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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오마을 지나 자전거길 - 혼자 커피

점심 먹고 오후,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집 엄마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놀이터로 갔다. 나는 멍하니 앉아서 유튜브로 뉴스를 뒤적이다가 1시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곧 몸이 쪼그라 드는 기분이 들어서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니, 원래 #새벽커피 모임을 해야 하는 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내 컨디션이 제 컨디션이 아니라 이번주는 쉬었다. (다음 주에는 반드시 야외에서의 새벽커피를 노려본다.) 아침 밥을 먹고 딸이랑 장난을 치다가, 나는 자는 척을 하다가 잠들어 버렸다. 그렇게 오전을 보냈었으니 몸이 쪼그라 드는 느낌이 들만도 하다. 나는 어릴 적에는 주말에도 집에만 있어도 시간을 잘 보내던 아이였다. 그냥 책이나 좀 읽고, 티비나 보면 되는 아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주말에 하루 종일..

뷰파인더라는 제약

학교에서 국어 선생님과 새로운 책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아니, 있었다. 이전에 디카시집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사진 한 장과 그 사진의 소재로 쓴 학생들의 시를 모아서 책을 냈다. 이번에는 시보다는 조금 긴 글을 쓰도록 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사진도 여전히 필요하다. 오랜만에 사진을 업으로 하는 분을 만나서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나는 전혀 진지하게 사진을 찍고 있지는 않지만, 사진을 가지고 할 이야기는 충분히 있었다. 그분에게 내가 물은 것은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사진을 잘 찍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학생들도 예전의 학생들보다 더 사진을 잘 찍게 되었을까? 그분의 말씀은 사진의 디지털화, 혹은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대체하는 상황에서 이미 널리 이야기되었던 부분이었다...

아버지의 간병인

가족 대신에 아버지 옆에서 도움을 주실 간병인을 구했다. 61세의 아저씨다. 병원에서 본 간병인 분들은 모두 여자분들이었는데, 남자분도 있었다니. 남성 환자라면 남자 간병인이 더 편할 것 같았다. 한 10년 정도 간병인 일을 해왔다니, 충분한 경력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사람 때문에 피곤하고, 그 덕분에 보람도 있는 일일 테지만, 어떤 환자를 대하게 될지 모른다는 어려움도 분명 있으리라. 간병인 구하기 간병인을 구하는 첫 번째 방법은 병원 안에 있는 다른 간병인을 통해서겠다. 약간 매니저급인 간병인 분이 꼭 있고, 그분을 통해서 구하는 게 제일 빠른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인터넷을 보고 찾아야 하는데, 검색해 보면 '간병인 협회' 따위로 결과가 나온다. 코로나 상황이라 간병인도 이 병원 갔다가 저..

처음 그린 아빠는 누워 있다

어제 낮에는 주사를 맞기 위해 바늘을 간호사가 바늘을 연결해뒀는데, 자꾸 바늘이 막혔다. 그래서 왼팔과 오른팔을 번갈아 가며 바늘을 찔렀다. 그렇게 네 번은 새로 바늘을 찔렀다. 급기야 오른팔은 좀 부어올랐다. 아빠는 조금 남은 무통 주사를 떼어내어 버렸다. 무통주사는 언제든 다시 꽂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제저녁 통증이 심해졌으나 무통주사를 맞을 수가 없었다. 아빠는 진통제 주사 세 대를 맞으며 밤을 보냈다.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있었을 리가.. 너무 잘 참는 아빠라서 마음이 아프다. 짜증내고 약한 모습 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지 싶은데, 힘든 내색 안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또 마음이 아프다. 아빠는 서울에 있는 동생가족이나 인천에 있는 누나 가족이랑, 혹은 진주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랑 영상 통..

산재보험 개관 - 산업재해 설명 영상 요약

2021.11.26 - [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 아빠에게 아빠가 되어줄게.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면서, 산업재해요양급여에 대해 알아볼 수 밖에 없다. 일단 잘 정리된 글을 보는 게 가장 도움이 되겠지만, 개괄적인 내용을 알기 위해서 유튜브 영상 보면서 내용을 정리. 물론 산업재해요양급여 신청하는 걸로 이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잘 대처하려면 아는 게 힘이다. 근로자라면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산업재해! 이 영상 하나면 산재보험 클리어! 산업재해와 보상 용어 산업재해 : 근로자가 업무에 관계되는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 산재보험 : 치료지 전액 지원, 평균 임금의 70%정도 지원 무과실책임주의 : 근로자의 과실유무를 떠나 보상 휴업급여 : 일을 못한..

고속도로에서 정숙

아빠에게 가는 길이었다. 비가 오랜만에 세차게 내려서 인지, 고속도로에서 2건의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금요일부터 거의 매일 부산을 왕복하고 있고, 나도 모르게 체력도 집중력도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운전을 더욱 조심하려고 하고 있다. 오늘도 가방 세 개를 싸서 부산으로 출발했다. 아빠가 과일을 잘 안 먹고 있어서 진주의 자랑 딸기를 사갔다. 짐 하나에는 휴대폰, 차키, 지갑. 다른 하나에는 아이패드, 전자책. 나머지 하나에는 혹시나 자고 올 때를 대비해서 갈아입을 옷과 잘 때 입을 옷. 먼 거리를 운전하니 몸이 피로한 것도 있지만, 사고가 날까봐 겁이 난다. 아빠의 사고를 보고 나니, 그저 몸을 다칠 가능성을 줄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나도 제법 빠르게 달..

부산 수정동 수정상가아파트

최신의 아파트는 대단지를 만들고 그 안에 편의시설까지 넣는다. 이제 상가건물은 아주 크지 않고, 주상복합은 흔한게 아니다. 적어도 내가 사는 진주에서는 그런 것 같은데. 병원 밥이 맛이 없다는 아빠와 뭘 먹을까 하다가 ‘고봉민 김밥’으로 정했다. 배달을 기다리느니 좀 걷기도 할겸 병원을 나와서 걷는다. 나도 일단 ‘부산사람’이긴 하지만, 수정동의 이 골목은 낯설고 새롭다. 걷다가 특히나 눈에 띄는 건물 발견. 수정상가아파트 지도에서 확인한 이정표가 될 건물이 수정상가아파트였는데, 하마터면 그냥 못 알아보고 지나칠 뻔 했다. 정말 상가가 있고 그 위에 아파트인데, 건물 모양도 특이하고 상가 규모가 상당한데다가 다들 오래되어 보인다. 예전 무지개떡아파트인가 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복합..

여행/국내 2021.11.29

아빠에게 읽어주려고 책을 가져 왔지만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어젯밤 할머니가 좀 더 버텨주시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잠들었으나, 새벽에 울리는 진동 소리에 깼고, 엄마의 목소리였다. 엄마는 바로 9시 기차를 예매했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아빠 입원실을 지키기로 했다. 그 새벽에 서둘러 챙길까도 생각했지만, 나는 아이들이 일어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같이 밥먹고 나서 출발하고 싶었다. 주말 내내 아이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난 딸 옆에서 웃겨주고 간질어주고 같이 놀았다. 할아버지가 많이 아파서, 외증조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빠가 할아버지에게 가야 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딸은 가지 말라고 했다. 울지는 않았지만, 가지 말라고 하기는 했다. 적어도 3일은 보내게 될테니, 나는 속옷도 갈아입을 옷도 챙겼다. 마치 여행가는 ..

엄마, 내가 돌봐줄게.

"아들, 아들 때문에 엄마가 더 힘낼게" 엄마는 내가 안아주자 그렇게 말했다. 나는 엄마에게 힘내라고 말하며 엄마 등을 토닥였다. 힘껏 안아주고 힘내라고 했다. 서울에 계신 외할머니가 최근 급속도로 몸이 안 좋아지셨다. 폐에서부터 암이 시작된 것 같은데, 한 달 전에는 나이가 많으신 분이라 암도 진행이 빠르지 않다고 했었다. 하지만, 엊그제부터는 의식을 잃고 호흡도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어제인 금요일에 별 일이 없었다면 비행기를 타고 할머니를 보러 갈 계획이었다. 이야기 나누지 못해도 옆을 지키고 싶어서. 하지만, 큰일이 생겼고 엄마는 서울로 가지 못했다.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복잡할까. 곧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연락을 몇 번 받았지만, 그때마다 간이 졸아드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나는 아빠..

아빠에게 아빠가 되어줄게.

1교시. 엄마의 전화를 받고, 최근 들어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셨다는 외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 데자뷰를 경험하는 것처럼, 아침에 울리는 발신자 ‘엄마’의 전화는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아빠 사고 났데.’ 그 순간,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모두 머릿속에 꺼내보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어떻게 처리 할 지 생각하고, 지금 부산까지 가거나 아빠가 이동하고 있다는 진해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지를 생각했다. 늦잠을 잔 덕분에 오늘 아침 출근은 차로 했고, 기름이 없으니 가득 채우고 출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일하는 곳은 진해에서 가깝고, 아빠를 실은 구급차는 일단 진해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엄마는 회사에서 나왔으나 차도 없이 진해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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