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자출, 자퇴는 성공적이다. 필요한 자전거가 있고, 필요한 물건이 있고, 아침에 잘 일어나는 편이다. 잠들기 전에, 다음 날 일터에 가서 입을 옷을 미리 준비한다. 봄날인만큼, 바지에 티셔츠 하나, 혹은 바지에 셔츠 하나를 챙긴다. 집에서는 6시 30분에서 40분 사이에서 나선다. 일터에 도착하면 7시 10분 가량되고, 씻고 머리 말리고 나오면 7시 30분 ~ 40분이 된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칼퇴하는 날이었다.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바람이 불어도 전혀 춥지 않은 날이다. 이제 하루살이들도 기승을 부릴 때가 되어서, 버프를 하고 고글을 낀다. 최대한 신호등이 없는 곳으로 자전거를 몰아 봄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마음은 느긋한데, 아침부터 들리던 자전거에서 나는 잡소리에 신경이 쓰인다. 앞쪽에서 나나 봤더니 그것도 아니다. 집에 거의 다 도착해서, 뒷바퀴 머드가드가 깨진 것을 발견했다. 자전거 프레임과 두 지점이 결합되었는데, 이래저래 부딪히면서 딱 절반정도 되는 지점이 갈라졌다. 집에 와서 갈라진 앞부분은 떼어 내고 다시 설치했는데, 그것도 가능하더라.
봄바람을 맞으며 퇴근하는데, 벚꽃이 눈처럼 떨어졌다. 춤추는 눈처럼. 당장 자전거를 멈추고 사진과 영상을 찍으려고 하는데, 바람은 잦아들고 벚꽃은 더 이상 날리지 않았다. 짧은 봄인데, 만끽하지 못했다. 꽃을 더 보고, 사진도 더 찍어 뒀어야 했는 데 그러지를 못 했다. 출퇴근 할 때를 빼고는 해가 떠 있는 풍경을 보는 일이 적다. 늘 실내에만 있다. 수업을 하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한다.
일터로 갈 때도, 집으로 돌아올 때도 해를 면하고 달린다. 남강에 내린 윤슬이 눈을 찌르는데, 이쁜 윤슬이라 피하지는 않는다. 자전거를 멈추고 사진 하나를 남긴다.
요즘의 자출 세팅은 프론트백 두 개. 한쪽에는 옷을 담는다. 입을 옷을 넣어 가고, 자전거 타는 복장을 담아 온다. 다른 쪽에는 아이패드와 지갑, 책 등등. 가방이 하나인 게 간편하기는 한데, 분리된 두 개의 가방을 쓰는 것도 장점이 있다. 옷이 든 가방은 자전거에 그냥 달아놓고, 아이패드가 담긴 가방만 일터로 가지고 들어가면 된다. 프론트 바스켓은 집으로 오면서 장을 볼 때 쓴다.
그러고도 뭔가 수납이 부족한 것 같아서 오늘은 탑튜브에 달 수 있는 가방을 구경하고 있다. 이런...
아무튼, 오늘도 자출 이상무. 내일은 아무 소리 없이 조용히 달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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