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수요일. 관악부연습도 돌봄도 없는 딸은 온전히 방학이다. 차 타는 걸 싫어해서 어디 멀리 데리고 갈 수 없어서 딸이 좋아할 만한 코스로만 움직인다.
진주문고 - 맥도날드 - 문구점 - 망경싸롱
망경싸롱은 딸이 좋아하능 코스는 아니지만, 동영상을 보여주며 나는 근 일년만에 망경싸롱 커피 맛을 본다. 아메리카노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다.
우리 딸은 포차코를 제일 좋아한다. 각종 귀여운 녀석들을 파는 가게를 알아뒀다가 오늘 찾아왔다. 이걸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걸까 싶지만, 이제 사람들은 그저 귀여워서 이뻐서 물건을 사는 세상이다. 구경은 잠시, 딸은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골라서 나에게 계산을 맡긴다.
다른 가게에도 가려고 걷기 시작한다. 딸은 힘들다며 내 팔을 잡아 끈다. 그래도 기어이 찾아 갔는데 가게 문이 닫혀 있었다. 실패. 돌아서서 오는 길은 더 느리다. 그랴도 억지로 딸을 걷게 했다. 겨울이지만 기온은 10도. 겨울에 적응한 몸에게 오늘 햇볕은 많이 따뜻했다. 힘들다는 딸과 실랑이를 벌이며 걷는 길이 즐겁다.
딸에게는 유튜브 볼 시간을 주고 나는 책이다. 나에게도 방학은 너무 짧다. 목요일부터는 학교로 가서 일을 해야 한다. 짧은 기간 동안 책을 마구마구 읽는다. 양자물리학자 카를로 로밸리의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이전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도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양자역학은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이 책마저 재미가 있다. 저자는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이 책을 번역하고 감수한 사람이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내일은 또 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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