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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기로 선택했지만, 결국 말하기로 선택해주는 아이의 이야기

타츠루 2021. 5. 26. 22:01

‘목소리를 삼킨 아이’ - 파리누쉬 사니이

목이 아프다. 가끔 열심히 수업을 하느라 떠들고 나면, 머지 않아 내 목소리도 갈라지고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될 때가 있다. 마스크를 쓰는 요즘은 더 그렇다. 입모양을 보여줄 수 없으니, 전달이 잘 안될 때가 많다. 말을 잃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내가 말을 하지 않게 되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운명 따위는 믿지 않지만, 책이 내 눈에 들어오는 시기는 분명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늘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책들은 곁에 두어야 한다. 뒤적이고 뒤적이다... ‘아, 이 책 산 지 오래되었는데, 이제는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잡았을 때, 책이 나를 책 속으로 바짝 끌어당겨 책에 푹 빠지게 되는 때가 있다. 양서를 고르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책을 곁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니 내가 예상치도 못한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점과 도서관은 중요하다. 그리고 책읽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이고 필수적인 공간이다. 어제 그런 책을 만났고, 그 책은 앉은 채로 읽어버린 책이 되었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
파리누쉬 사니이 -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될 것 같다.


무려 ‘이란’ 작가가 쓴 소설이다. 소설을 읽는 양이 너무나 부족한 나는 흔한 영미고전부터 읽어도 평생 못 읽게될 책이 많은데, 어쩌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골랐던 이유는 ‘학교에도 일부러 말하지 않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었고, 그저 ‘말하지 않는 아이’에 대한 궁금증을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이 책은 말을 잘 하다가 말하지 않기를 선택한 아이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기 보다는 ‘어쩌다 보니 말이 늦어졌는데, 그대로 쭈욱 말을 하지 않기를 선택했다가 결국에는 말을 하기로 선택하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소재는 그렇지만, 대단한 면모는 소설이 갖춰야 할 장점을 모두 가졌다는 점이다. 작가가 쓴 게 아니라, 정말 소년이 쓴 것처럼, 부모에게서 느끼는 억울한 감정,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어리고 여린 마음,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은 아이의 간절함이 모두 너무나 정확하고 세심한 묘사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 읽는 사람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몇 가지 사건들. 결말까지도 이건 실화다 싶을 만큼, 딱 세상이 가진 빈틈만큼, 빈틈을 남겨서 좋다.

내 아이를 이해하고, 남의 아이를 이해하려고 늘 애쓰는데, 정작 뾰족한 방법은 없다. 골똘히 생각하는 것으로는 부족한데, 이런 책은 정말 큰 가르침이 된다. 저자가 상담을 하고 심리에 정통해서 그 묘사가 더 뛰어나 보이거나 설득력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걸 빼고라도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이다. 한 권의 소설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것은 처음이다. 저자의 다른 작품도 주문해서 읽을 작정이다. ‘나의 몫’이라는 전작은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니, 더 큰 기대를 하게 된다.

재미있는 소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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