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나 뿐인 해인사 소리길에서 나는 마스크를 벗고 놀랐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솔향이 가득하고, 알아보지 못하지만 게운한 숲의 향기가 가득했다. 마스크가 먼지나 비말만 막는 게 아니었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일상에서야 향기가 중요한 때가 없었던 걸까. 해인사 소리길에서 오늘 하루 충분히 숲의 향기를 맡고, 여러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해인사 소리길 시작하기
작년 8월에 나는 혼자서 해인사 소리길로 갔다. 집으로 얼른 돌아오기 위해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합천까지 차를 몰았다. 거의 쉬지 않고 걸어서 해인사 경내 북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간식으로 먹고, 내려와서 음식점에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돌아왔다. 그렇게 가보니 초등학생 아이라면 소리길을 같이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취학 아이와 어디서부터 걸을까
소리길은 대장경테마파크에 차를 주차하고 시작하면 편도로 6킬로가 넘는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데크길이 아닌 경우에는 나무 뿌리가 흙 위로 올라와 있어서 작은 아이는 주의를 기울이고 걸어야 한다. 그렇게 걷는다고 생각하면 6킬로는 짧은 거리가 아니다. 게다가 다시 차로 복귀하려면 6킬로를 걸어내려 와야 한다.
그래서 예전에 딸과 같이 갈 때에는 길상암에 차를 댔다. 길상암에서는 한 1킬로 정도만 걸으면 해인사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진짜 경사는 여기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여기서 아이가 길을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는 딸이랑 길상암에서부터 걷기 시작해서 쉼터까지만 갔다가 다시 주차했던 길상암 앞 주차장으로 왔다. 그리고 차를 몰고 해인사 바로 앞까지 올라갔다. (노약자를 태운 차는 해인사 앞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렇게 올라가면 소리길의 맛만 보게 되지만, 해인사를 즐길 체력이 남아 있어 좋다. 팔만대장경도 구경하고 소망등도 달아보고, 약수도 맛볼 수 있다.
그렇게 조금 걸으니 아들은 성에 차지 않은 것 같았다. 진주에서 해인사까지 1시간 10분에서 20분 가량 시간이 걸린다. 왕복 2시간 30분 정도 차를 타는데, 그에 비해 걷고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적었던 것이다.
초등학생 고학년과 어디서부터 걸을까
오늘은 아들에 맞춰 일정을 준비했다. 대장경테마파크부터 걸어도 좋겠지만, 오늘은 홍류동매표소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대장경테마파트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가면 주차비가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해인사를 향해 가는 사람은 누구나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야 한다. 매표소에서부터 걷기 시작하면, 작은 숲길 구간을 걷지 못하고, 소리길 시작점이라는 이정표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얼마나 걸을 수 있는 지 가늠해보기에는 적당하다. (홍류동매표소에서 해인사까지 최단거리는 3.7킬로 라고 나오지만, 최단거리로 가는 게 아니라, 4킬로는 넘을 것 같다. 오늘 총 걸은 거리가 10킬로 정도 된다.)
홍류동매표소로 들어가면서 입장료(주차비 4000원+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를 내고 들어가서 한 20미터 올라가면 오른쪽에 주차면수 8대 정도 되는 주차장이 있다. 거기에 차를 대고 소리길을 걷기 시작했다.
올라가면서 올챙이도 보고, 새끼 도룡뇽도 보고, 쪼르르 흐르는 물에 손도 씻고 하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다. 해인사에 가서는 약수를 실컷 마시고, 대웅전에 들어가서 절도 하고, 팔만대장경도 구경했다. 간식으로 싸간 오이, 에너지바, 빵, 젤리를 다 먹었다. 물통은 약수로 채워왔다.
내려오는 길에 주유소 옆 소리길 쉼터가 있다. 파전, 끓인 라면 정도가 식사가 되는 메뉴인데, 4000원짜리 끓인 라면도 제법 먹을만 했다. 걸어다니는 사람이니 밥을 먹으려고 가야산 쪽으로 더 올라가기도 그렇고, 배를 곯고 걸어서 내려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혹시나 음식이 상할 수도 있으니 김밥 등을 싸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기 시작한 시간이 2시를 훌쩍 넘긴 때였다. 출발하면서 편의점에 들러 아들 음료수를 하나 사주고 집으로 출발할 때보니 거의 4시가 다 되었었다. 아들은 오는 길에 잠이 들었다.
코스 정리
- 소리길 전체를 하나도 빼먹지 않고 걷고 싶다 : 대장경테마파크 아래 주차장
- 혼자 갔을 때는 여기서 시작했는데, 누가 다시 가자면 여기서 시작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초반에는 뙤약볕이라 걷기에 좋지 않다. 2번을 추천한다.
- 정말 소리길이 시작되는 곳 : 황산무료주차장
- 황산무료주차장이라고 넓은 주차장이 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마을 옆 길을 조금만 걸으면 숲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뙤약볕을 피하면서도 소리길을 온전히 걸을 수 있다. 다음에누군가와 간다면 분명 여기서 시작할 것이다.
- 노약자와 같이 간다면 : 길상암주차장
- 여기가 길상암 주차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길상암 맞은편에 있다. 주차선은 없지만, 대략 10대 이상의 차를 댈 수가 있고,여기에 차를 대는 사람은 대개 금방 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지 주차에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차가 제일 많은 곳은 해인사에 다 올라가서 있는 주차장, 노약자를 태운 차량이 많은 거겠지..)
길상암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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