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벌써 중학교 입학을 준비한다. 한창 갖고 싶은 게 혹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들에게 계속 돈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엄마가 지칠 때까지 뭔가를 계속 이야기 하는 바람에 이제 아들 물품 쇼핑은 내 몫이 되었다. 롯데몰 나이키 매장으로 갔다. 군인 가방처럼 생긴 가방인데, 나도 마음에 들고 아들도 마음에 들어했다. 가격은 119,000원. 흠. FILA에서 본 책가방은 15만원이니 이 정도면 저렴하다고 해야 하나. 다른 곳에서도 보고 같이 본 가방이 모두 마음에 든다고 했다. 결정은 하지 못했으니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시원시원하게 돈을 쓰지는 못하는 나라서, 가방이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도 결국 아들이 원하는 걸 사주기로 했다. 아들은 산타에게 학원 가방을 선물 받고 싶단다. 산타가 고생이 많다. 산타도 정말 많이 가난해졌겠다 싶다.
퇴근길에 롯데몰 밖에 자전거를 세우고 가방을 사러 올라갔다. 휘리릭 사서 집으로 왔다. 새 물건을 받은 아들 표정은 늘 좋다. 기분이 나빠할 때마다 선물을 하며 아이의 마음을 돌리려는 부모가 있을 것이고 그런 부모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물론 장기적으로 전혀 지속가능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나의 사춘기 시절을 생각하면 멍청하고 가엾었다. 그저 친구만 좋았고 친구와만 이야기 하고 싶었다. 가족 중 누구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 시기에 나는 특히 아빠와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고, 엄마는 분명 내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겠지만 별다른 말 없이 따뜻한 밥을 내주며 나를 기다려 주었다. 대단한 사고를 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살갑지도 않았던 나. 나를 참아준 그때의 그리고 지금의 부모님께 감사하다.
우리 아들은 어떤 사람이 되어 갈까. 차근차근 말해주고 자주 안아 주고 싶다. 마음 속에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상처를 피하고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더 여유있는 사람이 먼저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참고 들어줘야 한다. 그게 부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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