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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잃어버린 아들에게 비폭력대화의 방식으로 마음 전하기

타츠루 2021. 11. 22. 21:29

올해 들어서 지속적으로 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 마음을 전하고, 설득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화에서 목적이 설득은 아니다. 대화의 목적은 관계다. 나는 관계가 어렵고, 다행인 점은 나만 어려워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의 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시도하고 실천하고 있다.

비폭력 대화란

비폭력대화에 대해 공부하는 바를 쓰게 되겠지만, 간략히 정리하면, 비폭력대화란 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하지 않고, 되도록 기다리고 관찰하며, 그 사람의 말에 드러나지 않은 감정과 욕구를 이끌어 내고, 나의 감정과 욕구를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하는 대화이다.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대화. 이런 대화의 전제는 우리 모두 쉽게 판단 내리고(지각한 학생에게 "너는 왜 그렇게 게을러터졌냐?" 따위가 예가 되겠다) 그 판단으로 인해 상처 받기 쉽고 상처주기 쉬운 존재라는 점이다. 우리의 진심은 남을 헤치는 데 있지 않고, 우리는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 초점이 대화를 분석하고,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화하는 데 있다.

상황 발생

주말 동안의 일이다. 딸은 예쁜 카드와 봉투를, 아들은 포켓몬 카드를 사고 싶다고 해서 큰 문구점으로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차에 타기 전에 아들이 아파트 안의 축구장에 가서 "잃어버린 안경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덕분에 아들이 안경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

나는 화가 났다.

운전을 해서 문구점까지 가는 시간은 5분 남짓. 그 시간 동안 아들이 안경을 잃어버린 것, 그에 대한 내 지금의 반응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아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다.

나는 화가 났나?

나는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비싼 돈 주고 사준 안경을,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아들이 원해서 사준 안경을 잃어버렸다니 화가 났다. 그럼 그 화를 어디로 보내야 하나? 지키고 있다가 아들에게 쏟아도 될까? 아들이 안경을 잃어버린 일은 잘못이기는 하지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건 아들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아들이 다시는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화를 내기는 쉽지만, 화를 내고 나면 어떻게 될까. 화내고 나면 잠시 속이 후련할테지만, 마치 불이 옮겨 붙듯 아들은 그 감정을 안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들과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서먹서먹하겠지. 무엇도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화난 감정은 그저 불꽃처럼 일어났을 뿐, 내가 소중히 간직하고 아들에게 전해야 하는 게 아니다.

화난 내 폭발 뒤에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아들이 물건을 소중하게 챙기지 않은 점. 엄마, 아빠가 사준 것을 소중히 다루지 않아서 내 물건을 잃어버린 기분. 얼마전에 아들은 내 시계를 차고 있다가 잃어버리기도 했다. 반복이 아니지만, 반복되는 것 같은 기분. 아들이 또 중요한 물건을 잃거나 물건 잃어버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섭섭함이나 걱정에 가까운 마음이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문구점으로 들어가서 이제 각자 원하는 물건을 고르러 다녔다. 그리고 아들은 포켓몬 카드가 아니라 휴대폰 그립톡을 골라왔다. 자기 물건은 이미 고르고 이것저것 구경하는 아들을 불렀다.

아빠가 아빠 시간의 일부를 쏟아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안경을 사준 거야. 그런 물건을 잃어버렸다니, 혹시나 아빠나 엄마가 사준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좀 섭섭해. 아들 기분은 어때?

나도 속상해.

그리고 아들을 안아줬다.

내가 한 말을 살펴보면, 그렇게 잘한 말은 아니다. 어쩌면 아이에게 죄의식을 심어준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섭섭함은 전했고, 전혀 화를 내지는 않았다. 나는 아들을 안아줬고, 아들은 내가 묻는 말에 대답했다. 내 말에 기분이 상하지 않은 것이고, 아들도 분명 속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더 신경을 쓰지 않을까.

연습문제와 연습이 필요하다

내 대처가 아주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화를 내지 않았고, 흥분하지도 않았다. 아들 기분을 상하게 하지도 않은 것으로 만족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즉각적으로, 되는대로 반응하지 않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같이 읽자고 해서 아내도 책 비폭력 대화를 읽기 시작했다. 내가 아내를 대하는 방식도, 아내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도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회오리처럼 갑자기 나타난 내 감정에 내가 휘둘리지 않고, 내 마음속 진짜 마음은 아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비폭력 대화 책 안에는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일종의 연습문제가 있다. 그게 매우 유용했는데, 우리 일상에는 늘 연습문제가 차고 넘친다. 틈을 내어 깊이 생각해두면, 급한 때 바른 말과 행동이 나오기 쉽다. 그렇게 믿고 있다. 삶은 연습이 아니지만, 더 나은 다음번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늘 연습이다. 시간을 갖고, 나에게 시간을 주기만 하면 된다.

더 나아지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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