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해운대 조선비치 호텔 뷔페 : 카밀리아 방문기

타츠루 2021. 6. 14. 20:31


호텔 뷔페라니 나에게는 낯설고 불편하다. 나는 미숙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줄서서 먹는 집에는 가지 않고,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 곳에도 가지 않는다. 한 끼의 가격이 책 한 권의 가격을 넘어가면 분명 비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해운대 조선비치 호텔 안의 카밀리아는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장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가족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갔다. 1인당 10만원이다. 본전 생각 따위는 안 해야 문화인 같을텐데, 나는 야만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빈속에 뷔페 가는 거 아니다. 아침을 약간 먹어서 장 운동을 활발히 해둔다.

해운대 해변을 보며.


동생이 해변뷰 자리를 예약했다. 모두 9명이라, 4인 기준 테이블에 3명씩 앉았다. 가족모임은 본래 8인까지만 가능하다. 엄마, 아빠, 동생, 매제, 누나 모두 접종을 했기 때문에 8인 제한을 받지는 않았다. 게다가 모두 모여 앉는 게 아니라 별 문제가 없었다. 예약 당시에는 가족관계 증명서 등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나는 당연히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 받아 갔는데, 검사를 하지 않더라. 다시 말하지만, 같이 가기는 했어도 모두 다른 테이블에 앉았으니 문제가 없었을 것 같다.

해변뷰는 정말 좋았다. 날이 맑아서 눈이 조금 부실 정도. 음식 가지러 가는 게 불편하다면 오션뷰는 좋지 않겠다. 나는 적당히 운동도 되고 좋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비싼 돈을 주고 먹는 데에는 음식의 맛만 중요한 게 아니다. 해변에서 아이들 뒤치닥거리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우아하게 식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구석 자리라서 음식을 가지러 갈 때 빼고는 다른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어서 좋았다.


고기(부채살)부터


당연히 고기부터. 부채살 구은 게 제일 맛있었다. 저기 뼈가 붙어 있는 건 양갈비. 후추 냄새가 낫지만, 양고기는 다 그런거 아닌가? 나는 갈비는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일단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먹었다. 뷔페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많이 먹거나,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 아닌가? 물론 나는 두 가지 다 시도해보려 했다. 하지만, 특별히 특별한 메뉴는 없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은 일식 코너에 있는 아주 조금씩 담긴 음식들 뿐이었다. 위 접시에서 좌측은 레몬…. 뭐라무라.. 오른쪽은 해삼+마의 조합이었다. 일식 코너의 음식은 다 입에 잘 맞았다. 그 전날 회를 엄청 먹어서 스시는 손대지도 않았는데, 그게 아쉽다.


전복과 대개


대게는 따라오지 않은 아내가 좋아하는 메뉴라, 아들이 잘 먹으니 아들에게 먹이려고 가지고 왔다. 맛은 그냥 대게맛. 전복도 단가 생각에 담았으나,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전복은 전복죽에 들어가 있는 정도라는 것을. 구운 토마토, 구운 마늘은 맛있었지만.. 요리의 분류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고기와 랍스타, 장어

다시 부채살, 랍스터, 장어. 장어의 양념도 썩 내 입맛에는 맛지 않았다. 부채살이 아무래도 제일 맛있었다. 고기도 부드럽고, 집에서 아이들 구워 먹일 때는 늘 조막만 하게 잘라 먹는 바람에 고기의 그 듬직함을 맛볼 수가 없었는데, 두툼하게 썰어서 잘 구워지니 좋았다. 랍스타는 치즈를 얹고 오븐에 구운 것 같았다. 살도 아주 탱글하고 먹기에 좋았으나, 아… 내 취향은 아니었다. 갑각류는 안 좋아하는 것으로. 두 접시째에 벌써 김치 등장.

내가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것은 맞는 것 같았다. 각종 소스들은 처음 본 것들이 많아서, 무엇과 무엇을 함께 먹어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랍스타도 부채살도 적절한 소스와 곁들어 먹었으면 더 맛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파스타, 피자, 치즈, 물회

피자에는 렌틸 콩 같은 게 들어가 있었다. 크림파스타와 물회. 피자는 쏘쏘. 하지만, 흔하지 않은 피자라서 좋았다. 다른 한쪽에는 고르곤졸라 피자도 있었지만, 그건 자주 먹어 보는 것이라. 여러가지 치즈가 있었지만, 다 맛보지 못했다. 치즈만큼 다양한 종류의 음식도 없을 것 같다. 치즈에 대해 좀 알아보면 좋겠다 싶었다. 각기 이쁜 모양을 잡고 앉아 있는 치즈들을 보고도 처음에는 먹어도 되는 것인 줄 몰랐다. 크림파스타는 금방 나온 것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맛이 있었다. 좀 더 따뜻했다면 훨씬 맛있었을 것 같다. 그나마 자주 먹어보는 음식이니, 그간 먹었던 것과 비교가 가능하지 않을까. 지나치게 기름지지 않아서 좋았다. 호텔 쉐프들이 만드는 음식이니, 내가 구분은 못해도 분명 더 맛있는 거겠지?


샐러드, 두부, 초밥


볶음밥, 치킨커리, 머시기 머시기 두부, 초밥.
전날 밤 회에다가 매운탕을 배터지게 먹었지만,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나는 회와 초밥을 좋아한다는 것을. 치킨커리도 별로, 볶음밥도 별로. 일본식 투부는 마치 크림치즈 같았다. 아주 맛있었음. 초밥도 맛이 있었다.

망고, 에그타르트, 호두파이, 브라우니


아쉽게도 벌써 디저트. 저기에 없지만, 아이스크림도 커피도 한 컵씩 먹고 마셨다. 망고에 약간 투명하고 동그란 젤리가 들어간 디저트가 제일 맛이 있었다. 에그타르트는 굉장히 맛있었다. 촉촉하기도 하고.

천천히 느긋하게 먹었다. 덕분에 아들도 다양한 것들을 먹어보고. 이제 아들도 혼자서 음식을 담아서 먹을 수 있으니 정말 편했다. 아들과 처음 뷔페를 간 것은 경주 스위트 호텔의 조식 뷔페였던 것 같은데, 그때 나는 아들을 한 손에 앉고, 다른 한 손에는 접시를 들고, 아들이 담으라고 하는 음식을 담아야 했다. 아빠는 힘이 드는 일이다.

뷔페에 가는 이유는 많이 먹거나 새로운 음식을 맛보기 위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백과사전이라도 단행본이 가진 전문성을 따라올 수는 없다. 나는 많이 뒤적이기는 했지만, 역시나 백과사전을 펼쳐보듯 이리저리 서성이느라 시간을 보냈다. 정말 맛있는 것을 음미할 시간은 없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나는 스테이크와 스시면 되는 사람이구나 확인했다. 와인은 모르지만, 치즈는 좋아하니 후식으로는 적당한 와인에 여러가지 치즈면 좋겠다 생각했다. 어떤 뷔페든 그 기능은 개론서 밖에 안되겠다. 그 자리에서 만족하기는 어렵고, 자기 취향이라도 찾으면 다행인 곳이 아닐까.

다음에 10만원을 내고 먹는다면, 일식 코스가 더 좋겠다. (아, 거기서는 배부른 정도로 먹지는 못할까? 미식가가 아니라 10만원 내고 일식을 먹을 일은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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