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58

고등학교 교육과정 부장인 사람의 하루

퇴근길 자전거를 일부러 세우고 사진을 찍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사진으로 남길 좋은 일 따위가 생기지 않는 나날이다. 어쩌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내게 없어서 일 수도 있다. 오늘은 일부러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석양을 본다. 오늘 한 일 7시 20분 학교 출근 수업 3시간 학교로 찾아오는 공연 섭외를 위한 각 학년부장과의 대화, 체육과 선생님들과의 대화, 관련해서 협조 메시지 발송, 공연사 담당자와 연락, 행정실과 이야기 고교학점제 기반 조성 계획 수립 및 상신 전학공 작가와의 만남 기획을 위한 지출 상신 공간조성을 위한 인사이트 투어 출장 상신 선택과목 안내를 위한 학생 자료 만들기 '내가 만드는 교육과정 이야기' 수상 내역 확인 및 결..

영어교사 공부방과 고민의 공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대한민국 어느 땅의 영어 선생님들과 영어 공부 중이다. 지난 영화는 Blind Side였고, 새롭게 시작한 영화는 Promised Land 이다. 진행방법은 간단한데, 그래도 모임을 이끌기 위해서는 촘촘한 진행이 필요하다. 아무런 지원도 없이, 이 곳을 꾸려나가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오늘은 일종의 고민글*이 올라왔다. *정년까지 할 수 있을까? 어떤 학교급에 있든지 영어교사로 정년을 다 마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선생님이 제법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있는 지역에서는 영어교사들이 진로교사로 가장 많이 진로를 바꾸었다고 들었다. 아무튼 이제 나에게도 아주 먼 미래가 아니다. 그리고 나도 "정년까지 하기 힘들 것 같다." 라는 생각을 제법 자주 했다. 그런 생각을 하기..

배제의 교무실

늘 도움이 되는 글을 볼 수 있는 서울비님의 블로그. 대개 생산성에 대해 잘 다루시는데, 오늘은 교무실의 배타적인 문화에 대한 글이 있다. https://seoulrain.substack.com/p/014-?s=r 이란 책을 읽고 정리한 생각인 것 같은데, 아래 부분에는 공감하게 된다. "사람은 안 바뀐다"를 습관적으로 공유하는 조직이 처하게 되는 위기 상황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무례하고, 불성실하며, 음흉하기까지 하다고 손가락질 하면서 특정한 누구누구와는 앞으로 더 이상 협력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하지요. 학교 사회는 "사람의 변화 가능성"에 기반해야 한다. 학교에서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하는 학생들이 그렇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학교의 존재 가치란 무엇인가? 규율과 규칙으로 통제하고자 한다면, ..

수업 준비하기 싫을 때

일을 하기 싫어서 미루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그 일을 큰 덩어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일의 덩어리가 커 보이니, 그 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고 그래서 미루게 된다고. 그의 해답은 그러니 간단하다. 큰 일을 작은 일로 쪼개면 된다. 그리고 작은 일을 해나가면 결국 큰 일도 해낼 수 있게 된다는 것. 주말에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안고, 아이들과 놀며, 아내와 시간을 보내며 와중에 머리 속에 그 일을 담고 있었는데, 결국 다 하지 못했다. 이런 불쾌감. 월요일에는 더 일찍 출근해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생각하던 일을 재빠르게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출근하면, 또 그 날의 새로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가 있다. 주말에 해야 하는 일은 주말에 했었어야 했는데, 이렇..

남겨진 디저트와 시험 끝

시험이 끝나고 나면 학생들은 대개 곤죽이 되어 있고, 시험 직전에 그랬던 것처럼 수업을 힘들어한다. 혹은 격렬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한다. 그 마음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보면, 얼른 수업을 시작하고, 성적이 오를 수 있도록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내일 협의회 간식도 사려고 밖으로 나섰다. 한 커피숍에서 그릭 요구르트 메뉴를 팔았다. 6000원짜리 그 메뉴를 시키고 기다렸다. 플라스틱 커피용기에 그릭 요구르트, 그 위에 시리얼, 블루베리 등이 얹혀 있었다. 그럴듯해 보였다. 차가운 셔벗 같은 요구르트를 기대하며 한 숟가락 뜨려는데, 잘 퍼지질 않았다. 씨리얼과 블루베리를 헤치고 들어가서 요거트를 한 스푼 떠서 입에 넣는데, 약간 치즈향..

욕망의 매개, 대상자a

이카루스의 추락 한귀은 교수님 우리 학교 전학공 모임으로 오늘은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한귀은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주제는 또 하나의 교육, 문화 비평 이었다. 제목도 보지 않고 강의하는 분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당연히 참석한다고 했지만, 제목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2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교수님은 생각을 잘 이어나갔다. 물론, 이어나가는 길은 이쪽저쪽 쾌속으로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과 "미나리"와 "자크 라캉"을 오갔다. 내 마음대로 요약 기억나는대로, 정리를 해보자. 욕구는 채울 수 있지만, 욕망은 채워질 수 없다. 신드롬은 집단적 무의식 욕망이고, 욕망은 욕망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만으로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욕망은 채워지지 않은채,..

학교에서 대화가 가능할까?

대화란 무엇일까. 점점 대화하게 되는 선생님이 늘고 있다. 담임을 할 때는 학년교무실에 있는 선생님들이 거의 유일한(?) 대화의 상대였다. 그리고 대화의 주된 상대는 대개는 학생이다. 한데, 올해에는 좀 달라졌다. 더 많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게 나의 일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꿈꾸지만, 소통하고 있다라는 느낌은 누가 얼마나 갖게 되는 지 모르겠다. 분명 서로 굉장히 친해보이는 선생님들이 있고, 그 분들은 서로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나도 그렇게 느끼는 동료 선생님들이 있다. 그럼 어디서부터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동료가 출현하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누구에게 공감하느냐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이해관계에 부딪힌다고 생각할 때, 서로 등을 돌리게 ..

학교의 변화는 가능하다

학교의 변화는 가능할까? 어떤 변화를 말하느냐에 따라 답은 다르다. 학교는 늘 변화하고 있으나, 변화되지 않는 부분,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너무나 더디게 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코로나가 세계인을 덮쳤을 때, 누군가는 이를 기회로 삼자고 했다. 위기는 곧 기회다 라는 진술은 뭔가 힘을 불끈 나게 하는 매력은 있지만, 뼈를 깍는 노력으로 끝끝내 살아 남은 자만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사람의 마음을 얻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의 영역에서 여러가지를 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잠시 학교가 멈추었을 때, 재빨리 정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 구석구석은 법과 규정의 지배를 받고 있고, 법과 규정이 그렇게 빠르게 바뀔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잊혀서 좋다

잊힌다. 얼마나 빠르게 잊히느냐는 상관없다. 유치원 선생님도, 초등학교 선생님도, 중고등학교 선생님도 결국 잊힌다. 교사는 잊혀야 하는 존재라고 어떤 교육자가 이야기했다. 강아지 똥풀 속 강아지똥처럼, 사라지고 나서야 꽃을 피운다. 어떻게든 좋은 교사가 되겠다와 나쁜 선생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두 축을 오간다. 학생들과 함께 있으면, 당장 나의 역할이 어마어마 한 것 같지만, 결국 학생들은 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 어른,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양분을 얻고, 소화시키고, 성장한다. 성장이 빠른 학생도 있고, 늦디 늦은 학생도 있다. 학생들에게 잊혀질 수 있다는 점은 지금의 내 부담을 줄여주는 주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담임을 했던 학생들을 만나면, 내 눈은 애틋해지고, 내 손은 아이를 불러 세운다. ..

긴급하게 긴급한 일

학교로 가는 길 전화기 진동이 울리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최근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확진이 늘었고, 그만큼 학교는 힘들게 돌아간다. 여전히 확진을 받는 선생님이 나오고 있다. 살펴본 바, 아이가 확진되는 경우 부모는 2, 3일 안에 반드시 확진이 된다. 꼭 아이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확진을 받으면, 곧 확진이 된다. 학생들도 친한 학생들은 순서를 달리하며 확진이 된다. 이쯤 되면, 개학 후 한 2주 정도는 온라인으로 확산기를 좀 늦출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30만이면 정점일거라고 했지만, 그 30만은 넘은 지 오래고, 3월 말이면 정점을 찍고 내리막으로 돌아설거라고 했지만, 아직 내리막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조금만 몸이 안 좋아도, '이거 코로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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