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자출
이번주 월요일부터 장마라고 했지만, 진주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펜더와 머드가드까지 달린 브롬톤으로만 출퇴근을 했다. 오늘 일어나니 드디어 비가 온다. 바람은 많이 불지 않고. 벌써 산 지 4, 5년은 되어 버린 People's Poncho 비옷을 입었다. 브롬톤을 덮고 있는 저 레인커버는 다이소에서 산 비옷을 잘라서 아내가 만들어 주었다. 오늘 보니 약간 물이 새기는 하던데, 아직도 몇 번은 더 사용할 수 있겠다.
비오는 날은 자전거 도로에 사람이 없다. 비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모든 길이 내 차지다.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기분이 좋아진다. 빗방울 소리에 맞춰 이런 생각 저런 생각들이 지나간다. 머리에 닿았다가 몸을 지나고 사라진다.
People's Poncho 비옷은 상반신은 거의 다 가리고, 바람이 적다면 다리나 발도 거의 젖지 않는다. 오늘은 옆에서 바람이 좀 불어서 그런지, 일터에 도착해 보니 양말도 좀 젖어 있었다. 재킷형도 아닌데, 역시 비옷을 입고 땀을 흘리지 않기란 어렵다. 입었던 티셔츠와 파타고니아 베기스 팬츠를 체육관 샤워장에 하루 종일 걸어두고 말렸다.
바람은 심해졌지만 퇴근 길에는 해가 가득하다. 일터에서 묻어버린 잡념과 어지러운 마음을 털어내며 열심히 달린다. 나를 반기는 집이 있으니, 참으로 행복하다.
오프라인으로 듣고 싶었던 비폭력대화NVC를 온라인 연수로 듣기 시작했다. 듣고 싶은 강의라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걸 또 알게 된다. 레벨 1을 얻고 나면, 레벨 2, 3까지도 도전해보고 싶다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의 내 교사 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까. 오로지 변화만이 생존과 적응의 방법이다. 그 점을 오래 전부터 알게 되었던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나를 규정하지도 남을 규정하지도 않으면서, 성장하고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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