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오트밀을 먹기 시작한 지 몇 달이 되었다. 이제는 약간 종이 씹는 것 같은 식감에도 익숙해 졌고, 달지 않은 식사에도 굉장히 익숙해졌다.
왜 오트밀을 시작했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아침을 차려 먹기 번거롭다는 것. 귀찮다고 말하려니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귀찮다고 말하는 건 어딘가 잘못된 것 같아서 저어된다. 하지만 밥 한 끼를 먹으려면 반찬도 몇 가지 있어야 하고 국도 있어야 한다. 아침밥을 위해 저녁마다 반찬을 하는 것도 아니라 번거로운 일이 여러가지다. 그렇다고 매일 반찬을 사먹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도 엄마 밥 혹은 집밥에 대한 향수가 있다. 엄마가 칼로 야채 다듬는 소리, 된장찌개 냄새에 눈을 뜨고, 눈을 부비며 앉아 맛있게 아침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밥을 먹어야 식사를 한거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배낭여행을 가서 밥이 아닌 음식을 먹어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결혼을 하면서 밥 챙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자전거 출퇴근이 두 번째 이유다. 그리고 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침을 먹고 바로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데, 밥 한 공기에 국 한 그릇, 반찬을 먹던대로 하면 자전거를 탈 때 불편했다. 차라리 공복이 편한데, 굶을 수는 없으니 무언가를 먹어야 했다. 처음에는 콘프레이크를 먹었고 그러다가 그레놀라를 먹었다. 그레놀라라고 덜 단게 아니었다. 우유에 말아 먹고 가면 금새 허기가 졌다. 그렇게 견디다가 알게 된 게 오트밀이다.
오트밀의 장점
달게 먹을 수도 있겠지만, 오트밀은 달지 않다. 꿀을 조금 탈 때도 있지만, 한 스푼이 안되는 양만큼 넣는다. 배불리 먹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도 허기지는 느낌이 없거나 덜하다. 아마 혈당과 관련되어 있지 않나 싶다. 늘 가공되고 정제된 것만 먹는데, 오트밀은 그렇지 않아서 나를 돌보는 느낌이다. 오트밀을 먹으면서 아침에 먹는 총량을 줄였고 그래서 자전거 타고 나가기에도 몸이 가볍다.
나의 오트밀 레시피
매일 두유(100ml)+오트밀(40g)+꿀+견과류
가장 쉽게 먹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그냥 우유를 충분히 넣고 밤새 냉장고에 두었다가 아침에 먹기 전에 꿀을 약간 탔다. 더 친환경적이고(젖소를 키우며 발생하는 오염을 생각하면 된다.) 단백질을 공급해줄 수 있는 두유로 바꾸었다. 두유는 우유보다 보관도 쉽고 유통기한도 길어서 1.2리터 짜리 두유를 한 박스씩 주문해 두고 먹는다.
매일 두유(약간)+오트밀(40g)+플레인 요거트(100ml)+냉동 블루베리
냉동실 안을 보니 냉동 블루베리가 있다. 요거트에 섞어서 아이들 먹이려고 아내가 사둔 것인데, 아이들은 우선 플레인 요거트를 좋아하지 않고 거기에 블루베리를 넣어 먹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럼 내거! 오트밀의 식감에 적응이 되었기 때문에, 조금 꾸덕한 식감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플레인 요거트를 넣었다. 너무 뻑뻑하니 두유는 약간만 넣는다.
앞으로도 쭈욱
저녁에 5분도 안되는 시간이면 아침을 준비할 수 있다. 달지 않게 먹어서 더 좋다. 나이가 들면서, 단 음식이 별로 끌리지 않는다. 오트밀과 두유의 슴슴함이 아주 만족스럽다. 2주 전부터 아이들의 아침 메뉴를 내가 준비하는데, 자전거 출근할 복장을 입고 오트밀을 먹고 아이들 식사를 준비한다. 이미 충분히 오트밀에 적응을 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먹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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