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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기록할 틈이 없다는 문제 기록할 틈이 없다는 문제 하루를 기록하는 일은 년초에는 열심히 했었다. 매일 일어나는 업무상 기록도 열심히 했다. 지금은... 기록할 틈을 갖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기록하는 일을 뒤로 미루게 된다고 할까. 기록하는 일이 업무에 도움이 되고, 업무가 끝이 기록이 되어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 좋은 방향이 아니다. 정신없이 보냈는데,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결실을 맺어야 하는 시간인데, 한 해의 마지막에 내가 무엇을 얻고자 했는 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든 돌아간다는 심정으로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좀 더 시간을 내어 일을 하고, 정리하거나, 일만 하는 시간이 좀 줄어야 한다. 퇴근하는 길, 햇볕은 비출 것만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하나 찍어둔다. 거의 늘 나에게 안정감과 고민의.. 더보기
아들 때문에 외출 뭔가 눈에 들어가서 아프다는 아들의 전화. 덕분에 어제는 급히 외출을 쓰고 나와야 했다. 아들과 병원에 간 김에 점심까지 먹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칼제비. 그리고 후식으로 플랫화이트와 에이드 한 잔. 은안제는 두번째인데, 노키즈존으로 운영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14세 이하 아이들은 받지 않는다고. 어렵게 한 결정이라지만, 어쨌든 나는 환영할 수 없는 선택.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플랫 화이트는 맛있었다. 아들 병원 때문에 외출한 것이지만, 맛있는 걸 먹고 아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나니 다시 학교로 들어가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충전이란 필요하구나. 나는 제법 찌들어 있었구나. 점심 식사 후, 산보라도 해야 하나 보다. 한 가을 날의 기록. 더보기
엄마는 정수리만 하얗다 상을 치우려는 엄마 머리 정수리를 보니 하얗다, 눈밭 같다. 앉은 엄마를 보지 못해서, 뒤늦게야 발견했다. 염색도 않고, 오늘 내 전화를 받고 바로 장보러 다녀온 엄마 상에 회를 올리고, 미역줄거리 볶음, 더덕무침, 새로 담근 무김치, 들기름을 넣은 호박볶음, 고추가루를 넣은 콩나물무침. 더 먹으라고 하고, 나는 못 먹겠다고 했다. 아이들과 내려와 간신히 저녁만 먹고 두 손에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시 내 집 으로 돌아온 나 야속한 아들이다, 내가. 엄마가 보내준 반찬을 냉장고에 넣는다 엄마의 하옇게 쇤 정수리 그 머리만 생각난다. 더보기
지리산 천왕봉 준비 지리산은 중산리로만 세 네번 정도 오른 것 같다. 군 제대 후 고향친구들과 한 번, 학생들 인솔해서 한 번, 같은 학교 선생님들과 한 번.. 올해에는 내가 갑시다 해서 엉겁결에 내일 지리산으로 간다. 우리 아들을 포함해서 딱 차 한 대, 다섯명이다. 중산리로 올라가서 천왕봉만 찍고 내려오게 된다. 사람들이 한창 많을 때라서 걱정도 조금 된다.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가는 산행은 좀 재미가 없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적당해야 산행도 즐길만 하다. 사람이 붐벼도 지리산은 지리산이고, 천왕봉은 천왕봉이리라. 정상에 서서 보면, 잠시 하늘을 나는 새 같은 기분을 느끼며, 천하를 호령하는 위치에 선 듯한 착각을 잠시나마 할 수 있겠다. 내일 같이 나눠먹을 간식을 포장하면서, 들뜬 마음이 된다. 이게 소풍이다. 누.. 더보기
엄빠와 써보고 싶은 인생연표 진주문고에 갔다가 이걸 발견했다. 뒤적여 보다가 사오지는 않았지만 다시 들러 사야지 싶다. 내 머릿 속에는 ‘수행’되지 못한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아빠와 엄마의 삶을 기록해 보는 것이다. 나는 아빠를, 엄마를 오로지 아빠와 엄마로만 기억하고 있다. 결혼을 해서 우리를 낳고 내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아빠와 엄마의 삶이 내 삶 속에서 진행된다. 내가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빠와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급격하게 줄었으니, 시간은 흘렀으나 새로운 추억이나 기억이 늘지는 않았다. 아빠와 엄마가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 왔는지 궁금하다. 정리해 가다보면, 새롭게 알게 되거나, 잊고 있던 것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아빠와 엄마의 삶 속에서 나는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 하고 있을까. 줄어가지는 않는다는 걸 요.. 더보기
꿈 기록 하나 꿈을 꾸고 그걸 기억하는 경우는 드물다. 얼마 전에는 저런 이미지의 꿈을 꾸었고 깨고 나서도 잊지 않았다. 딸이 일종의 물로 된 큐브 같은 곳에 빠졌고, 누나가 그 큐브 속으로 손을 넣어 꺼냈다. 별다른 불길할 것 없는 느낌이었다. 꿈을 꾸면, 이미지 그 자체보다도 그 꿈에 깔려 있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나는 꿈 속에서 관찰자였는데, 별다른 불안함 없이 저 장면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림으로 그렸다. 더보기
아빠 모시고 봉생병원 아빠와 병원에 갔다. 이제는 아빠와 병원에 같이 들어가면, 내가 아빠의 보호자다. 엄마 말에 따르면, 내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부터 아빠가 부쩍 활기찼다고 한다. 어제는 세 끼를 다 먹고, 깨끗이 씻고, 기분도 좋았다고. 오늘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고 나를 기다렸다고. 아빠가 약해지는 걸 옆에서 보며, 나는 마음이 안 좋다. 그저 계속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하지만, 그건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과 같디 않나. 나는 이제 아빠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빠가 정말 밝고 강하게 생각되던 때가 있다. 나는 아빠의 멋진 모습을 보고, “우리 아빠는 몇 살일까? 나도 이빠 나이가 되면 저렇게 건강하고 듬직해질까?” 생각했다. 그때 아빠의 나이는 서른 여섯이었다. 지금의 나는.. 더보기
엄마의 대나무숲 엄마는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아빠는 몸이 나아지고 있지만, 마음은 약해졌고, 많이 무기력해졌다. 가장 가까이서 아빠를 지켜보고, 아빠를 챙겨야 하는 엄마는 그러니 힘든 일이 많고 갑갑한 때가 늘었다. 추석 연휴 엄마와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갑갑한 심정을 털어놓는 문자를 쓰다가 보내지는 않고 지워버렸단다. 엄마, 나한테 막 보내라. 라고 말했지만, 엄마의 블편함, 갑갑함을 문자로 받고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을 자신은 없다. 하지만 엄마가 누구에게도 말 할 데 없는 상황은 아니었으면 하고 바란다. 아빠는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고, 다가오는 주말에 병원 갈 때는 나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 아픈 마음은 보일 데가 없고, 그러니 아픈 사람 말고는 그 상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아빠가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지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