔고, 아침에는 나 뿐이라 식물들을 밖에 내뒀다. 비를 하루 종일 맞는 걸 보니 ..

좋아하기로 결심

나는 아직도 학생들과의 스몰톡이 어렵다. 요즘 사람들이라면 T성향이 강해서 그렇다고 할까. 오늘은 뜻하지 않게 두 명의 학생과 이야기를 오래했다. 주로 내가 이야기 했다고 해야 하겠지만, 아무튼. 교사로 사는 삶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학생'을 만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잘 지내보기로' 결심한다. 서로의 마음이 어떤지 모르고,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우리는 '좋은 기대'를 갖고 만난다. 실망하기도 하고, 생각만큼 가까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를 너무 '결론'의 관점에서 볼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의 만남이란 결국 헤어짐을 전제로 한다. 우리가 서로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가 참으로 중요하다. 인생은 계속되고, 만남과 헤어짐도 계속될테니, 그 변화의 자리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갖..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전문과 눈에 띄는 점

오늘 저녁의 뉴스는 교육부에서 내놓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다. 각 미디어가 전하고 있으며, 학교는 이 사안을 분석하고 각 학교의 인성부 혹은 유사한 명칭의 부서는 학교 규칙을 정비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대치 되는 개념은 아니지만, 체벌 금지를 선언하면서 체벌 외에 별도의 학생 지도 방식을 보장하지 않아 학교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문제를 민주적 절차에 따르되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장해야 하다 보니, 그저 두 손 두 발 다 놓게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교사들은 정말 힘겹게 싸웠으나 이길 수 없는 싸움이고 학교 안에도 밖에도 교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사안이 발생하면 온전히 혼자 내팽겨 치다 보니 선생님들도 교실이 두렵지 않..

교육과정 이야기 하는 사람들

내가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연수는 일정연수였는데, 지난 겨울 교육과정 전문가 양성과정을 듣고 나서는 그 연수가 최고의 연수가 되었다. 애들 키우느라 집합연수는 한참 동안 가지 못했고 숙박을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연수는 선택지에 없었다. 그래도 지난 겨울 한국교원대에서 시간을 보내며 교육과정에 관심이 있는 전국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은 그때 같은 분반이었던 선생님들을 만나러 대전으로 올라갔다. 기차를 탈 수도 있었지만, 진주에서 대전까지 가는데 진주역까지의 이동까지 생각하면 별로 빠르지 않았다. 물론 2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면서 책도 읽을 수 있고(요즘 2개의 독서 모임에 참여 중이다) 그림도 그릴 수 있다. 대전으로 가는 운전길에 한 시간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다음에는 기차를 타자..

교사에게는 채찍이자 보상

학교 개혁은 왜 실패하는가를 읽고 있다. 제 2부 단위학교 수준에서의 교육변화의 시작은 제 6장 교사이다. 교사의 현주소라는 단락에서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일상의 업무부담으로 인해 상황을 개선하는 데 지속적으로 신경 쓸 겨를이 없다. 1학년 학생들 코로나 확진이 또 늘더니, 선생님들의 확진도 있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고 조퇴하신 선생님이 두 분, 확진으로 학교에 오지 못하는 분이 한 분. 융합 수업 계획은 잡혀 있고 외부 강사도 오는데, 이 빈틈을 어떻게 메워 나갈지 걱정이다. 학기말 성적 확인을 끝내자 마자 선생님들은 1주간의 시간 동안 수업량 유연화를 준비하고 시행하고 있다. 어차피 16+1 체재(1학점 16회 수업, 1회 수업은 자율적 교육과정으로 운영)로 이행된다면, +1을..

새학년 맞이는 걱정과 기대와 함께 시작된다

몇 해 전부터 새학년 맞이 워크숍이라는 게 생겼다. 학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하루나 이들 새로운 학년도를 준비하기 이한 프로그램을 채워 선생님들과 시간을 보낸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편안히 쉬어야 하는 방학에 학교로 부르다니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좀 더 알찬 프로그램을 채워서 의미있는 행사로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에서의 2월이란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특히나 생기부 등등), 새로운 한 해를 맞는 기간이다. 하지만, 대개 새 학년을 준비하는 동안 혼자서 고군분투 할 뿐이다. 2월에 이런 시간을 가지면, 업무부서끼리 학년부 선생님끼리 먼저 인사하고 한 해를 계획해 볼 수 있다. 물론 한 해를 모두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래도 아무튼 준비가 가능하다. 오늘 ..

끝없는 새학기 준비와 퇴라

매일 초과근무다. 봄방학이란 용어는 이제 사용하지 않는 게 맞다. 교무부 선생님들은 생활기록부 오류 점검 중이다. 나, 교육과정부장은 새학년도 시수표 작성을 위한 기초 자료를 만들고 있다. 이것까지 준비하고 나면, 교육과정부장 일년 한 바퀴를 돌게 된다. 한 해 더 하면 더 나을까? 모를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자전거로 오는 그 길만이 즐거움이 된다. 혼자라서 좋고 조용해서 좋고 움직여서 좋다. 누구도 앗아갈 수 없고 방해할 수 없는 시간을 나는 달린다. 교사란 직종에 몸 담고 있으면 자주 ‘사명감’을 강요 당한다. 대개 사명감 없이는 이 임무를, 이 업무를 다 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 피어 오르는 사명감으로는 안 된다. 그래서 강요하는 이가 많다. 하루 정도는 멍때리며 새학기 생각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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