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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Instant blogging

진주 아침 자전거 출근길 - 안개 도시

어쩌면 안개는 늘 아침마다 자욱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던 부산도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핸들바를 적실만큼 안개를 헤치고 다니는 건 진주에 와서 자전거 출퇴근 하면서만 하게 되는 경험이다. 

안개가 자욱한 날이 자주있는데, 오늘은 유독 심했다. 빠르게 달리는 차라면 위험하겠지만, 자전거는 느리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나를 봐야 내가 안전하고 그도 안전하니 프론트 라이트도 후미등도 깜빡이게 만들어 놓고 자출을 나선다. 

아내 덕분에 전기장판을 켜고 잔 건 벌써 열흘이 넘었지만, 바닥 난방은 하지 않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밖은 너무 차갑다. 떨치고 일어나 나와야 하는데, 다시 움츠러 든다. 잘못 뛰쳐 나온 것처럼 일어났다가도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아니다. 어쩌면 추워서 라기 보다는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안개 속에서 차 한 대가 자니가길 기다렸다

안개 속을 간다. 아침 기온은 9도. 점점 아침에 사람들을 보기 힘들어 지는 날씨다. 혼자 있는 게 좋은 나는 이런 추운 날이 좋다. 사람들이 하나둘 꺼지는 촛불처럼 시야에서 사라진다. 

출근길은 언제나 서두르는 마음이라 멈춰서 사진을 찍는 경우가 없다. 그래도 이런 안개라니. 새벽에 일어나 안개를 보는 일이 드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남긴다. 그게 누구인지는 모른다만. 다음에 내가 다시 볼 수도 있으니.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개 속에서 희미해진 다리 때문에 세상이 불안해 보인다. 버스는 무사히 지나갔다. 

 

 

버스 사진을 찍으면서 빨간등이 나와주면 좋겠다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저 표지판 '자전거 하차 후 횡단'. 저 횡단 보도를 나는 매일 지나온다. 흠. 하차해서 횡당하는 경우가 별로 없구나. 겨울이 되고 바닥이 얼어 미끄러워지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리라. 

오늘 아침은 그래도 제법 천천히 달려 왔다. 자전거 출퇴근 초반에는 더 빠르게 페달을 저어 출근하는 게 좋았다. 한데 요즘은 그저 편안히 출근하는 게 좋다. 이런 자전거 출퇴근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진주시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면, 반드시 자전거 출퇴근이 가능한 장소로 옮기리라. 

오늘의 안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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