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어제 머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어제처럼 묶어달라고 한다. 머리를 묶을 시간을 얻으려면 밥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서둘러야 하는데, 딸은 그럴 생각은 없어 보였다. "고개를 약간 들고 가만히 있어 봐."라며 30번은 말한 것 같다. 말하면서도 '그래, 가만히 있는 게 쉬운 턱이 없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지 않으면 이 초보 미용사는 머리를 묶기가 너무 힘들다. 괜히 어제 열심히 묶었나 어제의 나를 마음속으로 혼내고 있는데, 머리 고무줄은 자꾸 터진다. 유치원에서 하고 온 것들을 모아둔 통에서 꺼내어 묶다 보니 이미 꼬일 만큼 꼬여서 내 손에서는 터지기만 한다. 고무줄이 끊어지는 만큼 내 의지도 끊어....... 간신히 머리를 다 묶고 달래어 유치원으로. 중앙 통로에서 딸은 푹신하고 하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