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뷰파인더라는 제약

타츠루 2021. 12. 3. 20:18

학교에서 국어 선생님과 새로운 책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아니, 있었다. 이전에 디카시집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사진 한 장과 그 사진의 소재로 쓴 학생들의 시를 모아서 책을 냈다. 이번에는 시보다는 조금 긴 글을 쓰도록 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사진도 여전히 필요하다.

오랜만에 사진을 업으로 하는 분을 만나서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나는 전혀 진지하게 사진을 찍고 있지는 않지만, 사진을 가지고 할 이야기는 충분히 있었다. 그분에게 내가 물은 것은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사진을 잘 찍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학생들도 예전의 학생들보다 더 사진을 잘 찍게 되었을까?

그분의 말씀은 사진의 디지털화, 혹은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대체하는 상황에서 이미 널리 이야기되었던 부분이었다. 폭발적으로 양이 늘어나면서, 더 좋은 사진이 많이 늘어났다고도 볼 수 있지만, 사진 한 장 한 장에 대해 기울이는 노력이나 에너지가 줄어든 것 같다. 얻어걸린 사진도 좋지만, 한 컷을 찍을 때 충분히 생각하는 일이 많이 줄지 않았을까.

를 추구하는 사진만이 사진이 아니고, 오로지 기록을 위한 목적으로의 사진은 많이 늘어났다. 우리는 정말 이미지가 풍부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어떤 이미지든 다른 이미지와 경쟁한다. 나는 이런 이미지의 경쟁 속에서 자라온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지에 대한 이해력이나 편집 능력을 발전시켜 오지 않았나 싶다. 내가 관찰한 학생들의 경우, 발표를 준비할 때, 내용이 부족한 경우는 있어도 프레젠테이션은 이쁘게 잘 만들었다. (내용이 중요하지... 는 지금 글의 논점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들의 인기를 많이 얻는 사진은 잘 찍은 사진인 경우가 많지 않을까.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는 다르게 오로지 사진으로만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사진을 찍는 인스타그램 유저는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에게 어필하는 사진을 찍는 게 아닐까?

학생들은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으면서, 프레임 안을 정리한다. 무엇이 들어가고 어떻게 들어갈 지 편집한다.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것만 남기고, 그렇지 않은 것은 제거한다. 이는 좋은 사진을 찍는 비법을 따르는 것 아닐까. 어쩔 수 없이, 많은 사진을 보고, 그 사진들의 작법을 따라 하면서, 어쩌면 되려 천편일률적일 수도 있지만 사진의 기본적인 구성을 체득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와 겨울하늘

학생들과 만들려고 구상하는 책에 사진이 들어가기 때문에, 학생들의 어떻게 사진을 찍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고, 그 부분을 어떻게 도와야 할 지 고민이다. 많은 사진을 보고, 적절한 앵글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학생들에게 주문할 주제는 '기록되지 않는 학교'다. 중요하거나 기쁘거나 멋진 것이 아니라 기록되지 않는 부분을 각자 찾아내어 사진으로 남기고, 그에 대해 글을 쓰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 글을 준비하는 데에도, 분명 사진에 대해 좀 더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한정된 공간에 주제를 드러내는 예술은 모두 비슷한 점이 있다. 우리가 라고 생각하는 것은 언어를 압축하여 좁은 공간에 드러낸다. 그러니 한 페이지의 종이가 프레임이 되고, 그 안에 들어갈 것과 들어가지 않을 것, 모두 보여줄 것과 약간만 보여줄 것들을 취사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로 보여줄지 편집해서 보여줄 지도 선택한다. 제약은 모두 프레임으로 작용한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그 한정된 뷰파인더라는 공간 안에서 사진가가 구성을 하도록 강제한다. 시도 소설도 그림도, 3분 남짓되는 노래도, 3시간을 넘기지 않는 영화도 그렇다. 학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프레임을 구상하는 것을 배울 수 있게 된다면, 그 프레임의 비유를 글을 쓰는 데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흠. 나도 사진을 다시 배우거나 사진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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