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194

주말 농월정. 가을가을

가을가을했다. 언제부터 명사를 두번 반복해서 써서 그 의미를 강조했을까. 그렇다고 그런 용법이 어떤 단어에나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가을가을. 만큼 어울리는 게 있을까. 두 번 반복되는 소리가 가을이 담은 색의 깊이를 더 해주는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캠핑의 계절. 농월정 오토캠핑장에 빈 자리가 없다. 사람들은 부지런히 내일 부술 집을 오늘 세운다. 우리는 '구로'에 짐을 풀고 잠시 쉰다. 이웃과 같이 온 덕분에 우리는 의자만 꺼내어 세팅하면 되었다. 덕분에 지나치게 편하게 쉬다 왔다. 그래서 그럴까. 사진도 별로 없다. 아니다. 아들은 그저 방에 들어가 형이랑 게임을 해서 그렇다. 노는 모습이 적으니 사진도 적다.   해먹 안에는 내 사랑스러운 딸이 들어가 앉았다. 밀고 당기며 장난을 치는데, 10분도..

한글날 딸과 자전거 데이트

아이들과 가기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는 혁신 진주문고다. 집에서 30분 가량 걸리는 거리라 충분히 운동이 된다. 스타벅스나 츄러스 가게도 있어 먹을 것도 있고 진주문고에서 책도 구경할 수 있다. 이전에는 몇 번 가고, 딸은 위라이드 코파일럿에 태우고 가기도 했다. 하지만 약간 힘들었는지 이제는 잘 가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네 한바퀴. 줄넘기 학원 차를 타고 다니면서 제법 동네 길이 눈에 익은 모양이다. 잎장서는 모습이 대견하다. 자전거를 탄 보상이다. 맛뵈기로 민초맛을 먹어보더니 자기 취향이 아닌 것을 알았다. 솜사탕 맛이 좋단다. 동네 힌비퀴를 히는데 한 시간 남게 자전거를 타기는 했다. 이럴거면 충무공동까지 가는 건데.. 지전거 타기 너무 좋은 날씨다. 가을을 붙들어 두고 싶다.

방학맞이 농구구경 LG세이커스

아이들은 방학을 맞이했고 평소에 해보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려고 아내는 고민이 많다. 나는 차를 타고 멀리 가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차 타는 걸 싫어해서 멀리 가는 건 옵션에서 뺐다. 그래서 오늘은 농구를 가기로 했다. 경기를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하는 게 나은데, 그래도 농구를 보고 나니 직관하기에는 농구가 딱 좋더라. 경기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영화 한 편 볼 시간 정도면 한 경기를 볼 수 있고, 실내 경기라서 좋고, 응원가도 율동도 단순해서 따라하기 쉬웠다. 아들은 농구를 배운 적이 있어서 약간 관심이 있었지만 집에서 티비를 보지 않기 때문에 스포츠 중계를 챙겨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딸은 당연히 농구장이 처음인데, 농구 경기는 룰이 단순한 편이라 관람에 어려움이 없었다. 지역 연고팀이 있으니 ..

딸의 방학 동안 충성해주기

화요일, 수요일. 관악부연습도 돌봄도 없는 딸은 온전히 방학이다. 차 타는 걸 싫어해서 어디 멀리 데리고 갈 수 없어서 딸이 좋아할 만한 코스로만 움직인다. 진주문고 - 맥도날드 - 문구점 - 망경싸롱 망경싸롱은 딸이 좋아하능 코스는 아니지만, 동영상을 보여주며 나는 근 일년만에 망경싸롱 커피 맛을 본다. 아메리카노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다. 우리 딸은 포차코를 제일 좋아한다. 각종 귀여운 녀석들을 파는 가게를 알아뒀다가 오늘 찾아왔다. 이걸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걸까 싶지만, 이제 사람들은 그저 귀여워서 이뻐서 물건을 사는 세상이다. 구경은 잠시, 딸은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골라서 나에게 계산을 맡긴다. 다른 가게에도 가려고 걷기 시작한다. 딸은 힘들다며 내 팔을 잡아 끈다. 그래도 기어이 찾아 갔..

아들의 사춘기가 움트다

아들은 벌써 중학교 입학을 준비한다. 한창 갖고 싶은 게 혹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들에게 계속 돈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엄마가 지칠 때까지 뭔가를 계속 이야기 하는 바람에 이제 아들 물품 쇼핑은 내 몫이 되었다. 롯데몰 나이키 매장으로 갔다. 군인 가방처럼 생긴 가방인데, 나도 마음에 들고 아들도 마음에 들어했다. 가격은 119,000원. 흠. FILA에서 본 책가방은 15만원이니 이 정도면 저렴하다고 해야 하나. 다른 곳에서도 보고 같이 본 가방이 모두 마음에 든다고 했다. 결정은 하지 못했으니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시원시원하게 돈을 쓰지는 못하는 나라서, 가방이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도 결국 아들이 원하는 걸 사주기로 했다. 아들은 산타에게 학원 가방을 선물 받고 싶단다. ..

왜 아빠는 미안하단 걸까

아빠는 미안하단다. 원해서 다친 것도 아니고 원해서 수술을 또 해야 하는 게 아니고, 와중에 아빠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미안하단다. 나에게 잘못한 게 없고, 아빠는 내게 빚진 것도 없는 데 미안하단다. 아빠는 어떠해야 내게 미안하지 않을까. 아빠의 카톡 프로필 사진은 벌써 2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아래에는 '역시 자연이 좋아.'라고 적혀 있지만, 아빠는 2년간 산에 가 본 적이 없다. 두 발로 힘차게 걷지 못하고 있다. 1톤짜리 무게에 깔려 그 형태를 잃었던 우리 아빠의 발은 그래도 수술 덕분에 발등까지는 모양을 제법 갖추었다. 하지만 지난번에는 발가락뼈를 덮고 있는 살이 부족해서 피부가 자꾸 탈이 났고, 그래서 또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좀 잘라냈다. 마치 손발톱을 자르듯 이렇게 수술을 해도 되는..

복숭아를 깍습니다

복숭아를 무척 좋아하는 아내는 복숭아 털 알레르기가 있다. 복숭아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가 지나가기만 해도 아내는 팔이며 손이 간지럽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는 복숭아를 좋아한다. 그러니 나는 사오고 씻고 깍아야 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복숭아를 깍아 먹은 적이 없다. 우리 엄마는 복숭아를 씻어서 조각으로 잘라 줄 때는 있었어도 깍아주지는 않았다. 출장 갔다가 퇴근하는 길에 하나로 마트에 들렀다. 올해 복숭아는 처음 산다. 우리 가족은 모두 단단한 복숭아를 좋아한다. 손으로 눌러볼 수 없지만 단단한 놈을 잘 골랐다. '단단하다'고 쓰여 있을 때도 있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뒤집어서 꼭지 부분을 잘 봐야 한다. 꼭지가 이쁘지 않으면 맛도 없다. 복숭아를 깍아 주니 아내는 고맙다며 먹는다. 나는 과피에 붙은 ..

딸이 감기에 걸렸다

어제 밤 딸은 목이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열이 조금 있었다. 오늘 아침 열이 여전했다. 37도를 조금 넘겼지만, 학교로 보낼 수는 없었다. 아침으로 내가 준비한 메뉴는 스프와 참치주먹밥. 딸은 스프만 간신히 먹었다. 가뜩이나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요즘 아침 메뉴에 신경쓰고 있는데, 오늘 아침은 실패다. 아내와 병원에 다녀왔고, 해열제를 먹고도 열이 37도 밑으로 떨어지지를 않아서, 오후 5시에 다시 병원에 가서 독감 검사를 했다. 독감은 아니다. 검사를 위해 코 안을 찔러서 딸은 기분도 좋지 않다. 샌드위치를 먹이고 좋아하는 젤리와 과자를 사러 집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젤리를 먹지 않고 쫄병스낵부터 먹는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여전히 체온은 37도를 조금 웃도는 데도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지는 ..

세탁기에 넣으면 안되는 것

딸은 갑자기 울고 있었다. 일어나자 마자 왜 딸은 울었어야 했을까. 오빠랑 싸웠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선생님에게 받은 쿠폰 때문이었다. 짝을 바꾸는 날, 자신이 원하는 짝을 선택할 수 있는 쿠폰이 바람막이 재킷 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걸 나는 빨았고, 딸은 그걸 아침에 일어나서 알게 된 것이다. 진심으로 울 일이 있고 되돌릴 수 없는 일도 있다. 선생님에게 대신 말해주겠다고 엄마가 안심을 시켰지만, 딸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중에 아내가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단다. 그리고 딸이 일어난 일을 이미 선생님에게 이야기 했단다. 장하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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