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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미달반 마지막 수업

드디어 영어 기초학력 미달반 수업이 끝났다. 꾸준히 출석한 학생도 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빠진 학생도 있었다.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빠지는 학생이 있으니 그런 지속성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그럼에도, 다수 대 1의 구도를 벗어나서 학생들과 앉아서 이야기하며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두 가지 목표 이번 수업에서 반드시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 두 가지다. 학습 태도에는 너그럽게 반응하기 대화의 방식으로만 수업하기 학습태도 방과후 8교시에 하는 수업이라 학생들은 휴대폰을 가지고 수업에 온다. 수업 중 휴대폰 절대 하지 말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 많으면 7명, 적으면 3명 정도의 학생과 수업을 했지만, 그중 자주 휴대폰을 확인하는 학생은 두 세명 정도였다. 시험에 반드시..

데자뷰의 순간 : 내 책장에 접근하는 아들

데자뷔라는 현상이 있거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들이 이름 붙인 것을 보면, 여러 사람이 비슷한 현상을 경험했고, 그걸 이야기하다 보니 지칭해야 할 단어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미래를 보지 못하고 오로지 과거를 회상할 뿐인데, 과거에 했던 일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정말 우리가 같은 일을 거의 같은 상황에서 두 번 하는 것일까? 데자뷔는 낯선 상황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이미 했던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우리 뇌의 속임수라는 글을 읽을 적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불안하거나 부정적인 상황에서만 데자뷰를 경험하게 되지 않으니 그 설명은 반 정도만 맞는 것은 아닐까? 매트릭스에서 빨간약을 삼킨 네오는 매트릭스로 들어갔다가 데자뷰를 경험하게 된다. 복도 한쪽에 있던 검..

고향 부산 나들이와 모교인 엄궁중학교

어제는 오랜만에 부산집에 갔다. 진주에서 부산까지 운전해 가는 길이 낯설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는 부산 집에 가서 자고 온 적도 없다. 거의 1년은 가지 못하고 내가 잠시 반찬이나 가지러 간 게 다 였던 것 같다. with 코로나 시대가 온다는데, 그럼 이제 가족끼리라도 좀 더 가까워지는 건가. 달아나버린 2년의 시간은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가 없다. 마치 늘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말들하지만, 현재를 보람차게 켜켜이 쌓지 못하면 미래는 그저 빛좋은 수사일 뿐. 아직도 코로나 때문에 부산집에 가도 돌아다니지 못 한다. 아파트 놀이터가 있지만, 아이들이 많이 나와 있으면 거기에도 가지 않는다. 1시간 30분 차를 타고 도착해서, 또 집에 가만히 앉아 있자니 아이들로서는 견디기 힘들 게 분명하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원제는 Peter Schlemihls wundersame Geschichte 페터 슐레밀의 신기한 이야기이다. 페터 슐레밀이라는 작중 화자가 샤미소(저자가 아델 베르트 폰 샤미소)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로 알려져 있고, 이야기 속 가장 큰 사건은 역시나 그림자를 파는 데서 시작한다. 내가 읽은 책은 열림원에서 ‘이삭 줍기 환상문학’이라는 기획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그림자를 판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끊임없이 금을 퍼낼 수 있는 주머니도 그렇고, 한 걸음에 7마일을 달리는 장화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장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림자’가 ‘금화’를 통해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줄거리 어떤 어려움인지..

소설을 읽다 잠시 멈추었을 때

어렵게 얻은 듯한 주말밤 소설을 다 읽는 데는 5시간 쯤 걸릴까. 영화를 보는 데는 2시간 30분쯤 걸린다.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강력한 재미를 느끼려면 유튜브로 가거나, 넷플릭스를 떠돌아야 한다. 감상하는 대상의 시간이 길수록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나 가치가 더 깊고 풍부할까? 아마도 그렇다는게 내 생각이다. 영화는 보다 멈추면 멈춘다. 하지만, 소설은 읽다 멈춰도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나의 밖에서 발생하고, 소설은 내 안에서 상영된다. 무엇이 뛰어나며, 무엇이 더 좋은 지는 분명하다. 깨닫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리고, 실천하는 데 또 한참이 걸린다는 점이 문제. 적어도 나에게는 진실.

내 침대 머리 책과 사연

우리 집에서 가장 정리를 열심히 잘하는 사람은 아내다. 그래서 내가 마음대로 어질러 놓을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아내가 잘 건드리지 않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침대 머리 맡. 요즘에는 학교에서 늦는 경우가 많고, 잠은 10시나 10시 30분 안에는 자야 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줄고 있다. 학교에서는 책을 펴는 일이 거의 없고, 모두 수업을 위해서다. 골라두고 읽어야지 했던 책들이 쌓이는데, 책을 한 권 잡고 읽다가 다른 책으로 건너가는 경우가 많다. 좀 어려우면 다른 책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나에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한 권의 책을 끝내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 내 침대 머리에 쌓여 있는 책 문학의 공간 감각의 박물학 인간의 피안 Eng..

수업 듣는 기계들과의 대화

수업 듣는 기계들과의 대화 창체 시간 할당된(?) 영상은 모두 보고, 감상문도 모두 받고 아이들에게 그냥 좀 쉬라고 했다. 반장은 심리테스트 같은 것을 들고 와서 나한테도 해보라고 한다. 나는 혈액형도 믿지 않고, MBTI도 혈액형과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도 한번 해보라고 한다. 궁금하다며.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MBTI 유형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곧 MBTI에 대한 자료로 수업을 해봐도 재미있겠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MBTI에 관심 많은 거 맞지?라고 물어본다. 목요일 7교시, 창체시간을 이렇게 여유 있게 보내다 보니, 이대로 주말이면 좋겠다 싶었다. 나는, 오늘 금요일이면 좋겠다. 했는데, 아~ 싫어요. 한다. 왜 주말이 좋잖아 했더니 안 그렇단다. 금요일에는 학원을 12시에 마친다..

고등학교 학급비로 구입한 보드게임

우리 학교에는 학급자치운영비가 책정되어 있다. 한 학급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13만원 정도. 연초부터 어떻게 쓸까 고심을 했고, 학생들에게는 “무엇을 사든지 우리반이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고 하고 생각할 시간을 줬다. 나는 체육대회는 없지만 반티도 좋다고 생각했다. 한번 날 잡아서 같이 입고와도 좋을테니까. 학급 의견판에 여러 의견이 나왔다. 시간을 두고 답을 받는 가운데, 보드게임이 제법 나왔다. 그래서 일단 보드게임으로 정하고 어떤 종류를 구입하면 좋을지 의견을 받았다. 체스, 장기, 루미큐브는 당연히 들어갔다. 학생들이 다양한 보드게임을 아는 게 아니라서, 아내의 추천을 받았다. 아내는 보드게임에 관심이 많고, 우리 집에는 보드게임이 많다. 집에 한 서른 개는 있지 않을까. 더 될 지..

엉덩이가 사라지기 전에 자출

어제는 야자감독이 있어서 차를 타고 갔다. 야자감독을 하는 날에는 딸이 잠드는 걸 볼 수가 없고, 그렇게 밤을 지내고 나면 다음 날 퇴근해서야 딸을 보게 되니 거의 이틀만에 보게 된다. 그래서 야자감독 하는 날에는 딸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를 타고 학교로 간다. 자출을 며칠 쉬지도 않았는데, 아침에 복장을 준비하는 데 까마득하다. 정말 차는 편하고, 별 생각이 없다면 별 준비없는 차를 타기 쉽다.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날에는 일터에서 입을 옷을 따로 준비하는터라, 가방에 든 건 옷 뿐이다. 그래도 퇴근 할 때는 일할 때 입었던 옷을 입고 그대로 퇴근해도 될 만한 날씨라 좋다. 자전거를 끌고 남강변 자전거 도로로 나가니 오늘은 안개가 껴있다. 차도까지 덮은 것은 아니고, 딱 남강에만 안개가 껴있다...

아들의 이가 깨어졌다

“아들 이가 깨져 나갔어.” 아들은 아주 장난꾸러기가 아닌데도, 이미 한번 팔에 실금이 가서 반깁스를 한 적이 있고, 캠핑장에서 뛰어 다니다가 돌에 박혀 턱 아래가 찢어져 꿰맨 적이 있다. 낫고 나니 모두 눈에 띄지는 않는 상처다. 오늘은 태권도장에서 피구를 하다가 공을 잡으려다 앞에 있는 형 팔꿈치에 턱을 맞아, 윗니 아랫니가 딱 맞부딪히면서 아랫니 두 개의 윗부분이 조금 깨어져 나갔다. 아내의 문자를 받고 집에 와서 확인하니 크게 깨어져 나간 게 아니지만, 병원에 당장 가보는 게 좋겠다. 역시나 치과들은 모두 예약제라 빠르면 목요일 밤 진료가 가능하단다. 나는 요즘 저녁 시간에 전혀 시간이 나지 않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아내가 데려갈 생각으로 목요일 밤 예약이라도 잡으려고 다시 전화했는데, 처음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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