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은 장소에서 주변의 사람들을 열렬히 환대하는 데 대한 책인 줄 알았다. 내 앎이 너무 적거나 내 상상력이 너무 지나쳤던 것.
저자 김현경은 사람을 정의한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소설로 프롤로그를 시작하며, 우리는 어떻게 인간(종)에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람이란 ‘사람 취급 받는다’ 라고 할 때 쓰는 그 사람에 가깝다. ‘인간’과 ‘사람’이란 단어에 무슨 차이가 있나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있다. 일상어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를 선예도 높게 정리하면 그렇다 역시나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장소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면, 자리가 필요하다. 이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고, 이 공간은 사람이 가지고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된다. 이 자리가 어떻게 마련되는 지에 대해 쓰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사회계약론을 예전에 읽어뒀으니, 절반의 논의는 따라 갈 수 있었다 싶다. 어렵게 읽은 책은 다음 책을 조금 덜 어렵게 해준다.
환대가 가장 어려운 개념이다. 누군가를 환영하는 마음으로 대접해준다는 일상어의 개념이 아니다. 앞서 많은 철학자가 논의한 여러 인간 관계와 환대를 구분지으며 인간 사회의 전재로서의 환대, 인간 사회가 지향해야 할 지점으로서의 환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칸트, 라캉 등의 논의에서 살을 발라 틈을 찾아내어 자신의 논리를 새로 새운다.
이렇게 많은 철학자들의 책을 읽고 공부하고, 우리 나라의 고전을 읽고, 근현대 소설까지 언급하며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다른 사람의 저작은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이었다. 다음 책으로는 반드시 인간의 조건을 읽어야 하겠다 생각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고, 거울나라의 엘리스도. 한 권의 책에 살처럼 붙어 있는 다른 책들을 보니 즐겁다. 알라딘 앱을 열고 장바구니를 채워야지. 그리고 조바심이 난다. 이 많은 책을 나는 언제 다 읽고, 언제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을까.
6월 먼북소리는 오늘 이 책으로 진행했다. 2시간 만에 이야기하고 마무리하기에 아까워 다음 달에도 이 책으로 모임을 한번 더 하기로 했다. 아마 그때도 시간이 모자를 게 분명하다. 하지만, 한번더 시간을 내어 이야기해볼 만한 책이다. 그리고 나는 다음 달이 되기 전에 인간의 조건을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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