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내가 사는 진주

덕오마을 지나 자전거길 - 혼자 커피

타츠루 2021. 12. 4. 23:05
나 혼자 커피


점심 먹고 오후,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집 엄마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놀이터로 갔다. 나는 멍하니 앉아서 유튜브로 뉴스를 뒤적이다가 1시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곧 몸이 쪼그라 드는 기분이 들어서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니, 원래 #새벽커피 모임을 해야 하는 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내 컨디션이 제 컨디션이 아니라 이번주는 쉬었다. (다음 주에는 반드시 야외에서의 새벽커피를 노려본다.) 아침 밥을 먹고 딸이랑 장난을 치다가, 나는 자는 척을 하다가 잠들어 버렸다. 그렇게 오전을 보냈었으니 몸이 쪼그라 드는 느낌이 들만도 하다. 나는 어릴 적에는 주말에도 집에만 있어도 시간을 잘 보내던 아이였다. 그냥 책이나 좀 읽고, 티비나 보면 되는 아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주말에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머리가 아프다. 아파트가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자전거 타러 나가야지.
바람 쐬러 나가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를 타는 것. 준비하는 사이에 아이들이 오면, 나가기도 전에 잡힌다. 집에 있는 간식을 챙기고, 얼른 모카포트에 커피를 준비한다. 원두도 딱 커피 한 잔 내릴 정도만 남아 있다. 뜨거운 물을 준비하고, 모카포트에서 추출한 커피를 넣어서 가방에 넣는다. 옷은 따뜻하게 입고 나선다. 대충 애플뮤직에서 아무 음악이나 선곡하고 집을 나선다. 한 시간 정도만 타고 와야지. 자전거도 이제 느긋하게 타는 게 좋다. 요즘 진주-부산을 아주 여러번 오가면서 내게 적절한 속력은 95킬로 정도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비게이션으로 100킬로를 넘어가면 운전에 바짝 신경을 쓰게 된다. 머리 속에서 여유도 사라진다. 자전거도 적절한 속력이 있더라. 평속 20킬로를 넘기려면, 시야가 좁아진다. 나는 먼거리를 가려면, 쉬엄쉬엄 가야 하는 사람이란 걸 최근에 다시 깨닫고 있다.

너츠와 커피

새벽에 여기까지 와서 물을 끌이고 커피를 내려 마셔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앉아서 새소리를 듣고 호수같이 잔잔한 강을 바라본다.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정말 쉬는 마음이 된다. 남강을 따라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남강댐쪽을 향하는 길은 자전거길 조성이 잘 되어 있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만큼 자전거 타기에 좋지가 않다. 걷는 사람들을 신경서야 하고, 풍경이 이제 지루하다. 하지만, 낙동강을 향해 가는 쪽은 그렇지 않다. 우선 자전거 타는 사람만 간신히 볼 수 있다. 걷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그리고 물은 잔잔하고, 이제는 겨울이라 각종 철새들 덕분에 눈이 아주 즐겁다. 철새만 있는 게 아니라, 이름 모르는 텃새들도 있어서 소리에 귀기울이고, 새들의 출현에 눈 기울 일 수 있어서 좋다.

나전칠기 같은 강


하늘을 비추는 강이 반들반들하다. 하늘을 비추고 있지만, 하늘과 같은 모습은 아니다. 촬촬촬 흐르는 소리가 날 것 같지만, 그저 조용하다. 흐르고 있는 게 맞나 싶지만 흐르고 있다.

오리들


사진과 영상에 담으려고 찍으니 오리들이 내게서 멀어진다. 날아가 버리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지만, 뒷꽁무늬만 보고 있으니 심술이 난다. 그래도 가만히 보면서 오리들을 생각하고, 오리가 남긴 궤적을 눈으로 따라가 본다.

쉰 시간까지 생각하면 2시간 정도는 혼자 나가 있었다. 아내의 문자를 받고 커피를 끝까지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글을 끼지 않아 눈물이 났고, 하루살이까지 눈에 들어가 내 눈이 충혈되어 있었나 보다. 아내는 울었냐고 물었다. 울기는 했다. 슬퍼서 울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저 젖어 있는 내 눈에 하루살이는 빠져 죽는데, 하루살이의 삶이 초라하고 측은하다. 아픈 아빠에게 이제 하루에 세 번은 전화한다. 아빠는 크게 다쳤지만, 나는 아빠와 가까워졌다. 상처가 생기고서야, 고통을 알게 되고서야 가까운 마음을 느끼다니 참으로 멍청한 인간이지만, 돌아갈 수 없는 길에 후회만 남길 수는 없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다가오고 있다 확실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전거라도 타지 않았다면, 어디서 오늘 나는 바람을 쐴 수 있었을까.















하늘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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