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헤야 디야 바람 분다. 연을 날려보자.’
언제 불러나 봤던가 싶을 만큼 오래 전에 불러본 동요들을 아들을 위해서 다시 부른다. 음이 정확하지 않아도 가사가 잘 기억나지 않아도 기어이 이어 불러 간다. 오늘은 연 날리자 노래도 부르고, 연을 사서 날리러도 갔다.
요즘도 연을 만드나?
나는 대나무를 자르고, 종이를 자르고 해서 연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적어도 기억에 없다. 초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연만들기 키트’ 라고 할만 한것을 사가서, 종이 위에 나무를 붙이고, 실을 묶어 가오리 연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도시에서만 자랐으니, 대나무가 필요하다고 해도 사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아들이랑 연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연을 샀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면 좋겠다 생각했다. 삼락공원까지 가려니, 연을 날리려 30km 를 운전해 가는 건 너무 과하다 생각이 들어서 율하천으로 가기로 했다. 주차할 곳은 찾다가 율하천 아래에 있는 체육공원으로 가게 된다. 아들과 야구를 하는 아빠, 글라이더를 날리고 있는 가족이 있었다. 아내는 야구공이 날아 오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아무리 봐도 야구공이 날아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굴러오기는 할 것 같더라.
가오리연을 잡고 어디에 얼레에서 나온 실을 묶어야 하나 생각을 좀 한다. 1/3 되는 지점 쯤에 묶어 날려본다. 그리고 아들에게 연 날리자 하니, 아들은 그 연을 잡고 뛰고 싶어 한다. 아들은 바람개비를 가지고 놀 듯 연을 가지고 놀아야 겠다고 생각했을까? 헌데, 그렇게 뛰고 있는 아들을 보니 사진으로 찍어도 연을 끌고 뛰는 게 더 역동적일 것 같았다. 하지만, 연을 쳐다보지도 않고 앞을 보고 달리는 아들이 연을 곤죽으로 만들면 ‘날리기’는 더 이상 없을테니, 좀 뛰는 아들을 잡아 세운다.
그리고 날려본다. 연이 조금 떠오르니 아들은 얼레를 내놓으란다. 얼레를 주고는 당겼다 풀어주었다 하라고 말하고 기다려 본다. 아들은 그냥 마음껏 풀기도 하고, 잡고 바람 방향으로, 바람 반대 방향으로 그냥 자기가 원하는 대로 뛰어 다닌다. 연은 몇 번 풀죽어 떨어지기도 하고, 나무에 걸릴 뻔 하기도 한다.
나는 계속 얼마나 아들을 도와줘야 할까. 얼마나 ‘내가 직접’해줘야 할까 고민을 했다. 연 날리기처럼, 아이에게 맡겨서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을 때 특히 고민이 된다. 연을 날릴려고는 하는 데, 전혀 뜻대로 되지 않아서 아들이 재미를 잃을까도 걱정이 되고, 내가 너무 해주려고 하면 자기가 할 게 없어 흥미를 잃을까 걱정도 되고. 딱 그 중간을 찾기는 늘 어렵다. 그러니 열심히 아들에게 이야기도 하고, 표정도 살핀다.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서 자주성, 책임감을 빼앗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재미를 잃고 실망하게 될까봐 걱정도 된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계속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매 사례마다 대처해야 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러니 열심히 아들을 관찰해야 한다. 풀이 죽어 있으면, 자존심 상하지 않게 도움을 주려고 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면, 어느 정도까지가 가능한 행동인지를 분명히 말해준다. 내가 늘 아들 옆에 있어 줄 수도 없지만, 아들이 언제까지고 내 말을 따르지도 않을 것이다.
망나니와 범생이 사이
나는 아들이 가끔은 내 말을 지지리도 듣지 않는 녀석이면 좋겠다 생각할 때가 있다. 물론 가끔 정말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내 말을 잘 듣고 따라주기를 바란다. 내 말을 너무 잘 들을 때, 내 지시나 부탁에 너무 순응할 때, ‘이 녀석이 반항했으면 좋겠어. 하기 싫다고 말했으면 좋겠어.’ 생각이 자주 든다. 그리고 그렇게 반항하고, 내 뜻을 거스르면 은근히 흡족한 마음이 된다. 아이가 내 이야기도 들어줬으면 좋겠지만, 내 결정에 순응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열렬히 바란다.
작은 것 하나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과자가 먹고 싶다고 징징대다가도, 배가 부를 만큼 먹고도 억지로 더 먹는 아이가 아니면 좋겠다. 그런 사람으로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보여주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 싶다. 내가 해봐야 경험이라도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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