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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딸이 그려준 그림

일곱 살 딸은 늘 소원이 뭐냐고 물으면 ‘코로나 없어지는 거’라고 말한다. 어쩜, 어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이는 자기가 빼앗긴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파란 하늘, 맑은 공기, 마스크 없이 뛰어놀 시간, 친구와 부대낄 기회.. 오늘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딸이 아주 열중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색칠은 하지 않았지만, 일단 스케치만 마무리. 일곱 살이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였던가? 딸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한다. 그래,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되어라.

언제까지 흰머리를 뽑게 될까?

양치질을 하다가 화장실 불빛에 번쩍. 흰머리는 은색머리인냥 반짝. 왼손가락으로 머리에 고랑을 만들고 오른손으로 반짝이는 머리를 찾아본다. 흰머리는 휜머리다. 파마를 한 머리칼과 또 다르게 애매하게 휘어있어 제법 눈에 잘 뛴다. 흰머리를 뽑으려고 눈을 부릅 뜬다. 내 눈이 닿는 곳에 있는 흰머리만 내게 있는 흰머리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흰머리는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생각되겠구나. 손으로 흰머리 한 올을 색출하자 했는데, 잘 안된다. 핀셋을 가지고 와서 하나만 집어 본다. 툭 뽑아보는 데, 검은 머리 한 올도 걸려들었다. 아직은 검은머리 아까운 정도는 아니라 쿨하게 검은 머리 한 올과 함께 흰머리는 희생된다. 그렇게 네 가닥을 뽑아냈다. 흰머리는 언제까지 뽑게 될까? 새치염색할 ..

가족은 흔하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가족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집 안에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는 늘 한 가족이었고, 그걸 별로 의심해본 적이 없다. 소위 말하는 정상가족이지만, 아무런 문제 없는 가족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족에 대한 걱정없이 많은 세월을 살 수 있었다. 어릴 때에는 몰랐다. 가족들과 곧 헤어져 내 삶을 살게 될거라는 것을. 누가 설명해줘도 모르지 않았을까.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나의 하루는 공기 같은 가족을 바탕으로 누릴 수 있었다. 가족이 없는 일상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박 3일 수학여행을 간다고 해도, 늘 돌아갈 곳은 가족이 있는 집이었다. 누나가 결혼하기 전까지 집에서 같이 살아서 그나마 우리 다섯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것은 아닐까..

청각장애를 가진 소녀의 영웅만들기 : 엘 데포 (아이들을 위한 그래픽노블)

엘 데포. 시시 벨 얼마전 읽은 난생처음 북클럽에서 추천한 책이다. 그 책에서는 뉴베리상을 받은 책이라면, 걱정하지 않고 모두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 하다고 썼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 읽은 아들이 또 관심 가질 만한 책을 찾고 있는 중이라 어제 진주문고에 간 김에 아들 책을 내가 골라 왔다. 데포는 Deaf 다. 누군가 청각장애인을 데포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시시(주인공)은 엘 데포라는 자신의 영웅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엘 데포는 다른 사람에게 시시가 하지 못하는 말을 하고, 용감하게 자기 감정에 대해서 말한다. 시시가 엘 데포이고, 엘 데포가 시시이다. 표지만 보고는 즐거운 책인 줄 알았는데, 4살 때 뇌수막염으로 청각장애를 갖게 된 여자 아이의 성장 이야기다. 등장하는 사람들도 실제 사람들이다. 저..

내가 원서를 고르는 방법 - 아들을 위한 책도 준비하기

영어원서를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영어책도 꾸준히 읽으려면 계속해서 재미있는 책을 만나야 하는데, 근처에서 누가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경우는 적습니다. 영어책 정보는 어디서? - 아마존 - 뉴욕타임즈 - 트위터 아마존의 경우, 제가 구입해서 읽은 Kindle 책들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가나 작품을 추천합니다. 그 중 독자서평을 읽어보고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아마존 서평도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은 책에 대해 호의적인 평과 그렇지 않은 평을 모두 볼 수 있어서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아마존 킨들 도서는 sample을 다운 받아 읽어볼 수 있습니다. 논픽션을 즐겨 읽기 때문에, 초반을 읽어보면 계속 읽을지 안 읽을지 결정하기 쉽습니다. 뉴욕타임..

출근하자 마자 하는 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지만 학교에 도착하면 내가 1등이다. 발열체크를 도우러 오시는 분 빼고는. 자전거를 정리하고 컴퓨터를 켜고, 커피 포트에 물을 끌이면서 내가 하는 일은 메모다. 아침에는 두 가지 메모를 한다. - 오늘 반드시 해야할 일 - 반별 수업 진도 확인 Notion 에는 수업 시간에 무엇을 얼마나 했는디 기록한다. 무엇을 해야할 지는 포스트잇에 써서 수업용 클리어 파일에 붙여서 들어간다. 온라인 기록의 장점은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고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자기기 가 필요하다는 점은 큰 제약이다. 포스트잇에 쓴 메모는 사라져 버릴 수 있으니 쓰고 나면 없어져도 되는 내용을 쓴다. 해야 할 일도 노션에 쓰지만, 두번 쓰더라도 포스트잇에 먼저 쓴다. 포스트잇에 손에 잘 익은 만..

도서관이 불탔다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이 책의 원제는 ‘The Library Book’이다. ‘도서관의 삶’은 the library book 을 참 잘 옮겼다. 로스엔젤리스 도서관에 불을 지른 것으로 의심 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주가 되어 범인을 찾아가는 거 아닌가 생각하고 읽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도서관의 역사, 미국 도서관의 역사, 로스엔젤레스 도서관의 역사, 미국에서 사서라는 직업의 발달, 도서관 건물의 특징, 사건당일 불이 났을 때의 상황에 대한 묘사,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듣는 여러가지 이야기, 도서관이 도시에서 하는 일, 도서관에 얽힌 여러 사람의 추억, 로스엔젤레스 도서관의 재건을 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들어가 있다. 모든 이야기가 충실히 들어가려면 백과사전 같..

턱밑까지 차오른 코로나19 in 진주

턱밑까지 차오른 코로나19 초전동 주변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꼭 초전동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요며칠 진주지역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처럼 방역지침을 과감하게 어긴 사람들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 오늘은 초등학교에서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그 아이와 같은 학원에 다닌 아이들, 같이 방과후 수업을 받은 아이들이 많이 검사 대상이 된 것 같다. 나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달려왔다. 아들도 다니는 학원에 그 확진받은 아이도 다녔던 것. 작은 동네에서 태권도, 피아노, 미술 학원은 동네에 사는 아이라면 거의 모두 다니지 않나. 보건소에서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고, 시간이 제법 지나갔다. 확진자의 동선, 동선과 겹친 아이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나자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아들은 밀접접촉자는 아니라 검..

학생이라는 초록이들

매일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하고 있다. 아침에 세수하고 나서 면도하듯, 잘 마른 빨래를 곱게 개어 놓듯 누가 하라는 사람이 없어도 내가 해야 해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매일 글이 술술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술술 나오는 글이라도 술술 읽히지도 않는다. ‘누가 읽고 뭐라 해도 괜찮다. 잘 쓴 글을 빚으려는 게 아니라, 일단 무조건 글을 빚어가며 잘 빚어가겠다 노력해야지’ 라는 다짐으로 글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줄을 쓰고 그 다음 줄을 이어가기가 힘들 때가 있다. 그러면 책을 꺼내 들게 되는데, 그런 책 중 하나가 ‘글쓰기의 최전선’이다. 글쓰기를 가르치며 자기 글쓰기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한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무엇에 대해서도 글을 일단 쓰기..

학교 관련 2021.04.14

일찍 잠들 것이다 - 지적 생활 습관

책을 아주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닌데, 읽었던 책을 이미 읽었었는 지 기억도 못하고,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적생활습관은, 읽다가 그만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재미있고, 좀 더 보니 분명히 읽은 적이 있다. 저자의 여러가지 견해에 동감하는 바가 있다. 1. 메모는 머리를 비우기 위해 한다. / 잠도 그러하다 2. 지식만 믿으면, 생각이 자라지 않는다. 3.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의 교류는 언제나 기대하지 않았던 지적 기쁨을 준다. 이 분 덕분에 다시 일기를 쓸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 매일 블로그에 글을 한 편씩 쓰고 있지만, 일기는 또 다른 일이니까. 요즘에는 하루 동안 쌓인 찌꺼기를 모두 내다버릴 공간이 필요하다. 버릴 찌꺼기가 많아서 그런지, 잠을 자도 그 찌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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