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인센셥, 마음의 씨앗, 대니얼캐너만, 4살짜리 기억

타츠루 2014. 11. 27. 14:30


오늘 아침도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랑 어린이집에 가는 게 좋아, 이모님이랑 집에 가는 게 좋아?"
“아빠랑"
“왜?"
“몰라~"

아들은 나랑 놀다가 가끔은 내 등 뒤로 와서 나에게 기대며, 
“아빠, 사랑해.” 합니다. 
그럼 저도
“아빠도 아들 너무너무 사랑해.”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놀기 시작하죠. 이렇게 무심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물론 자려고 누운 아들에게도 ‘사랑해’ 이야기 하고, 뽀뽀도 해줍니다. 

우리 아들이 이런 순간들을 기억할까요? 

기억 못 할 것 같습니다. 기억 못 할 게 분명합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
저는 저의 4살 때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실 6살 때의 일도, 7살 때의 일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같이 놀던 아이가 밀어서 계단에서 넘어져 이마를 깼던 때나, 친구와 놀다가 친구를 발로 차서 친구가 다쳤던 때가 기억나는 데, 그것도 7살, 8살 때의 일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놀고 떠들고 울고 웃고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없는 것일까?

사실 묻고 싶은 질문은 기억이 나는 게 중요한가 아닌가가 아닙니다.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왜 아이에게 되도록 많은 즐거운 순간을 선물하고 싶으냐 하는 게 질문입니다. 당연히 아이에게 잘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 라고 되돌아 오는 질문에서 그 ‘당연성’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도 저를 끔찍이 사랑해주길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사랑을 주어야 하고, 사랑은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Inception 과 생각의 씨앗

Cobb: “What’s the most resilient parasite? An Idea. A single idea from the human mind can build cities. An idea can transform the world and rewrite all the rules.”  ~ from the film Inception, Christopher Nolan, Writer/Director[각주:1]


인셉션을 보면서 눈도 즐거웠지만, 그 속에 나온 ‘생각의 씨앗’이라는 개념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 사람이 모르게, 그 사람의 마음에 어떤 씨앗을 심어서, 그 사람의 미래를 바꾼다. 여기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그 사람이 모르게 마음의 씨앗음 심는다는 점입니다. 마음의 씨앗이 외부의 것이라면, 우리는 누군가 함부로 내 마음에 들어와 그 씨앗을 심도록 두지 않을 것입니다. 내 마음은 온전히 나의 것이니까. 남이 나의 마음을 통제 할 수 있다면, 가장 은밀한 내 자유가 공격당하는 겁니다. 게다가 누군가 내 마음에 어떤 씨앗을 심었으나, 그 씨앗은 내 마음 속에서 자라 나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게 됩니다. 씨앗을 심는 행위로 그 사건이 일단락 되는 게 아니죠. 

기억 못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 못하고 있던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다는 것. 저는 어릴 적 몇 번 밖에 가보지 못했고, 이야기 하래도 30분을 채 넘기기 힘든 내용만 기억하고 있지만, 외할머니댁을 생각하면 마음이 즐거워 집니다. 강원도 홍천을 생각하면 마음이 그렇게 즐거워 집니다. 하지만, 기억은 없어 그 즐거움의 이야기를 길게 풀어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지만, 분명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 그런 마음에 영향을 줬다는 걸 확신합니다. 

Daniel Kahneman 의 Experiencing self 

Daniel Kahneman은 그의 책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그의 테드 강연에서 우리의 생각에 작용하는 두가지 시스템에 대해 말합니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작용하는 두가지 Self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현재에 존재하고, 현재의 경험을 체험하는 Experiencing self가 있고,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기억하고, 어떤 경험이 어떠했는 지 말해줄 수 있는 Remembering self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테드 강연[각주:2]에서는 특히 우리가 행복을 염원하기 전에, 우리가 말하는 행복을 Experiencing self와 Remembering self 두가지 관점에서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그는 예를 들어, 음악을 감상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데, 30분간 지속되는 음악회가 있다고 칩시다. 음악이 울려퍼지는 동안 Expereiencing self는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회를 만끽합니다. 그러다가 음악회가 끝나기 10분전쯤 관객의 핸드폰이 크게 울렸다면 어떨까요? 이야기가 어떻게 끝났는 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Remembering self는 음악회가 끝나고 나서, 그 음악회는 엉망이었다고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 중 많은 부분을 우리 아들은 잊게 될겁니다. 잊는 다기 보다는 기억하지 못하게 될 거니다. 하지만, Daniel의 관점을 빌리자면, 아들의 Experiencing self는 여전히 기쁨을 만끽하고 행복감을 느낍니다. Remembering self가 어떻게 이야기를 기억하는 지, 혹은 어떤 기쁨의 순간을 기억하기는 할 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의 많은 추억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들의 마음에 씨앗을 심는다 

우리는 인셉션에서 그랬던 것처럼, 기억하지 못할 우리 아이들(Experiencing self)에게 ‘마음의 씨앗’을 심을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해오던 것을 해주면 됩니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잘 잤느냐 물으며 안아주고. 오줌을 뉘이고, 아침을 준비하고, 같이 앉아 아침을 먹습니다. 세수를 시키고, 입을 옷을 같이 고르고, 옷 입는 것을 도와주고, 어린이집에 갈 가방을 챙기고, 먼저 문을 열고 나가 아이가 신발을 다 신을 때까지 기다려 줍니다. 8층까지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같이 8, 7, 6, 5, 4, 3, 2, 1 세어 갑니다. 어린이집으로 가면서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청소해주시는 분에게 인사합니다. 아저씨들은 왜 가로수 가지를 자르고 있는 지 얘기해보고, 혹 지나가는 차가 그 나뭇가지에 부딪히지는 않는 지 걱정합니다. 어린이집 입구에서 뜨겁게 포옹하고 볼이며 이마에 뽀뽀를 합니다. 

열심히 마음의 씨앗 심기를 계속하면, 그 마음 저를 향하고, 우리의 관계를 향해 자랄 겁니다. 그 중 몇가지는 기억하고 많은 부분은 잊을 겁니다. 그렇게 아이가 자라서, ‘그냥 아빠랑 있는 게 좋아.’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아들에게 마음의 씨앗심기를 계속 합니다. 아들의 어린 마음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 씨앗은 쑥쑥 자랄 겁니다.







  1. http://www.imdb.com/title/tt1375666/quotes [본문으로]
  2. http://www.ted.com/talks/daniel_kahneman_the_riddle_of_experience_vs_memory [본문으로]
반응형

'일상사 > 아빠로살아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덧과 아들  (0) 2014.12.16
연을 날려보자.  (0) 2014.11.10
민준이의 신나는 플레이 키즈 스쿨 모습  (3) 201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