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 몇가지 어려운 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책을 정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모였을 때 독서 모임을 이끌어 나가는 방법이다. 어떤 모임의 경우에는, 몇 번 참석하면 정회원으로 인정하고, 모임에서 읽을 책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모임은 리더가 책을 정한다. 어떤 책이냐에 따라서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들쭉날쭉 한다면 책을 선택하는 데 고심할 수 밖에 없다.
나도 어떤 책을 선정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꾸준히 읽고 있지만, 많이 읽지는 못하기 때문에 여러 권의 책을 순위에 올리고 독서 모임 구성원들에게 묻기가 힘들 때도 있다. 적어도 두 권 정도는 선택지로 두고 그 중에서 더 끌리는 책을 함께 정하려고 애쓰고 있다.
내가 사는 진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먼북소리 모임은 2017년에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낭독을 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었으나, 이제는 낭독없이 책 이야기만 한다. 한 달에 한번 만나고 있으나,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는 Zoom으로 만나고 있다. 우리가 선택한 책은 대개 공동체, 적정기술, 대안적인 삶, 사람의 편견과 사고, 책과 책 읽기에 대한 것들이었다. 하나의 책은 다른 책으로 이어져서, 모임의 책들은 위 아래로 파동을 그리듯 차이를 보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결국 나와 내 주변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더 정교한 질문을 하기 위한 책을 읽고 있다. 진주라는 변방에서, 어떻게 이웃과 함께 하는 좋은 삶을 꾸려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테마가 있다. 그런 점에서 독서 모임에서 만나는 구성원들은 이웃이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의미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지난 달에 읽은 책이 섬에 있는 서점이다. 그리고 그 다음책으로 책에 대해 더 읽을까, 아니면 서점과 같은 공간에 대해서 더 읽을까 고민을 했다. 그래서 정한 책은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이다.
함께 읽는 책은 약간 어렵거나 조금 두꺼워도 좋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읽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조금 어려워도 또 두꺼워도 끝까지 읽어내는 힘이 생긴다. 나에게 ‘사람, 장소, 환대’가 그런 책이라 이번에 추천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읽을 책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우선 여러 권의 책을 후보에 두고
- 내가 먼저 읽어보거나
- 읽지는 않더라도 사서 집에 둘 필요
가 있다. 독서모임 날이 다가오면, 나는 유심히 살펴본다. 읽은 책들은 종류별로 저자별로 혹은 출판사별로 정리해두려고 하는 편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아주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읽지 않은 책들은 따로 모아 둔다. 그 중에 또 많은 수는 나만 좋아하는 책인 경우가 있고, 독서모임의 주제와는 딱 맞지 않은 책들인 경우도 많다. 그러니 사둔 책 중에서 적당히 독서모임에 어울릴 만한 책을 찾아 봐야 한다.
그런데 최근 책 구입을 게을리 했더니 책이 적다. 다양한 방향에서 책을 추천받거나,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그것도 좀 떨어지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독서 모임을 꽤 해오면서, 모임 구성원 모두가 신간보다는 오래 사랑받는 책, 널리 읽히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고전이 될 만한 좋은 책을 기꺼이 읽으려 한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목록은 좀 더 오래된 책들이다. 많은 저자들이 사람과 공동체, 인간의 삶과 판단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 두었다. 인간 존재 자체의 의문까지도. 각도와 깊이를 달리할 뿐 우리 모임도 그러한 주제에 조금씩 근접하고 있다. 다음 달의 책은 어떻게 읽어낼까. 지금 책읽기에 집중해야 하면서도, 그 다음 모임의 책을 늘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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