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면일기 수능업무 준비하러 일찍 자전거 출근 할 일이 많아서 오늘은 좀 더 일찍 집을 나섰다. 샤워까지 마치고 교무실에 갔는데 그때 시간이 7시 20분. 아침형 인간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리 생활하고 있다. 밤 같아도 새벽이다. 먼지도 잦아들었는지 새벽공기는 알싸하다. 그 공기를 가르고 나는 달린다. 힘을 내면, 힘이 난다. 자전거 타는 일만 그렇지 않겠지. 선택할 수 있는 건 선택하고, 선택에 책임을, 아니 선택하지 않은 것에도 책임을 진다. 결과에는 승복하지만 과정을 누릴 줄 알아야. 수능 업무를 준비하는 요즘,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내용이 즐겁기도 하다. 거대한 산을 부수는 것처럼, 넘을 수 없던 산을 발아래 두는 것처럼. 시간과 노력을 쏟다 보면, 나는 어딘가 올라 서 있다. 더보기
- Instant blogging 진주 아침 자전거 출근길 - 안개 도시 어쩌면 안개는 늘 아침마다 자욱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던 부산도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핸들바를 적실만큼 안개를 헤치고 다니는 건 진주에 와서 자전거 출퇴근 하면서만 하게 되는 경험이다. 안개가 자욱한 날이 자주있는데, 오늘은 유독 심했다. 빠르게 달리는 차라면 위험하겠지만, 자전거는 느리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나를 봐야 내가 안전하고 그도 안전하니 프론트 라이트도 후미등도 깜빡이게 만들어 놓고 자출을 나선다. 아내 덕분에 전기장판을 켜고 잔 건 벌써 열흘이 넘었지만, 바닥 난방은 하지 않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밖은 너무 차갑다. 떨치고 일어나 나와야 하는데, 다시 움츠러 든다. 잘못 뛰쳐 나온 것처럼 일어났다가도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아니다. 어쩌면 추워서 라기 보다는 어제 늦게.. 더보기
- 내가 사는 진주 주말 딸과 나들이. 짹짹커피 감기에 걸려 양쪽 코가 다 막혀버린 딸이지만, 자기 만들기용 재료가 필요하다며 나를 재촉한다. 뚠뚠토이..라고 도안에 코팅지를 붙이고 가위로 오려서 종이인형 같은 걸 만든다. 나는 가위질 전문. 아무튼 재료도 살겸 나선 김에 가보고 싶었던 커피숍으로 갔다. 짹짹커피 진주점은 ‘남문산역’ 폐역을 커치숍으로 꾸몄다. 외관은 그대로 남겨둔 것 같다. 내부의 골격도 그댜로 남아 있다. 어디선가 텅표를 던지는 걸 본 것 같은데. 아무튼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커피숍겸 박물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의 기억을 보존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부는 짙은 나무색 느낌이 물씬. 생각보다 내부 공간이 넓다. 커피숍을 지나면 아마도 선로로 이어졌을 공간이 니온다. 이제는 운행하지 않지만, 역 표지판도 남아 있다. 야외에서.. 더보기
- 자전거 진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수화물로 자전거 보내기 클앤빈에서 구입한 모토베캉 슈퍼미라지를 판매했다. 양산까지 달려가서 사왔건만... 드롭바 타입은 내게 한 대면 될 것 같다. 나에게는 편한 자세가 아니고, 나는 빠르게 달리기를 원치도 않는다. 아무래도 로드자전거 타입은 아닌 듯. 진주-수원버스로 4시간이다. 보통의 수화물은 9,000원이면 된단다. 자전거는 2만원을 받았다. 혹시 파손이 있어도 5만원까지만 배상이 된다고 했다. 내 자전거 빼고는 짐이 없었다. 그래서 저렇게 넣어 보냈다. 클앤빈에서 본 한 게시물에서 저렇게 정리를 해두셨길래 나도 저렇게 보냈다. 드롭바의 경우 핸들바가 가장 튀어 나와 있으니 저 부분만 정리를 잘하면 큰 문제를 없을 것 같았다. 아래는 상세 포장 사진. 혹시나 모르니, 바닥에 닿을 수 있는 부분은 뽁뽁이로. 이 부분.. 더보기
- 앞으로 올 사랑. 정혜윤 책을 읽는 일은 얼마나 까마득한 일인가. 재미있다 생각하면서 책을 읽다가, 이 책은 다시 읽고 싶다 생각하면서 끝까지 읽고도 다시 뒤를 돌아보면, 이 책을 읽었던가 기억이 희미하다. 출발한 곳은 책의 표지이고, 끝난 곳은 거기서 한 꼬집 정도 떨어진 지점인데도, 아주 먼 곳으로 가서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나는 책의 첫 장과 마지막 페이지를 연결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때에는 그저 다 기억하지 못해도, 이 책의 이야기는 분명 나를 통과했다. 라고 나를 설득하기가 이롭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음악을 알려면 많은 음악을 들어야 하고, 그림을 보려면 많은 그림을 봐야 하고, 책을 읽으려면 많은 책을 봐야 한다. 그러기 귀찮아서 혹은 빠르게 가려고, 누군가의 책 추천*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정혜.. 더보기
- 어린 기린 해부학자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군지 메구. 더숲. 2021. 아이의 마음을 갖고 어른이 될 수 있을까? 3년 전 일 수도 있고, 5년 전 일 수도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의 마음을 아이였던 기억을 생생하게 가지고 있는가? 에 대해 생각하고는 했다. 그런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 게 너무 오래되었다. 왜 일까? 이제 나는 어른의 일만 생각하게 된 것일까?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다가 기린을 생각해 낸다. 저자는 운이 좋다. 교실 안에 앉아 있는 많은 학생들 중, 내가 질리지 않고 오랜 시간 좋아하던 것 을 생각해 낼 수 있는 학생이 많지 않다. 저자는 용케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냈고, 끝까지 그 마음을 간직해 냈다. 아직도 진행형인 사람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자꾸 이 사람을 부러워 하게 된다. .. 더보기
- 책과 함께 사라지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어려운 작가의 이름 이 정도면 니코스 카잔차키스 만큼이나 어려운 이름이다. 보후밀 흐라발. 책의 제목은 기억하되, 과연 나중까지 이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아주 한참 동안 내 눈을 끌었고, 내 귀에 웅웅 거렸지만, 너무 평이 좋은 영화에 끌리지 않는 것처럼, 너무 평이 좋은 책을 일부러 집어 들지 않게 된다. 어줍짢은 허영심의 발로가 아닌가. 하지만, 아름다운 꽃이 사람의 눈을 끄는 것처럼, 이 책을 열어보게 되었고, 나는 여러번 읽게 될 첫문장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스토리다. 러브스토리와 장례사 그는 여러 개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준다. 그 중 가장 사랑.. 더보기
- 도시의 흉년 중 -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해 읽고 리디 셀렉트에서 박완서 작가님 작품만 쭉 읽어도 본 전은 되겠다 싶다 생각하며.. 10년 넘게 부모로 살고 있고, 40년 넘게 자식으로 살고 있지만, 부모와 자식의 관계란 늘 변하고 변하여 충분히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늘 다시 느낀다. 박완서 작가님의 도시의 흉년을 느끼면서, 나는 작중 화자인 수연이를 통해서 갖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40년 넘게 자식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나를 대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부모님의 모습에도 열심히 적응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내 부모님에게 자식이 나뿐인 것은 아니라 다행이다. 엄마는 딸들과는 거의 매일 통화하는 것 같고, 아빠도 나보다는 누나나 동생에게 더 자주 전화를 한다. 내가 그래도 가장 가까이 있으니 손이 필요한 경우에는 내가 도와드리지만, 아빠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