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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혼자만의 존 윅 시험 기간의 마지막 날, 내 생일이기도 했다. 생일이라고 친구들을 모아놓고 축하하는 일 따위는 이제 없다. 가족들과 저녁 시간을 보내기 전 약간은 필사적으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존 윅4 1편이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깟 개 때문에... 라고 시작할 만하지만, 누군가를 빡치게 만드는 건 어떤 것에 애착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존 윅4 에서는 또 다른 개 때문에 약간의 전환이 일어난다. 이야기 구성에서 몇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존 윅의 액션. 주짓수와 총기를 합친 씬이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인상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영화 속에서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캐릭터들의 모습이었다. 특히 존 윅이 윈스턴을, 윈스턴이 "조나단"을 부를 때 좋았다... 더보기
2022년 회고: 고교학점제, 교육과정부장 2022년 마지막 날이다. 한 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 지 가늠해 보지 못한 채로 한 해를 시작했으나, 어떻게든 한 해의 마무리는 하고 싶다. 익숙한 것들에 대한 안도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바뀐 것들에 대한 어색함은 통증에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일: 교육과정부와 교육과정부장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부장을 맞게 되었다.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도, 선택교과 중심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새학년 워크숍을 준비하기 위해 급히 총론을 읽고, 지침을 읽으며 공부를 하기는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내가 해야 하는 업무, 하고 싶은 업무, 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한 감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문에 발맞.. 더보기
부럽지 않아야. 출장가는 길에 낯선 장면을 봤다. ‘순천 방향’이라는 종이로 만든 표지를 들고 고속도로 방면 차도에 서 있는 남자 두 명.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두 청년이었다. 처음에는 한 명인 줄 알았는데, 조금 더 가다보니 똑같은 표지를 든 남자 분이 한 명 더 있었다. 그 분은 영상도 촬영하는지 바닥에 놓인 카메라 방향을 옮기기도 했다. 신호를 받은 운전자 중 한 명이 그 청년 중 한 명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한 시간 반 정도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데 두 사람은 없었다. 순천방면 차를 얻어탄 것일까, 아님 자리를 올겼을까, 아니면 버스를 타러 갔을까. 나는 저런 방식의 여행을 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무모한 듯한, 고생스러울 게 뻔한 여행에 대한 환타지 혹은 로망이 있다. 환타지나 로망은 현실이 아.. 더보기
마음이 피곤할 때는 읽는다 마음이 피곤할 때는 읽는다 출근하기가 싫어지는 이유는 안 좋은 한 공간에 대한 나쁜 추억들을 자꾸 반복재생해서 그런 게 아닐까. 마음이 불편하면 무엇을 하면 되나 생각했는데, 별 달리 할 게 없다. 리디북스를 꺼내니 거기에 "서울리뷰오브북스" 잡지가 올라와 있다. 종이잡지로 사서 봐야지 생각했는데, 리디북스 셀렉트로 본다. 김연수 작가의 글을 찾아읽고, 김겨울님의 글을 찾아읽고, 그렇게 읽다 보니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아픔이나 슬픔은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데, 자기 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데 있다. 괜히 죽음의 공포 혹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인간을 철들 게 만드는 게 아니다. 손톱이 깨져도 하루 종일 손톱의 존재는 과장된다. 나의 아픔 이외에는 마음을 쓰기가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 내.. 더보기
수능시험일 수능시험일 오늘 받은 수능 감독수당은 16만 원이다. 기록을 위해 남긴다. 수 차례의 수능 시험 감독, 본부 요원 경험 등등으로 보건대, 쉬운 수능 감독은 없다. 감독하지 않는 게 제일 쉬운 감독이다. 또 한 번의 수능 시험 감독을 마치고, 노곤한 가운데 밤을 보낸다. 내일은 그냥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우리 학교의 경우, 고3은 원격수업이다) 별 탈 없이 수능시험일이 지나갔다. 몸이 안 좋아서 별도 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수험생이 있었고, 화장실을 가는 수많은 학생이 있었다. 다행히 날씨는 춥지 않아서 여러 사람이 덜 힘들지 않았을까. 감독관이 가끔 앉을 수 있도록 시험실 안에 의자가 비치되었지만, 앉아 있는 감독을 보기가 어려웠다. 모두들 수고 많았습니다... 더보기
블랙팬서, 이성자 미술관, 커피플라워 케냐 아들은 갑자기 블랙팬서를 보러 가자고 했다. 같이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약속한 딸은 침대로 가서 눈물을 흘린다. 나는 비폭력대화를 떠올리며, 아들과 딸과 대화한다. 누구도 마음 다치지 않았다. 딸은 물론 기분이 상하기는 했다. 영화는 예매를 취소하고 시간을 조금 미루고, 딸은 같이 영화는 보지 않아도 온가족이 집을 나서기로 했다. 휴. 블랙팬서는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지 괜찮았다. (스포일러 있음) 비브라늄을 가진 새로운 종족을 등장 시킨 것은 새롭다. (마블 코믹스를 보지 않으니, 거기에서는 이미 그런 존재에 다루고 있었다면, 마블 코믹스를 보는 사람에게는 전혀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기는 하겠다.) 하지만, 네이머와 탈로칸의 서사를 충분히 쌓기에 3시간이 안되는 상영시간을 짧기만 했다. 게.. 더보기
지는 가을에 빼빼로 지는 가을에 빼빼로 다음주 월요일부터 원격수업이다. 월, 화, 수요일을 원격으로 전환하면서 수능감독관이나 수험생들의 감염을 막자는 의도이리라. 감염 확산을 막을 생각이라면 1주일 정도도 가능하겠지만,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1, 2학년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오늘이 수능 '전' 날이 되어 버렸다. 여느때처럼 바쁜 하루를 보내고 퇴근을 한다. 오늘 퇴근길에는 가보지 못했던 길을 좀 갔다가 왔다. 영천강을 옆에 끼고 평소 가지 않는 길을 간다. 후두둑. 나는 은행잎 떨어지는 소리가 좋다. 그렇게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떨어지는 은행잎을 한없이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고 싶다. 은행잎이 마구 떨어질 때는 마치 서로 손을 잡고 자유낙하하는 것처럼 하나가 떨어지고, 뒤어 둘, .. 더보기
달 밝은 날 저녁 식사 후 퇴근 길 2학기에 복직해서 우리 부서에서 같이 일하게 된 선생님이 있는데, 환영회 한번도 하지 못 했다. 큰 이유는 내가 일하느라 전혀 여유를 가지지 못해서. 1학기 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같은 부서 선생님끼리 앉아서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여유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마감되지 않은 일 때문에 쉬지도, 일하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졌던 것은 아닐까. 하나의 일이 마감되어도, 큰 틀에서 보면 마감이 안되기도 한다.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 지 스스로 확인 조차 할 수가 없다. 모른다는 사실은 겁날 게 없다. 하지만,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면 불안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학교로 돌아가서 일을 할 생각이었다. 아침에 나오면서 아내에게 "저녁도 밖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