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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읽는 책 | 식물에 기대어 울다

이승희 잠들기 전에 책을 읽는다. 마치 명상과도 같은데, 책 속의 글을 바라보는 내 눈에서 최대한 힘을 빼려고 한다. 그리고 미간 사이의 긴장은 최소로 유지한다. 이 책은 시인이 쓴 산문이라 그런가 문장 하나하나가 운문 같아서, 시인은 잡아내어 “어이, 시인양반, 시는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이요?” 묻고 싶어진다. 시인은 슬픔이 많고, 끝끝내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해 나무와 꽃을 심었고, 비 오는 날에는 화분들도 꺼내놓고 감히 식물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 잘 알아듣기 힘든 말이 있으나, 아는 듯 모르는 듯 모르는 듯 아는 듯, 그냥 읽어나갈 수 있어 좋다. 한숨 쉬는 시인에게서 나는 ‘아득바득’을 벗어나는 힘이랄까 의지를 배운다. 세상 초연하게 바라보면서도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싸움..

2학기와 다음 학년도 업무분장

2학기가 되면 대개 학생도 교사도 학교에 적응이 된다. 학교에서의 일상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몸에 익는다. 서로 부딪히는 일은 적어진다. 교사들 간에도 적응이 되어서 서로의 거리를 제법 유지한다. 가까운 사람은 가까운데로, 먼 사람은 먼데로 유지한다. 그리고 나면 다음 학년도에는 어떻게 생활하게 될까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현재에 충실해야 행복하다고 하는데, 누구나 그런 잠언을 따를 수 있다면 모두가 행복하겠지만, 보통 인간의 레벨에서는 그게 쉽게 가능할리가 없다. 올해의 불편함을 겪고 나면, 내년은 어떠해야 할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쯤 되면(그러니까 2학기 1차 고사를 치고 나서 쯤이면), 내년에는 뭘 해야 할까? 하는 질문들을 서로 하게 된다. 나도 생각을 해보고 있다. 담임을 하고 있는 교사가..

학교 관련 2021.10.18

가장 보통의 가족의 가장 보통의 하루에 대한 기록

어제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고, 또 누운채로 유튜브를 더 보다가 12시를 넘겨서 잠이 들었다. 덕분에 아침에는 늦잠이다…라고 해도 8시에 일어나버렸다. 아내는 아침에 내가 늦잠을 자도 깨우지는 않는다. 물론 일어나면 일을 해야 하긴 한다. 오늘은 특별히 놀러 다녀온 곳도 없다. 아이들은 왠일인지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지 않았고 날이 추워서 일까 나도 별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무나 평범해서 별 일 없이 지나간 하루를 기록해둔다. 아들과 딸은 9시 30분에 각자의 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한다. 아들은 구몬수학을 해야 하고, 생각수학 문제도 풀어야 한다. 대개 문제를 풀다가 틀리거나 엄마한테 모르는 걸 물어본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하다가 쉽게 기분 나빠하거나 지쳐한다. 아내는..

나의 모카포트 신메뉴 : 모카거품라떼

학교에서 늘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마시니, 혹시나(즉 아주 가끔) 커피를 사 마실 일이 생기면 ‘라떼’를 주문한다. 그리고 아주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 같으면 가끔 바닐라 라떼. 하지만, 대개 밖에서 커피를 사마시는 일 따위는 좀처럼 없고, 나를 위해 가족들을 모두 커피숍으로 데리고 가는 일도 없다. 아이들을 대동하고 가족나들이를 할 때에는 편의점에서 액상커피를 사가는 것으로 대신한다. 요즘에는 집에서 주로 모카포트를 사용하는데, 모카포트를 처음 샀을 때는 푸와악~ 커피가 넘치기도 하고, 추출이 안되기도 하고, 추출을 했어도 기분 나쁜 맛만 잔뜩 나던 때가 있었다. 익숙해지면 기능도 나아지는 건지, 요즘에는 내가 모카포트로 내린 에스프레소도 마실 만하고, 따뜻한 물을 더해서 아메리카노로 마셔도 좋다. 단, ..

일상사/Stuff 2021.10.17

한참 늦게 ‘8월의 크리스마스’ 보기

“8월의 크리스마스” 넷플릭스에 이 영화가 있었다. 나는 본 적이 없는데, “너무 유명한 건 보기 싫어서.” 말하기에는 그 얘기를 들을 사람도 없다. 사진관은 거의 사라졌다. 그곳 주변의 이야기들, 그것에서의 이야기들은 이제 어디로 갔을까. 영화 초반 나는 신은하씨보다 전미선씨를 보고 놀랐다. 사람은 가도 이야기는 남는구나. 내 이야기를 남길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은 내 이야기를 남길 수 없는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누구든 행복하길.

토요일 외출 | 진주문고 | 충무공동 하모 |

어제밤부터 비가 왔고, 내일은 기온이 2도까지 떨어진다고 해서 뭔가 마음이 움츠러 들었다. 뭐든 하러 갈 수 있을텐데 밍기적 거리면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딸은 당장 자전거를 타러 나가자는데, 하늘을 보니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워 자전거를 포기. 진주문고 간 게 오래된 것 같아서 딸이랑 진주문고로 가기로 했다. 집에 책은 충분히 있지만, 서점에 가서 책구경하고 혼자 책 고르는 경험이 필요하다. 진주문고 혁신점에는 머리핀이나 머리띠 이쁜 것들이 많아서 딸은 지난번에 갔을 때도 그 코너에서 벗어나지를 못했었다. 오늘은 머리핀 같은 것은 (이미 많이 샀으므로) 사지 않기로 하고 갔다. 딸은 "구경은 하고, 이거 이쁘다 말만 하고 사지는 않을께." 약속 했다. 오빠의 영향 덕분에 요즘에는 주로 "흔한남매"책을 읽..

블로그는 반말로 써야 할까? 존댓말로 써야 할까?

생각해보면 꽃 피우는 일이 괴로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로 괴롭고 슬프니 내가 보인다는 말도 맞겠다. 또 생각해보면 시를 쓰는 사람들도 좀 그렇기도 하다. 책은 반말 책을 보면 모두 반말이다. “~다”로 끝난다. 가끔 “~니다.”도 볼 수 있긴 하지만, 그건 가끔이다. 매일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또 같은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도 하면서도 반말로 해야 할까, 존댓말로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블로그는 존댓말 블로그에서는 특히나 “~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네*버 블로그에 가면, 마치 내 글을 읽고 있는 사람과 아주 깊은 관계에 있고, 반드시 서로 존대해야 하고, 내가 쓰는 글은 일종의 편지 같은 글이라 존대로 쓰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분들은 자신의 글을 읽을 사람들을..

10월 진주 독서모임 : 타인에 대한 연민 | 먼북소리

독서모임이 있는 오늘이 하필이면 야간자율학습 감독이다. 빡빡한 일정이라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금요일에 야자감독을 하면, 주말이 짧아지는 효과까지 있다. 그래도 한 분 선생님이 기꺼이 바꿔주셔서 오늘 모임을 할 수 있었다. 8교시 수업이 있어 수업을 마치고 나니 5시 30분. 학생들이랑 잠시 이야기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니 6시 10분. 딸 한번 안아주고 저녁 먹고, 조금 남은 부분을 읽다보니 금방 7시가 되었다. 더 많은 분들이 참석하기로 하셨지만, 오늘 모임에 모인 사람은 3명이다. 독서모임을 위해서는 적어도 3명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둘이서 하면, 질문하고 답하느라 잠시 딴 생각할 틈이 없어진다. 대화에는 늘 빈틈이 있어야 하고, 그 빈틈은 사람이 만들어 줄 수 있다...

책/책모임 2021.10.15

2021년 10월 14일 진주 브롬톤 자출 | 자출복장 기록

오늘 아침 기온은 14도. 아직은 파타고니아 반바지에, 긴팔티로 출근이 가능하다. 바람을 막아주는 조끼가 있다면 딱 적당할 것 같다. 의외로 바람에 제일 취약한 부분이 바로 배다. 바람막이는 몸의 열이 배출되는 걸 너무 막아서 체온 조절이 어렵다. 금산교쪽 다리에 보강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진주장례식장 앞 도로도 확장 공사 중이다. 그 공사가 진행되면서 새로 다리로 놓았는데, 그 아래에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가 있다. 어제 오후에 보니 이렇게 자전거로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레일이 설치되어 있었다.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자전거를 들고 가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스탬백에 카메라를 넣어 왔었어야 했는데, 잊었다. 오늘 아침 풍경이 특히나 좋았는데. 사진 안 찍고는 못 베길 걸 하는 풍경이었는데.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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