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633

내 옆자리는 신규선생님 자리

지난 18일. 17일은 교사의 월급날이다. 얼마가 되었든 일단 통장에 충전이 되고 나면, 득달같이 카드사들이 달려와 충전된 잔고를 박살낸다. 첫 월급은 얼마였는 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때에는 월급이 더 빨리 사라져버렸다. 경제관념도 없었던 터라 나는 텅 비어가는 텅장을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18일에 내 옆자리 신규선생님이 예쁘게 포장한 쿠키를 학년 교무실에 있는 선생님들께 하나씩 드렸다. 나는 옆자리라 특별히 두 개를 받았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갖다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일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동료와의 관계이다. 나는 나름 좋은 동료가 되려고 애쓰는 편이라 생각하는데, 올해에는 그 부담이 더 크다. 내 옆자리 선생님은 신규임용 되어 우리 학교에 왔다. 누구보다도 더 큰 열정과 에너..

학교 관련 2021.03.21

아들의 드림렌즈 부적응기

정기검진을 위해 아들과 안과에 갔는데, 아들 시력이 나빠졌다. 왼쪽 0.5, 오른쪽 0.7. 양안으로는 0.8 의사선생님은 이 정도면 안경을 바로 써야 하는 것도 아니라, 조심하면서 지켜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들도 그 이야기를 들었고, 그 말을 듣고 나서라 그런지 잘 안 보인다는 호소를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다니기 시작한 학원에서도 좀 뒤에 앉는데, 수업 때 사용하는 작은 화면에 나오는 내용이 잘 안 보인다고. 그때부터 검색을 시작. 아이에 대한 일에는 특히 아내가 빠르다. 게다가 아내는 단 한 가지에 일에 집중하고, 시작하면 바로 끝을 보려는 성격에 가깝다. 나에 비하면. (나는 자주 밍기적 밍기적 느긋하다) 서울사는 동생한테 드림렌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조카들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해..

삶을 읽는 힘, 리터러시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김성우X엄기호 이렇게 책을 읽지 않고 독서모임에 참여하다니… 아니다 그냥 참여가 아니라 내가 호스트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선택했고, 나는 그 중 2장을 간신히 읽었다. 빠지는 분이 생겼지만, 그래도 오늘 나까지 여섯명이 모였다. 세 명에서 시작했는데, 적게 모여도 6명이라니 다시금 대단하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면 6~7명 정도가 적당하다 싶다. 그 이상이 된다면 운영의 묘가 반드시 필요하리라. 누구에게 마이크를 주고,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지, 전체 진행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선택해야 한다. 근황 늘 그렇듯 근황으로 모임을 시작한다. 이제 줌으로 만나는 것도 어쩔 수 없이 적응이 된 것 같다. 다시금 진주에는..

85그램짜리 마음안정제

정말 오랜 만에 야간자율 학습 감독을 하고 10시에 학생들을 보내고 집으로 왔다.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찌푸둥한 몸을 풀었다. 샤워를 하면서 오늘 학교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해 보니 14시간이 넘는다.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옛날 내가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쉽게 내던 선생님들이 많았다. 그 분들 혹시 너무 피곤해서 그랬던 건 아닐까. 하루 종일 수업하고, 보충수업 또 2시간씩하고, 청소시키고, 그 사이사이 일하고, 야자감독 하려고 남으니 정말 피곤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늘에야 든다. 피곤해도 해서는 안되는 말과 행동을 한 분들이 많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피곤에 장사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잠을 재촉해야 하는데, 그냥 잘 수는 없어서 좋아하는 간식을 하..

일상사/Stuff 2021.03.18

지친 콧털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앉아 있었으니, 아래에서 그 분을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분의 얼굴에는 수염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엄밀히 말하면 수염이 아니었다. 인중에 보이는 털이었지만 수염이 아닌 털. 콧털이 코 밖으로 바람 맞으러 나와 있다. 그때는 많이 그랬던 것 같다. 나이든 남자 선생님들의 콧털은 제 영역을 넓히며 자라는 덩굴처럼 어두운 콧구멍을 벗어나려 애쓰고 있었다. 우리 몸은 털을 키워내어 중요한 부위들을 보호한다. 콧 속의 콧털은 외부로부터의 먼지를 거르는 필터 역할을 한다. 눈 위의 눈썹이 먼지를 막아주는 것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코 안으로 들어오는 것들을 보호한다. 위는 배 속에 들어오는 몇 몇 나쁜 것들을 견뎌 낼 수 있지만, 폐는 그렇지 못하다. 코의 역할은 굉장히 ..

일상사/Stuff 2021.03.17

이틀치 피로와 첨밀밀

본 적이 있을텐데, 기억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을 하다가 집에 왔는데, 또 해야 할 일이 있어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한쪽 화면에 첨밀밀을 틀어뒀는데, 그리로 자꾸 눈이 간다. 급기갸 영화에 빠져 그냥 시간을 좀 보내버렸다. 이제 곧 자야 하는 시간이 되어서 영화는 그만 보기로 하는데, 이 영화를 내가 본 적이 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본다. 본적이 있다면, 봤던 장면이 기억이 나야 하는데, 전혀 기억에 없다. 당시 음악이 유명해서 아마도 뮤직비디오로 보지 않았나 싶다. 여명과 장만옥의 시선에 나는 관객이 아니라 마치 당사자가 된 것처럼 영상을 쳐다 본다. 사랑하던 때 라는 게 있을까. 사랑에 빠지는 때가 있을까. 마치 그러한 순간이 존재하고, 턱을 하나 넘듯, 우리는 이제 사랑하는 사이라는 순간이 있..

안개와 반장선거

요즘 내게 가장 힘이 되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이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출퇴근 시간이란 그저 한 점(집)에서 다른 한 점(일터)로 이동하는 시간에 불과했다. 그 시간은 짧을수록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는 꽤 긴 여정이 된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자전거를 타고 1분에 80번 정도 페달링을 하는 내 몸은 바쁘고 빠르다. 그럴리 없는데, 차를 타고 갈 때보다 내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흘러서 그 사이 생각도 많이 할 수 있고,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오래 보낼 수도 있다. 강을 끼도 달려서 그런지, 일교차가 심한 날이 계속되어서 그런지 짙은 안개를 자주 본다. 그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안개를 맞는다. 털 장갑 위에 소복이 물방울이 안고, 내 속눈썹에 잔잔히 ..

일요일 아침의 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일요일 아침이 책 읽기는 좋은 때는 아니다. 주말이 늘 그런 것처럼 아이들의 푸닥거리 사이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할 수 있는 걸 찾는 날이니까. 오늘은 아들은 혼자, 딸은 엄마와 공부하는 시간이라, 나는 기름에 찌든 에어덕트 필터를 싱크대에 불려두고 잠시 책을 읽는다. ‘아무튼, 떡볶이’를 읽고 요조의 글이 좋아졌다. 그녀의 글은 예쁜 밀가루 반죽 같다. 만지면 촉감이 좋고 맡으면 향이 좋은. 육수에 넣으면 수제비가 되고, 오븐에 넣으면 피자가 될 것 같은 그런 상상을 하게 해주는 글이다. 그래서 어제 진주문고에서 산 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이런 산문에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 덕분에 내 생각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 2021.03.14 오후 1시 2..

오로지 아들 생일

아이들은 모두 그런가 아님 우리 아들이 유달리 그런가. 아,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다. 아침 7시 아들이 미역국을 앞에 놓고 울고 있다.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아들의 울음 소리에 어리둥절해서 일단 식탁에 앉는다. 아들이 우는 이유는 ‘생일인데 가족 모두 같이 밥을 먹으며 축하해 주지 않는다’ 는 것. 평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밥 먹는 걸 좋아하는 아들인데, 생일이라고 이렇게 달라지기냐? 아침 밥 먹고 나서는 곧장 나가서 택배 하나를 보내고, 아들 케이크를 사왔다. 화상채팅을 하며 아들에게 케이크를 생중계하고 마음에 드는 녀석을 사가지고 왔다. 아들은 폭죽을 터트리고 동생은 겁이 나서 다른 방으로 가고. 그래도 케이크에 기분이 좋은지 초콜릿 토핑은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어제는 동생에게 오빠 ..

온라인 수업 일주일 정리

개학을 하고 일주일을 보내고, 온라인 수업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백신도 나오니 이제 좀 나아지려나 생각하는데, 진주에서는 오늘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00명 정도네요. 올해는 이렇게 가겠구나 생각하면서, 어떻게 꾸려나갈지 고민이 됩니다. 어쨌거나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 봅니다. 온라인 수업은 3일 안에 수업을 들어야 출결과 관련해서 가장 강력하게 이야기 하는 규정이 바로 온라인 수업 기간 동안의 출결입니다. 실시간 수업은 실시간 수업 동안의 출석만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결석입니다. 학생이 어찌할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듣지 못하게 된 경우를 빼고는 수업에 출석하지 않은 게 됩니다. 영상강의 등을 탑재한 수업의 경우 3일 안에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얼마나 수업을 듣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학교 관련 2021.03.1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