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가 깨져 나갔어.”
아들은 아주 장난꾸러기가 아닌데도, 이미 한번 팔에 실금이 가서 반깁스를 한 적이 있고, 캠핑장에서 뛰어 다니다가 돌에 박혀 턱 아래가 찢어져 꿰맨 적이 있다. 낫고 나니 모두 눈에 띄지는 않는 상처다.
오늘은 태권도장에서 피구를 하다가 공을 잡으려다 앞에 있는 형 팔꿈치에 턱을 맞아, 윗니 아랫니가 딱 맞부딪히면서 아랫니 두 개의 윗부분이 조금 깨어져 나갔다. 아내의 문자를 받고 집에 와서 확인하니 크게 깨어져 나간 게 아니지만, 병원에 당장 가보는 게 좋겠다. 역시나 치과들은 모두 예약제라 빠르면 목요일 밤 진료가 가능하단다. 나는 요즘 저녁 시간에 전혀 시간이 나지 않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아내가 데려갈 생각으로 목요일 밤 예약이라도 잡으려고 다시 전화했는데, 처음과는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았고 진료가 오늘 가능하다고 했다. 밤 8시 아들과 치과로 걸어갔다.
아내의 전화를 처음 받은 여자분은 “오늘 진료 안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오셨냐?” 라는 반응으로 나를 당황스럽게 하고 화나게 만들었지만, “다시 통화하고 왔다.”는 나의 말을 듣고 일단 확인을 해보더니 미안하다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 여자분은 왜 의사에게 물어보거나 하지 않고 그냥 안된다라고 했을까.
아무튼 의자에 앉자 마자 다시 호출을 받고 의사의 진료를 봤다. 아들이 말한대로 아랫니 두 개 중 왼쪽 이는 좀 흔들리기는 했다. 사진을 찍어보자고 해서 사진을 찍었다.
“아랫니 두개의 윗 부분에 조금씩 깨져 나갔네요.(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깨져 나간 것) 일단 사진상으로는 괜찮아 보입니다. 이 정도 깨진 거는 큰 이상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이에 금이 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한 2주나 3주 지켜보면서 아이가 이가 시리다고 하지 않는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뭐, 대개는 그냥 좋아집니다. 왼쪽 이가 조금 흔들리기는 하는데, 이건 치주인대가 놀라서 그런 것이고 탈이 난 것은 아니고 곧 나아질 것 같습니다. 혹시나 모르니 3주 뒤에 다시 확인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 모양이 좋게 약간 다듬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끄트머리라서 붙여 넣더라도 금방 떨어집니다. 원하시면 그때 다듬을 수는 있겠습니다. 예약 잡으시고, 이가 시리지 않는 지 잘 봐주세요. 그리고 당분간 앞니로 딱딱한 것 먹지 않도록 해주시고, 되도록 부드러운 음식 먹도록 해주세요.”
병원비는 9,000원.
큰 이상은 없어서 다행이지만, 깨진 이를 보니 나는 속상하다. 아들은 아주 친한 형과 같이 놀다가 다친거라 화가 나거나 하지 않는 모양이다. 잘 모르는 아이한테 당했으면 길길이 날뛰었을 것 같은데. 3주 뒤 야간지료로 예약을 하고는 왔다. 이가 시리거나 하지 않기를 바라며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아이의 몸은 내 몸이 아니지만, 아이가 혼자 자신을 잘 돌볼 수 있을 때까지는 내 몸보다 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고, 내 몸보다 더 과보호하게 된다. 요즘 읽고 있는 리베카 솔닛의 책 <멀고도 가까운>에서는 ‘통증을 느낄 수 있는 부분까지가 우리의 자아’라고 했다. 나라는 부모의 자아는 아이의 통증에 깊이 감정이입한다. 내 자아는 아이의 몸에까지 뻗어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 아이가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통증에 무덤덤하니 속이 탔나 보다. 나는 아들에게 “너의 몸은 네가 평생 써야 할 몸이야. 네가 다치면, 그 상처를 안고 계속 살아야 할까봐 엄마 아빠는 너무걱정이 된다.” 라고 이야기 했다. 아들아, 조심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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