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아내와의 첫 데이트는 영화관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해인사였던 것 같다. 그 겨울에 왜 해인사에 갈 생각을 했던 것일까. 아내와 나는 진주에서 버스를 타고 해인사에 갔다. 하늘은 흐렸고, 우리는 추웠다. 해인사 버스 터미널에 내렸을 때 호객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고, 우리는 식당 한 곳으로 들어가서 아마도 산채비빔밥을 먹었을 게다. 그리고 해인사를 보고 내려왔을 때, 다시 몸은 차가워졌다. 그래서 터미널 옆 매점으로 들어갔다. 석유난로가 있었고, 따뜻한 무언가를 얻어 먹으며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고 진주로 왔다.
아이들이 생기고 합천을 해인사를 여러번 갔다. 그런데 해인사 버스터미널까지 올라간 건 그 데이트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그렇게 아이들과 맛있는 밥을 먹었다. 아내와 나는 잠시 '여기가 우리가 처음 왔던 곳이 아니냐.' 이야기 했다. 그때 갔던 그 음식점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니 자주 오던 합천이 새롭게 느껴졌다.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흐려져도, 모든 것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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