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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자전거

20220504 자출일기

오늘의 자전거 출퇴근 거리는 22킬로미터 정도. 오가는 길은 매일 변함이 없는데, 오늘은 오는 길에 약간 둘러서 왔다.

출근길 풍경

학생들이 모두 체험학습을 간 날이라, 나도 조금 늦게 출근하려고 지각을 써뒀다. 아이들 아침 챙겨 먹이고, 빨래도 널고, 설거지도 하고, 아이들 교문 앞에서 보내고 나서 나도 출근을 했다. 육아휴직했을 때는 아들이 유치원에 다니고 딸은 어린이집에 다닐 때였다. 준비를 마치고 나와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는 했다. 그 생각이 나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예전 그 포즈를 잡는다. 교문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감상에 젖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다. 천천히 갈 것이라 출근 복장으로 갔다. 청바지에 반팔면티에, 파타고니아 윈드 셔츠. 가던 길에 윈드 셔츠는 벗고, 반팔로 천천히 간다. 땀을 흘리지 않는 게 목표다. 서두르지 않으니 참 좋다. 쫓기지 않는 출근이라 마음에 여유가 있어 자전거를 잠시 세우고 매일 지나가는 풍경을 찍는다.

출근기록

기록을 보니 심박수도 아주 평온하다. 시원한 아침 바람에, 느리게 자전거를 타고 가니 역시나 땀이 나지 않았다. 성공. 헬멧을 벗거 버프를 벗고 바로 앉아서 일할 준비를 했다.

학생들은 없어도 할 일은 많다. 계획서 기안을 하나 올리고, 근무 상신 올리신 선생님들 결재를 하고, 이런저런 학교 이야기를 하고, 회의록에 서명도 하나 하고, 시간이 간다.

칼퇴를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 칼퇴가 쉬운 게 아니다. 칼퇴 하려면 정말 벼르고 별러야 가능한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 뒤로 조금 더 가본다. 조금만 더 돌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없나 싶지만, 딱 마음에 드는 구간은 없다. 배는 고프지만, 지방을 태우겠다는 생각으로 힘을 빼고 자전거를 몰고 온다.

속사교에서 시작해서 금산교로 오는 구간은 내리막이라, 잘 닦인 길을 보고 힘껏 페달을 굴려보기도 한다. 내일 어린이날부터 연휴가 시작된다. 자전거를 며칠 못 타게 되고, 일도 손에서 놓게 된다. 연휴를 보내면 후유증을 겪는다. 그저 정말 잘 놀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휴식에도 일에도 어떤 것에든 관성이 있다. 쉬다 보면, 그저 쉬기만 하게 된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벌써 나는 걱정을 한다.

퇴근 기록

자출 해서 좋고, 자퇴해서 좋다. 이제는 컴퓨터도 조각모음 따위는 하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조각조각을 모을 시간이 필요하고, 출근하고 퇴근하는 시간이 그러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자전거와 함께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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