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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진주문고, 롤링핀으로 라이딩, 한여름의 인력거꾼. 바람을 가르라.

딸과 아침 라이딩. 분명 9시 30분은 아침인데, 초전을 출발해서 진주문고 혁신 쯤 도착하니 이건… 여름… 텐덤바이크로 딸을 끌고 가는데, 다리를 오르고 나니 숨이 컥 막히는 곳 같았다. 내리쬐는 햇볕의 뜨거움은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일으키는 바람으로라도 딸을 시원하기 해주려고 오늘 제대로 자전거 근육 단련. 진주문고 혁신점 안은 사람이 없다. 둘이 집을 나설 따 “오빠가 없어서 좋다.” 라며 부녀만의 데이트에 기뻐하던 딸은 아침이라 손님이 없는 진주문고에 들어서며, “우리뿐이라서 좋다.”라고 했다. 딸은 곧장 악세사리 코너로 가서 만원 짜리 머리띠, 오천원짜리 머리핀을 고른다. 나는 오랜만에 책 구경. 그리고 책을 샀다. 집에 와보니 이미 갖고 있던 책이다. 아하…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건가, 책덕후가..

많이 먹고 살찌란 말 하지 마세요.

내가 어릴 때 자주 듣던 말 좀 많이 먹어라. 먹고 살 좀 쪄라. 왜 이리 말랐누. 어릴 때 자주 듣던 말인데, 그게 어릴 때에만 끝난 건 아니었다. 말랐다 라는 말은 서른이 될 때까지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초등학교 때에는 더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은 엄마나 아빠가 아니라, 친인척에게 많이 들었다. 매일 보는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가끔 보는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지금 나를 보고 많이 먹고 살 찌라는 사람은 없다. 몸무게가 70킬로 그램을 넘기면서는 살이 빠진 것 같은데요 라는 말도 듣지 않게 되었다. 아니, 이제 내게 그럴 말을 함부로 할만한 사람들이 충분히 많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는 참으로 편의가 높아지는 일이다.) 179에 73~4킬로. 이제는 누가 봐도..

6월 독서모임 먼북소리 :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그냥 좋은 장소에서 주변의 사람들을 열렬히 환대하는 데 대한 책인 줄 알았다. 내 앎이 너무 적거나 내 상상력이 너무 지나쳤던 것. 저자 김현경은 사람을 정의한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소설로 프롤로그를 시작하며, 우리는 어떻게 인간(종)에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람이란 ‘사람 취급 받는다’ 라고 할 때 쓰는 그 사람에 가깝다. ‘인간’과 ‘사람’이란 단어에 무슨 차이가 있나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있다. 일상어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를 선예도 높게 정리하면 그렇다 역시나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장소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면, 자리가 필요하다. 이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고, 이 공간은 사람이 가지고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된다. 이 자..

책/책모임 2021.06.18

나의 친애하는 글쓰기 패거리

나에게는 패거리가 있다. 우리는 돈이 되지 않는 일로 모이고,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한다. 시키지 않는 일을 하고, 누가 봐주지 않아도 일 한다. #글요일 내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글쓰는 수요일을 줄여 글요일을 시작했다. 수요일마다 만나서 글을 쓰는 모임이다. 혼자 쓰려면 힘드니 매주 모여서 글을 썼다. 우아하게 브런치 카페에서 만나기도 하고, 주인 없는 소소책방에서 만나기도 했다. 고향같은 도달에서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 진주의 이야기, 지어낸 이야기를 썼다. 쓰고 나서 돌아가면서 읽고는 좀 부끄러워하고, 좀 쑥쓰러워 했다. 내 휴직이 끝나고도 경원씨가 얼마간 잘 끌어주었다. 그런데 고놈의 코로나 때문에 만남이 어려워지고, 우리는 각자의 가족 속에 갇히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은 ..

진주, 브롬톤 자출 자퇴, 할아버님들, 진주의 속살, 이동의 자유

오늘은 퇴근길에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덕오마을 쪽으로 난 자전거길로 조금 더 달렸다. 학교에서 집까지 편도 8킬로미터의 거리는 약간 짧은 것 같다. 한 15킬로면 딱 좋지 않을까? 덕오마을 쪽으로 난 자전거길은 구간은 길지 않지만, 나무데크가 굉장히 잘 정비되어 있다. 충무공동-가좌동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도 데크로 자전거 및 보행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거기와는 다르다. 덕오마을로 향하는 자전거길을 타면 마치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듯 부드럽다. 이 길을 달리면, 진주의 숨겨진 모습을 보게 된다. 작은 도시이지만, 시내 근처로는 사람이 많고 아주 높지는 않지만 건물들이 많다. 하지만, 이쪽으로 접어들면 건물들에서 눈을 뗄 수가 있다. 그저 흐르는 강과 강변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마치 섬 주위..

초등 아들이 좋아하는 여학생, 사귀자고 말해야 겠어?

“어떻게 고백하지?” 초등 4학년 아들은 이미 “사귄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들어봤고, 자기도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기면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일단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준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도 고맙다. 나는 아들 나이에, 아빠나 엄마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자주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했다. “아빠, 조** 만나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사귀자고 말할까?” “아니, 니가네가 생각하기에 ‘사귄다’라는 게 무슨 말이지? 네가 그냥 그 친구와 무얼 하고 싶은 지 생각해봐.” 초등학생들이 ‘사귀는 사이’ 라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관계가 ‘명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아들에게는 그 친구와 무엇을..

해운대 조선비치 호텔 뷔페 : 카밀리아 방문기

호텔 뷔페라니 나에게는 낯설고 불편하다. 나는 미숙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줄서서 먹는 집에는 가지 않고,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 곳에도 가지 않는다. 한 끼의 가격이 책 한 권의 가격을 넘어가면 분명 비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해운대 조선비치 호텔 안의 카밀리아는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장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가족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갔다. 1인당 10만원이다. 본전 생각 따위는 안 해야 문화인 같을텐데, 나는 야만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빈속에 뷔페 가는 거 아니다. 아침을 약간 먹어서 장 운동을 활발히 해둔다. 동생이 해변뷰 자리를 예약했다. 모두 9명이라, 4인 기준 테이블에 3명씩 앉았다. 가족모임은 본래 8인까지만 가능하다. 엄마, 아빠, 동생, 매제, 누나 모두 접종을 했기 때문에 8..

여행/국내 2021.06.14

아빠의 70번째 생일

아들과 둘이서 부산으로 향했다. 아빠의 70번째 생일.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이번 생일을 보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생 가족이 다 부산으로 내려와서 생일을 같이 보내기로 하면서, 제법 왁자한 생일을 보낼 수 있었다. 직계가족 모임의 경우에 8명 제한이 있어서 일단 나만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생 내외, 누나, 엄마, 아빠가 모두 접종을 받으면서 인원 제한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동생은 해운대 웨스틴 조선 호텔 뷔페 카멜리아에 예약을 해두었고, 토요일 밤에 만나서 가족끼리 회포를 풀었다. 누나와 동생도 일 년만에 처음 보는 것. 나는 누나와 동생을 본 게 더 오래 되었다. 코로나가 극성부린 딱 그 기간에 서울, 인천이라는 먼 거리까지 더 해서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이제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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