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일어나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나는 두부부침을 좋아한다. 자주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들이 꼭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워낙 김치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들이 태어났을 때, 당연히 김치를 무지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랄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두부 조림도 부침도 좋아하는데, 아이들도 나같지는 않다. 아무튼 내가 좋아하니 두부를 부쳤다.
점심은 아이들이 좋아했던 샌드위치 집으로 갔다. 한 사람당 샌드위치를 하나씩 시켰더니 양이 많았다. 나는 내 걸 다 먹고 딸의 샌드위치의 반을 더 먹었다. 배 불러도 음식은 함부러 남기면 안 되는 법이다. 꼭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예보를 보니 오늘 특히 더위가 심했고, 에어컨을 틀고 있다고 하더라도 집에서만 있고 싶지 않았다. 에어컨을 쐬더라도 밖에서 쐬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아이들은 한번 가본 곳이라 설득(?)하기 쉬웠고..
이후에는 별다른 간식이 없었다. 아내와 함께 다닐 때에는 아이들 간식을 반드시 챙기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주택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1층 전시장에 '레트로 게임기'가 한 대 있는데, 사람도 없고 아들은 오락기를 좋아하고 해서 실컷 하게 냅뒀다. 그 사이 나는 이슬아 작가의 "깨끗한 존경"을 다 읽었다. 이 '젊은'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너무 샘이 나서, 제법 멀리했었는데, 이슬아 작가가 인터뷰한 사람들이 매력적인데다가 몇 페이지 읽어보니 또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다. 이 책으로 또 여러가지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집에 와서 보니 밥이 없다. 햇반이라도 사둬야 하나. 김밥을 먹기로 했다. 점심도 사먹고 저녁도 사먹고. 끼니를 챙기는 일에 내가 지치고 있는 것일까. 아무튼 아이들은 각자 돈까스 김밥 한 줄, 나는 치즈김밥 한 줄을 잡고 먹었다. 아내에게는 죽을 해동(?)해서 끓여줬고, 조금 남은 것은 또 내가 먹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을 정리하고, 아이들 씻기고, 아이들은 모두 잠들고, 내일은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내일 생각하자. 오늘의 나는 일단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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