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을 직접 갈아봐야지 하고 시작했던 작업은 내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체인을 몇 번이나 자르고 체인링크를 두 개 써서 98링크(브롬톤 44T는 체인이 98링크)를 만들었다. 그리고 주행하면 분명히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스프라켓 쪽에서 튀기는 소리가 났다. 결국 루키바이크로 가지고 갔다. (루키바이크는 최근 브롬톤도 취급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자전거가 공급이 잘 안되고 있기 때문에 간다고 해서 전시된 브롬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장님에게 증상을 설명하니, 아마도 코기(나는 스프레켓을 ‘코기’라고 부르는 줄도 몰랐다) 문제 같다고 했다. 한번 타보시더니 분명하다고, 부품이 없으니 주문하고 부품이 오는대로 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토요일에 브롬톤을 맡겼고, 화요일이면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부품 출고가 늦어지면서 목요일로 예상했다가 오늘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아서 브롬톤을 찾아왔다. 사장님에게 그레블 관련해서 문의를 하니, 최근 공급 자체가 너무 없다고. 아무튼 받아든 브롬톤을 밖으로 샵 밖으로 가지고 와서 잠깐 타보니 너무나 좋다. 일단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좋았고, 칼변속!! 세팅이 되어 있다.
올해 들어 거의 매일같이 자출을 해서 그런가, 브롬톤에 대한 애착이 늘었다. 늘 곁에 두고 있다가 없어지면 그 빈자리가 너무 잘 느껴진다는 건 정말 진리다. 사람은 얻을 때보다 잃을 때 그 고통과 불편이 훨씬 크다. 고작 자전거 한 대인데도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자출을 하지 않으니, 매일을 작은 상자 속에서 지내는 기분이었다. 출근 할 때 자동차 안, 일할 때는 교무실 안, 퇴근 할 때 자동차 안. 집으로 와서는 거실과 방. 열심히 페달을 저으며 출렁이는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이제는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 늘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힘을 쓰려고 하면 균형이 무너지고, 그 무너진 균형을 다잡으려면 앞으로 나가는 데 쓸 힘을 균형을 잡는 데 써야 한다.
오늘 그간 내가 잃은 대상, 내가 떠난 대상, 나를 떠난 대상에 대해 생각한다. 그 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졌을까. 채워지지 않는다. 빈자리는 빈자리로 남는다. 다시 그 빈자리를 돌아보지 않을 뿐이다.
아무튼, 내일은 자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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