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자출, 바쁠 게 없는데도 좀 서두르는 마음이 된다. 늦을 리 없는데도 금방 조급해진다. 그래도 오늘은 가는 길에 한번 멈췄다. 걷는 길이 다르면, 보이는 풍경도 다르다. 호수처럼 잔잔한 아침의 남강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연이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자연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들과 일본으로 여행갔을 때, 사쿠라지마섬이라는 곳에 갔다. 그 섬은 사쿠라지마화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섬인데, 작은 섬 어디에서도 사쿠라지마화산이 아주 잘 보였다. 마치 어디를 가나 멀리 벗어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족들과 겨울에 제주도에 갔을 때, 한라산 정상이 눈에 덮여서 유난히 며칠간 한라산 정상이 잘 보이던 때가 있었다. 제주도는 사쿠라지마섬보다는 훨씬 넓어서, 한라산이 정말 멀리 보일 때가 있기는 했지만, 흰 눈이 쌓인 정상만큼은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그곳이 내가 돌아갈 곳이 아니더라도 내 삶의 반경의 기준이 된다.
사람은 변하고, 사람은 떠나고, 마음이 다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내가 상처주기도 하고, 상처 받기도 하는 하루하루를 우리가 보내고 나면, 변하지 않는 것 혹은 변하지 않을 것에 욕심을 내게 된다. 우리가 마을을 이루지 못하고, 작은 공간에 갇혀 살 게 되면서, 이전보다 더 반려동물과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은 자연은 아니지만, 말 못하면서도 사람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저 풍경에 아파트가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남강을 따라 페달을 밟았다. 강물은 흐르지만, 강은 그대로다. 어제와 똑같아 보이는 출근길이지만, 어제 보았던 그 물은 모두 흘러가 버렸다.
좀 더 일터에 일찍 가려고 노력 중이다. 일찍 갔다가 일찍 오는 게 목표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고개를 묻고 삽질을 하듯 시간을 부어야만 조금씩 걷어낼 수 있다. 나는 집중해서 일의 진도를 빼려면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고, 그러니 좀 더 여유있는 아침을 준비하는 게 좋다.
내일은 잠시 소나기가 올 수 있다는데, 예상 강우량을 보니 그냥 맞아도 될 만한 양이다. 아침에 비가 오지 않는다면,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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