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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힌남노야 지나가라 태풍을 기다린다. 초강력 초강력. 지난 폭우로 놀란 탓일까, 이번 태풍을 기다리는 뉴스의 보도는 조심스럽다. 컨트롤 타워는 지켜야 할 곳을 지키고 있을까. 휴업이 가능할텐데, 경상남도는 내일 온라인 수업이다. 올해에는 사실상 첫 온라인 수업이다. 선생님들은 모두 ‘거의’ 모두 재택근무다. 재택근무의 과정은 다단하고 지난하다. 개인복무에서 기타-기타 선택하고 “재해로 인한 재택근무” 를 기입한다. 장소는 자택. 근무시간은 8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신청할 때에는 ‘재택근무 신청서’를 또 별도로 작성해서 첨부해야 한다. 사인을 해서 신청하려면, 출력 - 사인 - 스캔의 과정이 한번 더 필요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일 재택근무 시작을 하기 전에 개인복무신청 - 출근관리에서 가서 ‘출근’을 눌러야 .. 더보기
가을맞이 남강자전거길에서 가을맞이. 더위를 겁내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계절이다. 코로나 확진 기간 같은 방을 쓰며, 다시금 나에게 애착이 많아진 딸은 오늘 20킬로를 같이 달렸다. 갓난쟁이만 쉬이 자라는 게 아니다. 여덟살짜리도 급히 자란다. 계절의 변화는 빠르고,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부모님의 나이듦에 대해 걱정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그래서 걱정만 는다. 어른이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자기 실망으로 조금씩 채워질 수도 있겠구나. 아무튼 자전거를 타면서는 주변을 보고, 그러면서도 균형을 잡느라 걱정은 조금 내려놓는다. 힐링 팔이를 삻어하면서도 나는 힐링을 즐긴다. 흐트러지는 마음을, 균형을 잡으며 다 잡는다. 정답이 없는 삶이지만, 질문하고 포기하지 않는 힘이 필요하다. 내일부터는 .. 더보기
창 밖의 문장 딸은 ‘구름이 이쁘다.’ 라고 말했다. 무언가가 이쁘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이쁘다’라는 말을 알기 전에도 ‘이쁨’에 대한 개념은 아이의 마음 속에 있었을까. 인간은 아름다움, 논리, 간결함을 직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인간만이 아니라 화려한 색깔의 새들과 꽃들을 봐도 알 수 있다. 생명은 아름다움이 뭔지 알고 있다. 단, 인간은 아름다움을 새로운 도구와 재료로 재현할 수도 있고 추상할 수도 있다. 진양호를 바라볼 수 있는 이 곳에서 아름다움과 함께 책을 읽는다. 며칠 동안 일기도 쓰지 않고 블로그도 쓰지 않았다. 내 글에서 어떤 아름다움, 적절함, 생생한 느낌을 기대했으나 나는 구현해 내지 못하고 있다 생각해서 그렇다. 몸을 뒤틀어 틈을 내려고 잠시 쉬었다. 글의 아름다움.. 더보기
아내의 격리와 나의 세 끼 (3) 딸은 일어나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나는 두부부침을 좋아한다. 자주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들이 꼭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워낙 김치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들이 태어났을 때, 당연히 김치를 무지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랄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두부 조림도 부침도 좋아하는데, 아이들도 나같지는 않다. 아무튼 내가 좋아하니 두부를 부쳤다. 점심은 아이들이 좋아했던 샌드위치 집으로 갔다. 한 사람당 샌드위치를 하나씩 시켰더니 양이 많았다. 나는 내 걸 다 먹고 딸의 샌드위치의 반을 더 먹었다. 배 불러도 음식은 함부러 남기면 안 되는 법이다. 꼭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예보를 보니 오늘 특히 더위가 심했고, 에어컨을 틀고 있다고 하더라.. 더보기
아내의 격리와 나의 세 끼 오늘 하루.. 9시 20분 미니언즈2 예매하고, 아들은 극장에 들여 보냈다. 딸은 쫓고 쫓는 장면이 나오면 안절부절 못하는 성격이라, 어떤 영화도 아직은 보기가 어렵다. 아들을 영화관이 넣고 딸과 나는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딸은 동영상 감상, 나는 책 읽기. “최재천의 공부”를 읽기 시작했는데, 모두가 하나하나 차근차근 쌓아가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고, 아이들의 미래에 필요한 것들을 어른의 시각에서 결정하고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의 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에는 공감된다. 10시, 진주문고 문이 열렸을 때, 진주문고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계속 책을 읽고, 딸은 머리핀이며 열쇠고리를 구경하다가 가지고 와서 나에게 사달라고 한다. ‘책으로 골라야지.’ 딸은 책 두 권을 가지고 .. 더보기
투수는 볼을 던지는 연습을 할까? 투수는 볼을 던지는 연습을 할까 한 지붕 세 가족이었다. 순돌이 아빠는 목소리가 크고, 자주 불만이 섞인 투로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해야 할 일은 척척 했던 것 같은데. 생각해 보려고 해도 기억이 더 나지는 않는다. 예전에 동네에는 철물점이 하나씩은 있었고,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해도, 물건을 구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우리 집에 폼업이 고장 났다.... 라지만, 그게 폼업인지 몰랐다. 세면대에 물 내려 가게 만들어 주는 버튼과 물이 빠져나가는 부분. 이 모두를 합쳐서 폼업이라고 한다. '폽업'이라고도 하나 보다. 절대 우리말 일리는 없으니, '폽업'이 맞고, 영어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pop-up. 자동이든 수동이든 물이 빠지려면 그 부위(?)가 튀어 올라야 한다. 영어지만, 일본을 거쳐서.. 더보기
방학을 기다림 끼니때가 다가오면 배가 더 고파지는 것처럼, 방학을 앞두고 나면 더 격렬하게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에는 공문으로 교원이 수업일 중 휴가를 쓰는 것을 귀찮아지게 만들어 뒀다. 딱히 더 대접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필요한 경우에 쓸 수 있을 휴가를 그렇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불만불만. 올해에는 익숙치 않은 일을 배우며 하느라, 수업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과일을 먹다가 너무 크게 베어 물어 목에 턱 걸린 것처럼,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다. 공을 들여 수업을 준비하고, 그 수업으로 학생들과 더 친해지고, 학생들의 성장을 보는 것이 나에게 참 의미있는 일이었다는 것을 올해에는 더 깊이 깨닫고 있다. 나를 갈아서라도 학교 일에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나 싶.. 더보기
비가 많이 와서 자출이 아니라 차출 비가 많이 와서 자출이 아니라 차출 월요일 아침, 자전거로 출근하기 좋은 날이다. 토요일, 일요일 자출을 쉬고 나면, 월요일에는 페달 밟는 느낌이 다르다. 최근에는 아침부터 더워서 더 힘이 나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창 밖을 바라보니 비가 좀 많이 온다. 수업 나눔 신청을 해둬서, 다른 학교에서 오시는 선생님도 보게 될 수업을 준비해야 하서 마음에 부담이 있다. 차근차근 조금씩 조금씩 수업을 준비해 왔다면 괜찮았겠지만,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주말에는 경주에 가서 열심히 운전하고, 아이들과 돌아다니느라 어제도 피곤해서 잠들기에 바빴다. '차 타고 가.' 아내의 말에 결국 집에서 샤워를 하고 차를 타고 학교로 갔다.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다른 차보다 더 빨리 가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