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Stuff

지친 콧털

타츠루 2021. 3. 17. 22:06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앉아 있었으니, 아래에서 그 분을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분의 얼굴에는 수염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엄밀히 말하면 수염이 아니었다. 인중에 보이는 털이었지만 수염이 아닌 털. 콧털이 코 밖으로 바람 맞으러 나와 있다. 그때는 많이 그랬던 것 같다. 나이든 남자 선생님들의 콧털은 제 영역을 넓히며 자라는 덩굴처럼 어두운 콧구멍을 벗어나려 애쓰고 있었다.

우리 몸은 털을 키워내어 중요한 부위들을 보호한다. 콧 속의 콧털은 외부로부터의 먼지를 거르는 필터 역할을 한다. 눈 위의 눈썹이 먼지를 막아주는 것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코 안으로 들어오는 것들을 보호한다. 위는 배 속에 들어오는 몇 몇 나쁜 것들을 견뎌 낼 수 있지만, 폐는 그렇지 못하다. 코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나의 콧털들도 빼꼼히 밖을 내다보는 것 같다. 물론 내 기억 속 선생님들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적절히 관리를 해줘야 한다. 자르면 된다. 콧털 정리를 위한 가위가 없으면 급한대로 그냥 가위로도 가능하다. 꽤 오래 가위를 썼었는데, 그게 불편했다. 마음에 들게(?) 정리 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발견한 제품!! 저렴한 가격에 확실한 성능. 그리고 안전하다.

이 제품!

이 물건은 여자분들 눈썹 다듬는 칼과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날 사이에 플라스틱 이빨 같은 게 있어서 무언가를 자를 수는 없다. 약간 대패처럼 잔디깎기처럼 코 안을 정리할 수 있다.

오늘 코 안을 보는데, 하얀 콧털이 있다. 슬프더라. 나는 새치가 아주 늦은 편이다. 올해 초에 여덟, 아홉 톨이 보여서 다 뽑고 나니 요즘에는 보이지 않는다. 뽑아서 처리할 수 있는 정도이니, 아직은 새치라고 해도 되겠다. 뽑아서는 안될 정도라면 흰머리라고 해야 하려나. 새치는 별로 없는데, 코 안은 지쳤나 보다. 내가 머리쓰기 보다 코를 많이 썼나 보다. 그런가.

제법 주기적으로 파마를 하고 있는데, 자전거 헬멧을 쓰고 나서도 볼륨을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 흰머리가 많아져도 염색은 하지 않을 결심인데, 오늘은 왠지 콧털 때문에 나이든 느낌이 되어 버렸다. 쩝.

아무튼, 남성 동지 여러분, 저 제품 강추합니다. #내돈내산

https://www.funshop.co.kr/goods/detail/69759?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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