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가는 길에 낯선 장면을 봤다. ‘순천 방향’이라는 종이로 만든 표지를 들고 고속도로 방면 차도에 서 있는 남자 두 명.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두 청년이었다. 처음에는 한 명인 줄 알았는데, 조금 더 가다보니 똑같은 표지를 든 남자 분이 한 명 더 있었다. 그 분은 영상도 촬영하는지 바닥에 놓인 카메라 방향을 옮기기도 했다. 신호를 받은 운전자 중 한 명이 그 청년 중 한 명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한 시간 반 정도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데 두 사람은 없었다. 순천방면 차를 얻어탄 것일까, 아님 자리를 올겼을까, 아니면 버스를 타러 갔을까.
나는 저런 방식의 여행을 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무모한 듯한, 고생스러울 게 뻔한 여행에 대한 환타지 혹은 로망이 있다. 환타지나 로망은 현실이 아닐 때가 좋다.
더 많은 도전이나 모험에 대한 열망이 나에게 있다. 오지 탐험은 못 하지만, 새로운 자전거 길을 가보거나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해보기도 한다. 세상에 태어나 더 넓은 세상을 보는 것이 건강한 내 몸에 주는, 내 마음에 주는 선물이 될 것 같은데, 일상의 편안함에 젖거나 찌들어 새로운 도전은 어렵기만 하다.
‘내가 니 나이면’ 이란 말을 예전에는 곧잘 들었다.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이 정말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면 그는 다른 삶을 살까? 그렇지 않다. 인간은 켜켜이 쌓은 선택의 존재다. 그 선택에는 패턴이 있고, 그 켜켜이 쌓안 패턴은 나의 습이 되어 나를 지배한다. 과거로 돌아가면 덜 ‘켜켜이 쌓인 나’를 만나게 되겠지만, 큰 차이가 없다. 때때로의 ‘순간속력‘은 나를 예상 가능한 인간으로 만든다. 혹은 적어도 나는 내 선택의 뻔한 연쇄를 안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지만, 익숙한 ’어제의 나‘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 더 크지 않을까. 내가 늘 그대로라면, 풍경이 바뀌어도, 역할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질 개 없다. 어쩌면 남을 부러워 하는 마음은 나를 약간은 혐오하는 마음이라,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부러움을 다스리면, 나를 받아들이기도 쉽겠다.
그래서 장기하가 부럽지 않다고 말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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