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가 되기.
학생들의 동아리 발표대회가 있었다. 그동안 동아리 활동으로 해온 것들을 전시하고, 보여주고, 또 자신들의 동아리를 알릴 기회로 모두 열심히 준비했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잘 되어 있는 동아리 중 하나인, Lectino에 들렀더니 ‘가치경매’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들 - 돈, 건강, 가족, 사랑, 자유 등- 을 제시하고, 1000만 원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돈을 주어진 덕목들에 투자하라는 것.
아주 훌륭하게 분류된 덕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가족과 사랑이 왜 별개의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어디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할까 봐 잠깐 생각해봤다. 잠깐 생각해도 망설일 것 없니, 가족, 사랑, 건강. 그중 하나를 고른다고 해도 가족.
내가 아빠로, 남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SNS에 올리면, 가끔 “정말 좋은 아빠인 것 같아요.”라는 반응을 얻고는 한다. 당연히 기분이 좋은 반응이다. 스스로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하지만 스스로 ‘나는 정말 좋은 아빠야.’ 라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다. 아직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육아 방법-에 대한 확신이 없고, 내가 충분히 아들에게 ‘잘’ 해주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은 좋은 선생이 된다거나, 좋은 아들이 된다거나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대개 그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듣기가 더 힘들다.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누구누구의 모습은 매순간 다르다. 누군가 그런 말을 자주 해주더라도, 그런 말을 의식하게 되면 자칫 내가 원하는 아빠가 되거나, 선생이 되거나, 아들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아빠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빠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 동안 되도록 가족들에게만 집중하는 아빠다. 첫 번째 항목은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인데, 두 번째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가족과 함께인 가운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체력소모가 가족과 함께 있을 때의 내 모습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아들과 정말 신 나게 몸을 구르며 놀아주고 싶을 때는, 퇴근길에 커피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기도 한다. (카페인의 힘을 빌리고자)
나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좋은 아빠라는 말을 듣기’라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동안 충분히 남의 욕구에 따라 살아왔으니, 나 자신에게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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