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출(자전거 출근)의 궁극적 단계는 무엇일까? 아마도 차가 필요 없어져서 차를 없애버리는 게 아닐까. 요즘 같으면 가능할 것 같다. 매일 자출을 하고, 오늘 거의 자출만으로 한 달 동안 400km를 탔다. 기름값으로만 환산하면 얼마 되지 않지만, 도로에 뿌리게 되는 분진, 배기가스, 건강상의 효과 등을 생각하면 대단하다. 자출 하는 게 나지만, 나 참 대단.
자출을 하면서 가장 큰 장애물은 날씨인데,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장마가 큰 적이다. 적은 비야 피할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지만, 장마는 좀 다르다. 비에 젖은 길이 위험하기도 하고, 너무 비가 많이 오면 시야도 가리기 때문이다. 물론, 비보다 무서운 건 바람이라, 태풍이 온다면 절대 자전거를 타서는 안된다. 작년을 생각하면, 비가 오더라도 자전거는 탈만 했다. 짧은 반바지에 레인 재킷을 입으면 퇴근은 할 만했다. (출근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다.) 비가 오는 자전거 길은 사람들이 없어서 (시야가) 시원하고, 당연히 (온도도) 시원하다.
하지만, 내가 못하던 것이 있는 데 바로 자전거로 출장이다. 진주에서 출장을 가는 경우, 경상남도교육청이 목적지인 경우가 자주 있어서 도저히 자전거로 갈 수가 없다. 만약 진주 내에서라면?
지난주 진주교육지원청으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이번이 기회였다. 밥을 얼른 먹고, 짐을 챙겨서 카카오 맵으로 경로를 계산한다. 30분가량 걸린다. 학교를 나선 시간 1시 10분, 지원청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 2시. 땀을 식힐 수 있는 시간은 딱 10분이라 땀을 많이 흘려서는 안 되었다. 그런데, 마침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딱 시간 맞춰 도착해서 할 일을 다 하고 나왔다. 그리고 자축하는 의미로, 교육지원청 앞 커피숍에서 아인슈페너 한 잔을 마시며 에너지를 보충했다. 이제 사진과 함께.
커피숍 앞 내 자전거
벌써 잘 그을은 내 다리
당 보충을 위한 아인슈페너
자리에 앉아서 본 커피숍. 주인분이 '백 년 간의 고독'을 펴 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커피숍에서 내다 본 내 자전거
이제 출장도 해봤으니, 못 할 게 없다. 차를 없앨 수야 없겠지만, 이미 내 차는 멀리 출장 가는 때가 아니고서는 지하주차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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