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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불탔다

타츠루 2021. 4. 16. 21:15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도서관의 삶

이 책의 원제는 ‘The Library Book’이다. ‘도서관의 삶’은 the library book 을 참 잘 옮겼다. 로스엔젤리스 도서관에 불을 지른 것으로 의심 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주가 되어 범인을 찾아가는 거 아닌가 생각하고 읽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도서관의 역사, 미국 도서관의 역사, 로스엔젤레스 도서관의 역사, 미국에서 사서라는 직업의 발달, 도서관 건물의 특징, 사건당일 불이 났을 때의 상황에 대한 묘사,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듣는 여러가지 이야기, 도서관이 도시에서 하는 일, 도서관에 얽힌 여러 사람의 추억, 로스엔젤레스 도서관의 재건을 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들어가 있다. 모든 이야기가 충실히 들어가려면 백과사전 같은 책이 되어야 겠지만, 저자는 그렇게 두껍게 만들지 않았으면서도 충분히 좋은 책을 만들어 냈다.

나는 이 책을 쓰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생각했다. 뉴스 기사, 도서관의 기록, 사람들과의 인터뷰 기록 등등 저자는 수집한 자료들을 꿰어 어떻게 이렇게 괜찮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까. 아마존의 리뷰를 보면, 자기가 기대한 것과 다른 이야기라고 실망했다는 사람의 리뷰도 있다.

이 책은 도서관에 불이 난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의 불이 아닌 것들이 아주 잘 버무려져있다.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도서관과 관련해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 책의 두께를 보고 지레 겁을 먹어서는 안된다.

도서관은 섬이 아니고, 도시 한 복판 아니 적어도 도시 어느 구석에 있다. 도시의 사람들이 찾아오고, 도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모두 안고 도서관이라는 공간으로 들어온다. 사서들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빌려가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제한된 돈과 시간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지 고민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끌고 온 다양한 문제도 해결 해야 한다. 내가 매번, 늘 그런 것처럼,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한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서관에만 집중해서는 가능하지 않다.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바를 해야 하겠지만, 전체 사회의 관점에서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학교에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책의 표지가 특히 마음에 들어서, 종이책으로 사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게 되려나. 아직 안 읽었다면 추천한다. 훌륭한 논픽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소설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모두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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