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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채소 먹기 같은 ‘소설 읽기’

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아직도 책을 ‘많이 읽지’ 못하고 있지만, 소설은 손이 가지 않는다. 서점에 가도, 도서관에 가도 인문, 사회, 과학, 자기계발서까지는 아주 차근차근 살펴보지만 소설은 그렇지 않다. 왜 일까? 지은이의 말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소설가는 ‘내 소설은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이러이러한 주제를 전하고자 한다.’ 라고 밝히지 않는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내용과 주제를 밝혀내고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얻는 내용과 주제라는 것이 실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소설이 아닌 책의 경우, 저자의 말을 듣고, 책의 목차를 꼼꼼이 보고, 책 중간 쯤을 펴서 읽어보면 된다. 실패와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 소설을 혼자서 선택하게 되면, 실패하기 쉽..

질병은 우연이지만 환자됨이 필연은 아니다

미야노 마키코, 이소노 마호 지음, 김영현 옮김.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다다서재 2021. 이 기묘한 편지를 써보자고 말을 꺼낸 사람은 바로 저, 미야노 마키코입니다.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꽤 폭넓은 분야를 아우를 예정이었지만,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결국 생과 사를 둘러싼 다큐멘터리이자 생과 사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해후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혹은 병에 걸린 한 철학자가 '영혼의 인류학자'에게 기대며 내보낸 말들을 기록한 책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이 책을 쓴 두 저자 중 한 명인 미야노 마키코는 책의 들어가는 말을 저렇게 시작했다. 그녀는 거의 숨을 거두기 직전에 이 책의 들어가는 말을 썼다. 두 저자 사이의 편지를 보건데, 거의 마지막 즈음(이라고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미..

선입선출 - 가끔 책을 보내야

나의 집은 크지 않고, 내 책장의 책들은 아이들 책과 다투느라 그 자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지난번 새 책꽂이를 들이고 나는 내 책을 꽂을 생각에 기뻤지만, 어디서 온 것일까, 아이들의 책이 그 책꽂이의 2/3를 차지했다. 이미 읽은 책들 중 고전이나 명작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들을 이제 고르고 있다. 충분히 좋았던 책이지만 두고두고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도 한 권씩 고르고 있다. 그렇게 그 책들은 떠나가게 될 것 같다. 지난 해 읽은 책들 중, 읽은 책 목록에 기록하지 못한 것들을 찾느라 책장을 뒤적이다 이 책들을 꺼냈다. 좋은 책은 많으나, 가지고 있을 책들도 많을 수는 없다. 집의 벽을 모두 서가로 채우고 살 수 있다면 훨씬 여유가 있을텐데... 이 책들을 조금씩 옮기는 것은 어떨까. 내가 열쇠를 받..

나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를 모두 살피는 방법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 김지윤 지음 아마도 내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분을 몰랐던 것 같다. 백분토론 진행도 하셨다는 데, 나는 이 분의 얼굴도 이름도 낯설었다. 정치분야에 대한 관심도 없었던터라 더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유튜브영상에서 이 분을 알게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궁금해서 책이나 영상을 찾다가 김지윤 님의 채널을 보게 되었다. https://youtube.com/c/%EA%B9%80%EC%A7%80%EC%9C%A4TV 김지윤의 지식Play #국제정치 #미국문화 #역사 MLB 광팬, Jazz 매니아 김지윤 박사가 역사, 인문, 영화, 음악, 미국 정치까지 깨알같이 풀어드립니다. www.youtube.com 영상을 여러개 보지는 못했지만,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긴장 ..

오랜만에 글쓰기 책 : 마흔의 글쓰기 (명로진)

나이가 들어간 책 제목은 선택하지 않는다. 이 책은 순전히 저자 때문에 고른 책이다. 명로진 EBS 라디오 진행자이면서, 여행가이면서,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 이 책은 7년 전인데 그 당시 37권의 책을 썼다고 했다. 마치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디서 살고 있는 사람 같지만, 그런 생각은 빨리 접자. 내가 원하는 삶은 나만 살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의 삶이란 흘끗 보고 평하기는 좋지만, 나의 것이 아니다 아무튼 그이 목소리와 그가 영어를 말할 때의 톤 때문에 라디오에서 갑자기 마주치면 차에서 내릴 때까지 듣고는 했다. (일부러 찾아서 듣는 열성팬이 아닌 점은 갑자기 미안해지지만. 팬이란 하나의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이라는 점에서 나 같은 팬도 팬이다.라고 해두자.) 아들과 도서관에 가서 혼자 책..

그림자를 판 사나이 -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원제는 Peter Schlemihls wundersame Geschichte 페터 슐레밀의 신기한 이야기이다. 페터 슐레밀이라는 작중 화자가 샤미소(저자가 아델 베르트 폰 샤미소)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로 알려져 있고, 이야기 속 가장 큰 사건은 역시나 그림자를 파는 데서 시작한다. 내가 읽은 책은 열림원에서 ‘이삭 줍기 환상문학’이라는 기획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그림자를 판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끊임없이 금을 퍼낼 수 있는 주머니도 그렇고, 한 걸음에 7마일을 달리는 장화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장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림자’가 ‘금화’를 통해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줄거리 어떤 어려움인지..

내 침대 머리 책과 사연

우리 집에서 가장 정리를 열심히 잘하는 사람은 아내다. 그래서 내가 마음대로 어질러 놓을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아내가 잘 건드리지 않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침대 머리 맡. 요즘에는 학교에서 늦는 경우가 많고, 잠은 10시나 10시 30분 안에는 자야 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줄고 있다. 학교에서는 책을 펴는 일이 거의 없고, 모두 수업을 위해서다. 골라두고 읽어야지 했던 책들이 쌓이는데, 책을 한 권 잡고 읽다가 다른 책으로 건너가는 경우가 많다. 좀 어려우면 다른 책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나에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한 권의 책을 끝내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 내 침대 머리에 쌓여 있는 책 문학의 공간 감각의 박물학 인간의 피안 Eng..

Well designed life : 사이좋은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

지금 킨들kindle로 읽고 있는 책은 Well Designed Life 입니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을 개인의 삶에 어떻게 접목시켜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냐에 대한 책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저자가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신이 다양한 컴플렉스와 실패담을 가지고 있고 공부도 늦게 시작한 편인데, 그런 사정을 모두 들려주며 독자를 응원합니다. 자신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도 가지고 와서 우리가 얼마나 변하기 힘든가설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 나은 삶, 더 건강한 삶을 살기위한 방법을 찾을 것을 독려합니다. 이제 반쯤 읽었는데, 과거의 나(past self)와 미래의 나(future self)가 사이좋기 지낼 수 있도록 현재의 내가 좋은 조정자 역할을..

어떻게 Old Survivor는 500년을 살아남았나?

Old Survivor : 무용함의 유용함 Attention Economy(이걸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나 모르겠다.)은 사람들의 주의, 집중, 관심을 구매의 대상으로 담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대부분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그렇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쓰면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면서 ‘우리의 관심’을 쏟는다. 그리고 그 플랫폼을 만든 사람은 돈을 번다. 아주 많은 돈을 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우리는 사용자 user라고 불린다. 우리는 그저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들에게 고객은 광고주이다. 그들은 사용자의 편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광고)의 편의를 위해서 UI(User Interface)를 개선한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그들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

포토카피 : 존 버거

글로 쓴 사진(존 버거) 왜 제목이 글로 쓴 사진인가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시 궁금해져서 역자의 설명이라도 있는 지 봤다. 이 책의 영어제목은 Photocopies 이다. ‘복사본’ 정도의 뜻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책 속의 글은 무엇을 복사한 것인가? 책을 일단 읽어가다가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 책 ‘글로 쓴 사진’은 굉장히 좋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인 Photocopies 가 원어민에게는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나라의 ‘복사본’과는 다를 게 분명하다. 우리 말에서 ‘복사본’이란 무엇인가? ‘진짜가 아닌 것’, ‘진짜를 대신하는 것’, ‘진짜보다 가치가 현저하게 낮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Replica와 같은 뜻은 아니다. R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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