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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학급이야기

성적표 발송하는 날

퇴근길에 본 꽃

내 성적도 아닌데, 보며 한숨을 쉰다.

성적표를 받고 기분 좋은 웃음 짓는 학생을 본 기억이 없다.

시험이 없으면 공부 안 할거라 말하는 어른이 가끔 있는데,

시험 없이도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리라.

세상이라는 복잡한 문제에는

뾰족한 답이라고는 없지만,

가끔 복잡한 문제를 둘러 가고 싶고,

갈피를 못 잡는 표정을 피해 가고 싶다.

시험 따위 필요없다

일갈하는 낭만주의자는 아니지만,

이미 받은 성적을 두고 너무 후회할

필요가 없다.

부모님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나는 이렇게 썼다.

1차고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성적의 높고 낮음에 관련없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번갈아 가며,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 뒤쳐지지 않고 수업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많이 애썼습니다. 학생들의 수고를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성적에 기초해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십시오.

내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일을 쓰고,

그걸 문자로 보냈다.

좋다. 오늘은 좀 쉬자.

학생들과 앉아 학교 컴퓨터로 게임 기록 배틀을 한다.

1등부터 3등까지 내가 아이스크림 쏜다.

성적표는 받았지만,

학생들은 웃으며 하교했다.

퇴근길에 본 꽃,

아무나를 위해 누군가가 심은 꽃,

거기에도 한 송이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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